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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집에서 직장에서 참변…스토킹처벌법 시행 1년, 비극은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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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감시하고 피해자 보호규정 보완해야"…개정안도 여러 건 계류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설하은 기자 =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스토킹에 시달리던 역무원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행 1년을 앞둔 스토킹 처벌법의 대대적인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토킹을 중범죄로 인식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스토킹처벌법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0월 21일 시행됐지만, 신변 보호 대상 여성이나 그 가족을 찾아가 위해를 가하거나 살해하는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고 오히려 범죄 양상은 악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인을 추모하는 메시지들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역무원 스토킹 피살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16일 오전 고인을 추모하는 메시지들이 붙어 있다.2022.9.16 superdoo82@yna.co.kr



◇ 가해자 제재 수단 부족·피해자 보호 미흡

1999년부터 논의가 시작된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면서 지난해 22년 만에 국회를 통과했지만 반의사불벌 조항 포함 등 피해를 막기에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올해 2월에도 서울 구로구에서 경찰 신변 보호를 받던 40대 중국 국적 여성이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전 남자친구의 흉기에 찔려 숨지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경찰은 당시 가해자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에서 반려됐고, 긴급응급조치를 결정했으나 참변을 막지 못했다.

이번 신당역 역무원 살해 사건의 가해자도 경찰이 피해자의 첫 고소장을 접수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두 번째 고소 뒤에는 경찰이 가해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고, 신변 보호 조치도 추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신변 보호를 받던 여성이나 그 가족을 살해한 김병찬(35), 이석준(25) 사건도 모두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발생했다.

스토킹처벌법 시행 한 달 뒤인 지난해 11월 김씨는 중구 저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했다.

사건 발생 당시 피해자가 경찰이 지급했던 스마트워치로 두 차례 긴급호출을 했으나 위치 추적 오차 등으로 경찰은 신고 12분 만에 사건 현장에 도착해 참변을 막지 못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제재 조치도 범행을 막지 못했다. 김씨는 경찰의 요청으로 법원으로부터 잠정 조치 처분을 받았지만 법원 처분 열흘 만에 피해자의 집을 찾아 범행을 저질렀다.

김씨 사건 발생 한 달 뒤에는 이씨가 전 여자친구 A씨의 집을 찾아가 그 어머니를 숨지게 하고 남동생은 중태에 빠뜨리는 일이 벌어졌다.

이때도 A씨는 신변 보호 대상자로 등록돼 스마트워치도 지급받았지만 가족에 대한 별도 보호 조치는 없었다. 사건 발생 나흘 전에는 경찰이 이씨를 조사하기도 했지만 긴급체포 요건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신병 확보 시도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스토킹처벌법 시행으로 강화된 제재 조치와 피해자 신변보호 조치가 모두 이뤄졌어도 번번이 스토킹이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내지 못한 셈이다.

특히 실질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물리적 분리 조치는 가해자 신병 확보인데도, 구속영장이 번번이 발부되지 않으면서 참사를 막을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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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에 입구에 붙은 추모 메시지들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역무원 스토킹 피살 사건'이 발생한 지 이틀이 지난 16일 서울 지하철 신당역 6호선 10번 출구 앞에 추모 및 규탄 메시지가 붙어 있다. 2022.9.16 superdoo82@yna.co.kr



◇ 스토킹처벌법 관련 법안 국회에만 15개 계류…"현행법 보완 필요"

지난해 6월부터 스토킹 범죄 관련 법안은 국회에만 15개 계류 중이다.

현행법이 실질적인 피해자 보호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라 보복 우려가 있는 경우 신변안전 조치를 별도로 규정해 피해자 보호 조치를 강화하거나, 스토킹 가해자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규정하는 내용 등이다.

반의사불벌죄를 삭제하고 스토킹 가해자가 긴급응급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기존 과태료에서 1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도 발의돼있다.

정부가 발의한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 제정안도 올해 4월 여성가족위원회에 회부됐으나 아직 계류 상태다.

법무부도 지난달 스토킹 범죄자에게 최장 10년까지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게 하는 내용의 전자장치부착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입법을 통해 현행법의 한계를 보완하는 한편 현장에서도 사법기관의 적극적인 공권력 행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상임대표는 16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반의사불벌 조항은 기본적인 범죄행위를 더 방치하고 강화하는 모순적인 조항"이라며 "긴급조치도 가해자가 위반할 경우 현행 과태료 처분에서 형사 처분을 하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박아름 활동가는 "이번 신당역 사건은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 기존 접근금지 가처분이나 구속영장 등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발동하지 않아 위험에 처한 것이 큰 문제"라며 "새로운 장치를 만들어도 결국에는 실무를 담당하는 경찰, 검찰, 사법부가 스토킹을 중대범죄로 인식해야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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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스토킹 행위와 스토킹처벌법
(서울=연합뉴스) 김토일 기자 = 지난해 신변보호 대상 여성이나 그 가족을 살해한 김병찬(35), 이석준(25) 사건 이후 여러 제도 개선책이 쏟아졌지만 피해자의 불원 의사 한 번이면 모든 제도가 무용지물이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안전조치 신청으로 가해자를 되레 자극할까 우려하는 등 피해자들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는 원인을 분석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mtoil@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chic@yna.co.kr, soru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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