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 지난 주말 추석 선물로 과일을 고르던 주부 A씨는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지난해와 똑같은 구성의 배·사과 선물세트인데 이달 초 폭우에 따른 작황 영향으로 가격이 최소 1만5000원에서 2만원 정도 올랐기 때문이다. A씨는 "보통 명절이 지나면 신선식품 수요가 성수기에 비해 사라지면서 가격도 내리는데 이번 태풍 영향으로 고물가가 계속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6일 전남 나주시 부덕동의 한 과수원에서 농장주 김창곡 씨가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강풍에 떨어진 배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반도를 강타한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물가 하방의 변수로 등장했다. 최근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로 농산물 작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요가 많아지는 추석을 코앞에 두고 초대형 태풍까지 몰아치면서 엎친데 덮친 격이 됐다. 여기에 하반기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상승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고물가가 계속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폭염·폭우에 태풍까지…과일·채솟값 '꿈틀'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는 지난 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날(6일) 전국 도매시장에서 고랭지 무 20㎏는 하루 전보다 평균 3.6% 뛰었다. 태풍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고랭지 무는 한 달간 68.2% 오르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고랭지 배추 10㎏도 태풍 영향으로 전국에 많은 비가 내린 5일 하루에만 22.7% 상승했다. 지난 한 달만 놓고 보면 81.5% 급등했다.
청피망 10㎏과 파프리카 5㎏도 5~6일 각각 62.7%, 23.7% 뛰었다.
선물용 과일 역시 가격이 급등했다. 선물세트용 사과로 쓰이는 홍로 10개 평균 소매가는 2만8450원이다. 1년 전 가격 2만5806원보다 10.2% 올랐다. 이른 추석과 기상악화에 따른 작황으로 사과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줄어든 영향이다.
정부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운영하는 상황반 등을 중심으로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집계 중이다. 이를 통해 이번 태풍이 물가에 미칠 영향을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추석 이후 공공요금 인상·고환율 등 악재 대기
서울 한 주택가 도시가스 계량기. /연합뉴스 |
문제는 추석 명절이 끝난 이후에도 물가 하락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고환율 등 물가 상승요인이 산적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물가가 점차 안정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실제로 8월 소비자물가는 5.7% 상승하면서 3개월 만에 6%대 고공행진을 마쳤다. 국제유가가 떨어진데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정책 등이 효과를 내면서 물가 상승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물가가 정점을 찍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우울한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달의 경우 추석 성수품 수요가 늘어나면 물가가 소폭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추석 연휴에 의한 물가 상승분은 8월 하순과 9월 조사에 반영될 전망이다.
아직 파악 중인 태풍 힌남노 피해 여파도 물가 불안을 키울 수 있다.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 예고도 물가 하락에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한국전력공사는 오는 10월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을 킬로와트시(㎾h) 당 4.9원 인상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말 정부가 연료비 상승을 고려해 올해 4월, 10월 기준연료비를 ㎾h당 4.9원씩 인상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기준연료비가 4.9원 상승하면 4인 가구 전기요금 부담은 월 평균 전력 사용량(307㎾h)을 기준으로 한 달에 약 1504원(부가세 및 전력기반기금 제외) 오른다.
또 정부는 같은 달 도시가스 요금도 올리기로 하고 세부 인상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도 물가 상승세를 부추길 요인이다. 환율은 전날 1371.4원까지 뛰면서 금융 위기 당시인 2009년 4월1일(1379.5원) 이후 13년5개월 만에 처음으로 1370원을 넘어섰다.
정부 관계자는 "태풍 피해를 정확히 파악해 지원 소요 등이 발생하면 바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