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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멀쩡하던 건물이 물폭탄에 '기우뚱'…힌남노 할퀸 포항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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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돼 있다. 차량 이동을 위해 이 지하주차장에 들어갔다가 연락 두절된 7명은 실종 신고가 접수된 상태다. 사진 경북소방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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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로 주민 대피…지하주차장 실종신고도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경북 동해안을 강타하면서 포항을 중심으로 피해가 속출했다. 침수에 정전, 산사태가 발생해 주민 수백여 명이 대피했다. 물이 불어 넘친 동네엔 해병대 장갑차가 출동했고, 급류에 휩쓸린 주민이 숨진 채 발견됐다. 포항 남구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는 한꺼번에 7명이 실종됐다는 신고도 접수됐다.

6일 경북도와 포항시·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포항은 5일 오후부터 6일 오전 사이 450.5㎜, 시간당 최대 104.5㎜의 비가 쏟아졌다. 포항 남구 인덕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는 이날 오전 7명이 실종됐다. 오전 6시 30분쯤 지하주차장 내 차량을 이동 조치하라는 관리사무실 안내방송을 들은 주민들이 지하주차장으로 간 뒤 연락 두절됐다. 지하주차장은 오후 2시 현재에도 물이 가득 차 있는 상태다. 소방당국이 배수 작업을 서두르고 있지만, 배수율은 10%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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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호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에서 하천이 범람하면서 아파트 바로 앞 토사까지 유실되는 아찔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 사진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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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오천읍 도로에선 한 70대 여성이 물난리를 피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뒤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남구 인덕동에서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남성이 119구조대에 도움을 요청한 뒤 실종되기도 했다.

강한 폭우는 포항 남구에 집중돼 오천읍과 인덕동 일대가 상당수 침수됐다. 물난리로 지반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풀빌라 건물이 기울어지기도 했다. 오천읍 한 숙박업소에는 순식간에 폭우로 물이 들어차면서, 주민 10여 명이 옥상으로 긴급 대피했다가 구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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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1사단 장병들이 6일 경북 포항 남구 침수지역에서 KAAV(한국형상륙돌격장갑차)를 투입해 민간인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 해병대 1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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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도 발생했다. 포항시 북구 용흥동 대흥중학교 뒤편 야산 등 5곳이 무너지면서, 산 아래 주민 800여 명이 대피했다. 포항 인덕동 이마트 포항점도 비 피해를 봤다. 추석을 앞두고 진열해 둔 선물세트 등이 상당수 물에 잠겼다. 주택가 정전과 농경지 침수도 수백여 건이 발생했다.

하천도 7곳에서 범람했다. 포항시 남구를 통과하는 하천인 냉천이 범람해 아파트 바로 앞 지반까지 급류에 휩쓸려가는 아찔한 상황도 발생했다. 또 해안도로를 중심으로 포항 시내 도로 대부분이 한동안 침수됐다.

해병대 장갑차로 구조활동


건물 옥상이나 차량 위, 도로 한편으로 비를 피한 주민들을 해병대가 장갑차를 몰고 나와 구조활동을 했다. 고립이 예상되는 주민을 구조하기 위해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KAAV) 2대와 고무보트(IBS) 3대를 투입했다. 간판 등이 강풍으로 날아가 차량을 덮치는 재산피해도 6일 새벽 내내 계속됐다. 경북 동해안 최대 수산시장인 죽도시장도 무릎 높이 정도로 물이 차는 침수 피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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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힌남노로 많은 비가 내린 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청림동 일대에서 해병대 1사단이 소방관을 태운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KAAV) 2대를 출동시켜 고립이 예상되는 주민을 구조하기 위해 수색하고 있다. 사진 해병대 1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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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용흥동 한 야산에서 산사태가 나 흙더미가 산 아래로 밀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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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포항제철소에도 태풍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포항남부소방서에 따르면 6일 오전 7시 17분쯤 포항제철소 안 스테인리스스틸 2제강, 2열연공장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불은 2열연공장 전기실 등을 태웠다. 불이 나는 과정에서 폭우에 따라 자체소방대원 4명과 공장 직원 18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되기도 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공장 화재가 태풍과 관계가 있는지를 파악 중이다"고 전했다.

스페이스 워크 파손 소문 돌기도

강한 바람과 폭우로 비 피해가 속출하자,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포항시 북구 환호공원에 위치한 대형 체험용 조형물인 ‘스페이스 워크’가 부서졌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 때문에 태풍 구조 활동에 집중해야 할 공무원들이 현장에 나가 사실 확인을 하는 소동이 빚어졌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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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호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경북 포항시 남구 이마트 포항점 내부가 침수되면서 진열해둔 상품이 물에 잠겨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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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제11호 태풍 '힌남노' 피해로 유실된 도로를 주민이 살펴보고 있다. 사진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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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관계자는 “강력한 태풍이 덮치면서 포항 지역에서 산사태와 화재, 주택 침수 등이 잇따랐다”며 “정확한 피해 현황 파악을 진행하는 한편 주민들이 하루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복구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경주, 주민 1800여명 대피

포항과 이웃한 경주에서도 태풍 피해가 속출했다. 산사태와 침수, 하천 범람으로 주민 1800여명이 긴급대피했다. 태풍을 피한 주민들은 복지회관 등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6일 새벽 한때 포항과 경주 형산강 일대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다. 이날 경주 진형동 한 주택에서 80대 여성이 흙더미에 매몰돼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내륙인 대구도 태풍 피해가 이어졌다.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6일 오전 달성군 논공읍에서 가로수가 뽑혔고, 남구 대명동 한 가정집 담장 일부가 무너지기도 했다. 팔공산 인근 동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되기도 했다. 신천동로가 물에 잠겨 차량이 통제되기도 했다. 대구소방안전본부는 오전 10시 기준 94건의 태풍 힌남노 관련 안전 조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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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포항=김윤호·김정석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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