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3 (월)

불법 태양광에 전력기금 줄줄 샜다…“文정부 신재생사업 부실 확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2개 지자체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점검
위법·부당사례 2267건…2616억 부당 지급
국조 “전반적으로 도덕적 해이 심각 수준”
전력산업기금에 文정부 5년간 12조 투입
“수사 의뢰하고 부당지원금 환수조치 할 것”
서울신문

전남의 한 간척지에 들어서 있는 태양광 발전기 - 본문과 직접 관련 없음. 서울신문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신재생이라는 미명 아래 혈세가 줄줄 샜다. 정부가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태양광 발전 활성화 등 전기산업 발전·기반조성을 위해 진행한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에서 2600억원 이상이 부당 대출되거나 지급되는 등 전반적인 도덕적 해이와 관리 부실이 심각한 수준인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태양광 사업 관련 허위 세금계산서를 제출하고 대출을 받거나, 농지에 불법으로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고 대출을 받는 등 위법·부당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보조금 지원 사업도 쪼개기 수의 계약이나 결산서 조작 등 회계부실도 적발됐다.

불법과 편법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이들이 1차적 잘못이지만 탈원전 방침 속에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한다며 ‘묻지마식 지원’을 한 당국의 관리 소홀 책임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적발사항에 대한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고 부당 지원금에 대해 환수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

- 지난해 12월 전력 수요가 집중되는 시간대에 태양광 발전 기여도가 9.4%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 가운데 정부가 100㎾ 이상 신규 설비에 정보제공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태양광발전의 변동성 관리를 강화키로 했다. 서울신문 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위법·부적정 대출 1400건↑…1847억
공사비 부풀리고 허위계산서 발급까지


국무조정실 12개 지자체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점검은 13일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전국 226개 지방자치단체 중 12곳에 대해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운영실태 표본 점검을 벌인 결과, 위법·부당사례 2267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부당하게 대출·지급된 자금은 총 2616억원에 달했다.

국조실은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은 2018년부터 약 5년간 12조원이 투입됐지만 기금 운영, 세부 집행 등에 대한 외부기관의 점검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조사 착수 배경을 밝혔다.

주요 유형별로 보면 위법·부적정 대출이 총 1406건, 1847억원 적발됐다.

국조실이 4개 지자체의 금융지원사업 395개(642억원 규모)를 표본 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25%에 달하는 99개 사업에서 총 201억원 상당 허위세금계산서를 발급해 141억원의 부당 대출이 실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비를 부풀려 과도하게 대출을 받거나, 규정에 따른 전자세금계산서 대신 종이 세금계산서를 제출하고 돈을 빌린 사례다.
서울신문

- 농지 취득·소유 및 이용·전용 현황 등을 상시 관리할 전담조직인 농지은행관리원이 18일 설치 운영된다. 전남 영암 간척지에 조성돼 지역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태양광발전시설. 본문과 직접 관련 없음. 서울신문 DB


농지에 불법 태양광 설치 후 34억 대출

농지에 불법으로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고 대출을 받은 사례도 조사됐다.

현행법상 농지에는 태양광 시설을 지을 수 없다. 하지만 버섯 재배시설이나 곤충사육 시설과 함께 설치하면 농지 용도를 바꾸지 않고도 태양광 시설을 지을 수 있다.

이 점을 이용해 농지에 가짜 버섯 재배시설이나 곤충 사육시설을 지은 뒤, 그 위에 태양광 시설을 만들고 대출금을 받은 사례가 4개 지자체에서 총 20곳(34억원) 적발됐다.

정부는 전력사업의 전기공사비 내역을 시공업체 등의 견적서만으로 확정해 대출을 받은 사례도 158건(226억원) 발견했다. 전기공사비 내역서는 원래는 전기분야 기술사 등이 작성해야 한다.
서울신문

- 2018년 10월 30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전북 군산시 유수지 수상태양광부지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 행사를 마치고 수상태양광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왼쪽부터 당시 문 대통령, 송하진 전북도지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2018.10.30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신문

파손된 새만금 수상태양광 구조물 - 새만금 내부 호수에 설치된 수상태양광 실증단지부력 구조물 100kWh가 바닷바람과 파도 등의 영향으로 파손됐다.독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태양광 등 설치 불법 대출 1100건↑

무등록업자, 태양광발전소 공사한다며
공단서 자격 받은 뒤 5억 부당 수령


정부는 2019∼2021년 사이 한국에너지공단이 실시한 태양광 등 발전시설 설치를 위한 금융지원사업 6509건도 전수 조사했다.

그 결과 17%에 해당하는 1129건(대출금 1847억원)에서 무등록업체와 계약하거나 하도급 규정을 위반한 사례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전기공사업 무등록 업체가 발전사업자와 ‘A 태양광발전소’ 공사 계약을 불법으로 맺고, 한국에너지공단에 금융지원을 신청해 자격을 부여받은 뒤 금융기관에서 5억원을 부당 수령한 사례 등이다.

국조실은 또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회계처리 과정에서 전반적인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서울신문

- 태양광패널의 모습.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4개 지자체 30억 규모 도로·수리시설
200건 이상으로 쪼개 4억 예산 낭비


쪼개기 부당 수의계약, 결산서 허위 작성, 장기 이월금(잔액) 미회수 등 한전 전력기금사업단과 지자체의 기금 관리 부실 사례를 포착했다는 것이다.

B시 등 4개 지자체는 약 30억원 규모의 도로·수리시설 정비공사를 203건으로 쪼개서 수의계약을 해 약 4억원의 예산을 낭비하고 특정 업체에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국조실은 밝혔다.

C시는 산업부 승인없이 보조금 약 17억원을 임의로 변경하고 결산서를 부적정하게 작성, 보조금 지원 대상이 아닌 타 지역 마을회관 건립에 사용(약 4억원)하는 등 보조금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장비 구매 입찰에 참여한 특정 업체가 들러리 업체를 참여시켜 약 40억원 상당의 가격을 담합하는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실도 적발됐다.
서울신문

- 국내 재생에너지는 태양광이 전체의 9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흥정수장에 설치된 태양광 시설. 본문과 직접 관련 없음. 환경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정책 강공 드라이브에
제대로 준비 못해 대규모 부실 발생”


국조실은 적발 사항은 사안에 따라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고, 부당 지원금 등에 대해서는 관련 기관에서 환수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조사 대상기관을 전국으로 확대해 추가 점검을 하게 할 계획이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무래도 신재생에너지 정책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다 보니 탄탄하게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이 말단에서 집행되는 과정에서 부실 집행 사례가 대규모 확인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 실장은 “특히 2019∼2021년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지원한 사업이 6500건인데, 전기 면허를 가진 사업자에 대출을 해야하는데도 긴급하게 하다보니 사업자 면허가 없는 사업자가 대거 승인됐다”고 덧붙였다.

국조실 관계자는 “부당 지급된 보조금은 보조금법을 통해 환수할 예정”이라면서 “부당대출은 사기 범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어 수사 의뢰 등을 통해 사기 혐의 등을 확정하고 민사 등 조치로 환수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

- 태양광 저장시설 화재. 의성소방서 제공


강주리 기자

▶ 밀리터리 인사이드

- 저작권자 ⓒ 서울신문사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