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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중국 남녀, 태평양 섬나라 매수해 초소형 국가 건설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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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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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남녀가 남태평양 섬나라 마셜군도 정치인들을 매수해 '초소형 국가'를 세우려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고 영국 BBC 방송이 8일(현지 시간) 미국 검찰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미 검찰에 따르면 중국인 남녀 케리 얀과 지나 저우는 마셜군도의 외딴 환초(산호초 섬)를 특별자치구(SAR)로 지정받기 위해 현지 의원들을 상대로 뇌물 로비를 펼쳤습니다.

두 사람이 특별자치구 지정을 추진한 대상은 1954년 미국이 수소폭탄 실험을 한 뒤 버려졌던 롱겔라프(Rongelap) 환초였습니다.

이들은 마셜군도의 의원을 설득해 2018년과 2020년에 롱겔라프 환초의 특별자치구 지정을 허용하는 법안을 상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법안에는 특별자치구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세금을 인하하고 이민 제한을 완화할 수 있게 하는 등 독자적 법률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몇몇 의원이 적게는 7천 달러(약 970만 원)에서 많게는 2만2천 달러(약 3천50만 원)의 뇌물을 받고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고 발표했습니다.

법안은 힐다 하이네 당시 마셜제도 대통령의 강력한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하이네 대통령은 법안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중국을 위해 일한다면서 이들이 롱겔라프 환초를 바탕으로 '나라 안의 나라'를 만들려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하이네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이 2019년 총선에서 패배한 뒤 구성된 새 의회는 이듬해 특별자치구 개념을 승인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켜 문제의 법안 추진에 다시 시동을 걸었습니다.

뇌물은 받은 한 관리는 케리 얀을 마셜군도의 특별 고문으로 임명했고, 부부는 국적을 마셜군도로 바꿨습니다.

미 검찰은 이들이 뉴욕에서 비정부단체(NGO)를 운영하면서 2016년부터 마셜군도 행정·입법부 관계자들과 접촉해왔으며, 뉴욕과 홍콩 등지에서 열린 관련 콘퍼런스에 참석하는 마셜군도 의원 및 당국자의 항공·숙박비를 대신 부담하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케리 얀과 지나 저우는 2020년 태국에서 억류됐다가 지난주 미국으로 추방돼 부패, 자금 세탁, 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미 검찰은 "얀과 저우가 건넨 뇌물은 마셜군도 공화국과 입법부의 주권을 노골적으로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이네 전 대통령은 "의회와 정부는 마셜군도가 직면한 이 커다란 망신을 어떻게 할 것이냐"면서 자국 정부에 전모를 밝히라고 요구했습니다.

(사진=마셜제도 언론 매체 힐러리 호시아 캡처,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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