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유럽산 전기차를 차별한다고 항의한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유럽연합(EU) 집행위원.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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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과 일본이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에만 세제 혜택을 주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자국산 전기차를 차별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미 의회와 행정부에 강력하게 제기하고 있다.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통상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1일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통화하면서 IRA의 세제 규정에 따라 유럽산 전기차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EU 집행위원회는 “EU는 ‘기후 행동’에서 미국과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친환경적 조치가 차별적 방법이나 세계무역기구(WTO)와 양립하지 않는 방식이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USTR은 발표문에서 타이 대표와 돔브로우스키스 집행위원이 양 측간 여러 현안과 함께 IRA의 전기차 세제 혜택 관련 문제를 논의했다고만 언급했다. 지난달 상·하원을 통과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한 IRA는 미·캐나다·멕시코에서 생산한 전기차 등을 구매하는 미 소비자에게 최대 7500달러의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하지만 EU·일본·한국 등에서 제조해 미국으로 수출한 전기차는 혜택 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이 돼왔다.
EU는 IRA 통과 전부터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차별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돔브로우스키스 집행위원은 이미 미 의회가 IRA의 전신인 ‘더 나은 재건(BBB)’ 법안을 논의하던 지난해 12월 척 슈머 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에게 서한을 보내 이를 항의했다. 세제 혜택 제외가 유럽 자동차 제조사를 부당하게 차별하고 국제 통상 규범을 위반할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미국과 EU 관계에 ‘마찰’을 일으키고 ‘무역장벽’을 세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리엄 가르시아 페러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IRA가 미 하원을 통과하기 직전인 지난달 11일 회견에서 “보조금 정책이 미국 내 생산자와 외국 자동차 회사를 차별하고 WTO 규범과 상충한다”고 지적했다.
주요 전기차 제조국인 일본도 꾸준히 우려를 표명해왔다. 주미일본대사관 대변인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더 회복력 있는 공급망 구축을 위한 양국 간 논의가 진전되는 가운데 이런 조치가 나온 것에 매우 우려한다”며 “우리의 우려를 모든 가능한 경로를 통해 미 정부에 전달해왔으며 EU를 포함한 다른 파트너와 계속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29일 정부대표단을 워싱턴에 파견해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설득을 시도했으며, 지난 1일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 안보실장 회담에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입장을 전달했다. 5∼7일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워싱턴에서 타이 대표를 비롯한 미국 인사들을 만날 계획이다.
정부는 현대자동차가 조지아 주에 건설하는 전기차 공장이 오는 2025년 완공되는 점을 고려해 이때까지 해당 조항 시행을 유예하고, 보조금 지급대상을 결정하는 완성차 최종 조립국에 북미뿐 아니라 한국 등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을 포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법이 발효돼 요구가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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