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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힌남노’ 덮친 제주 피해 속출…‘태풍전야’ 남부지방은 초긴장[태풍 힌남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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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5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항 방파제 뒤로 파도가 솟구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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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5일 오후 6시 현재 제주에서 주택 8채와 상가 3곳, 차량 1대가 침수됐다고 밝혔다. 중대본은 전국 국립공원 22개는 모두 통제됐다고 설명했다. 항공편은 56편 결항됐고 여객선은 72개 항로에서 99척이 움직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남부지방과 서울의 각급 학교가 휴업 또는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다.

육상과 해상 전역에 태풍경보가 발효된 제주에서는 이날 운전 중 시야가 확보되지 않을 정도의 폭우와 우산을 들고 걷기 힘들 정도의 세찬 바람이 몰아치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는 4일부터 이날 오후 6시까지 87건의 태풍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3시44분쯤 제주시 아라동에서는 도로를 운행하던 차량이 침수됐다. 운전자가 탈출해 도움을 요청해 출동한 119소방대원들이 차량을 끌어냈다. 오후 2시53분쯤 제주시 아라동에서 주택 마당에 있던 놀이기구인 트램펄린이 바람에 날리기도 했다. 낮 12시7분쯤에는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주택 인근에 있던 나무가 지붕으로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귀포시 중문동의 한 도로의 가로수가 쓰러지기도 했다. 이외에도 강풍에 중앙분리대가 전도되고 반사경이 쓰러지는 등 구조물의 안전사고도 잇따랐다.

도로와 과수원 침수에 따른 배수지원 요청도 이어졌다. 전날에도 제주에서는 서부지역인 대정읍과 한경면에 폭우가 쏟아져 주택과 상가, 차량이 침수되는 사고가 잇따랐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일 최대순간풍속을 보면 한라산 삼각봉에서 초속 34.5m가 기록됐다. 4일부터 이날 오후 6시까지 한라산 윗세오름에 552㎜의 폭우가 내렸다. 2일부터 집계하면 이날 오후 6시까지 한라산 윗세오름 누적강수량은 747.5㎜에 달한다.

태풍이 본격적으로 제주를 덮치면서 항공편과 여객선 운항은 모두 중단됐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제주공항과 다른 지역을 오가는 항공기 전편을 결항시켰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중 운항 예정이었던 142편 중에서도 36편은 바람으로 인해 운항하지 못했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6일까지 강한 비바람이 예상되는 만큼 제주공항 항공기 이용객은 사전에 운항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주와 다른 지역을 잇는 9개 항로 여객선 12척도 모두 운항이 통제됐다. 제주지역 항포구에는 어선 약 2000여척이 대피한 상태다. 한라산 탐방로는 지난 2일부터 전면 통제됐다. 제주도는 또 이날 오후 10시 이후 심야버스 운행을 임시 중단했다.

제주도는 태풍특보가 발효되는 동안 도민과 관광객에게 외부활동 등 외출 자제를 요청했다. 음식점과 문화시설 등 민간 다중이용시설의 휴업도 권고했다. 실제 이날 오후 제주도심 거리에는 인적을 보기 힘들 정도로 한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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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인 5일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 해안가 도로에 배들이 올라와 있다. / 부산|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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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중인 5일 부산항에 배들이 정박해있다. 부산|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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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는 해운대해수욕장 등 해안가의 파고는 점점 높아지며 힌남노의 육지 상륙을 예고했다. 시민들은 뉴스속보를 지켜보며 온종일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부산시는 이날까지 145가구 198명에 대해 대피명령을 내리고, 132가구 132명에 대해서는 대피를 권고했다. 부산 동구 초량동, 수정동, 범일동, 남구 용호동, 용당동, 문현동, 대연동, 감만동, 우암동 등지의 상습침수피해 가구와 하천변 가구, 산사태가 우려되는 낡은 가구들이다. 이들은 인근 호텔과 모텔, 경로당 등으로 대피했으며, 일부는 친인척집으로 대피했다.

특히 초고층건물이 밀집한 해운대 바닷가는 ‘빌딩풍’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빌딩풍은 초고층 건물 사이로 바람이 통과하며 위력이 강해지는 바람이다. 주변보다 2배 이상 강도로 돌풍이 불고, 깨진 유리 등으로 2차 피해를 일으킨다. 실제 2020년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 때 해운대 마린시티 일대는 유리창 파손 피해를 봤다. 해운대 미포항 상인들은 “초고층 건물이 들어선 이후 힌남노보다 세력이 약한 태풍에도 큰 피해가 발생했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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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중인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 앞바다에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 부산|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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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태풍 ‘매미’ 때 큰 피해를 입었던 경남 창원시의 수산물시장(마산어시장) 상인들은 당시의 악몽을 떠올리며 평소보다 일찍 상가 문을 닫는 등 긴장된 표정이었다. 이날 오전 어시장 앞에는 높이 2m, 길이 200m짜리 인공 방제언덕이 세워졌다. 창원시는 오후 1시부터 방재언덕 인근에서 방재용 모래주머니(5㎏) 2만5300개를 배부했으나 30여분만에 동이나 품귀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창원시는 저지대에 있어 침수 위험이 있거나 산사태 피해가 우려되는 주민 156명에게 대피명령을 발령했다. 주민들이 인근 행정복지센터, 경로당, 마을회관, 학교 등 지정 대피장소 54곳으로 대피했다.

전남도는 구례와 보성, 함평 등의 산사태 우려 지역에 살고있는 주민 2393명을 대피시켰다. 도는 산사태를 우려해 대피 장소 1421곳도 확보했다. 전남도는 또 집중호우에 대비해 5개 시·군의 반지하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17가구도 긴급 대피하도록 했다. 공동주택 지하 주차장의 침수를 막기 위해 물막이벽도 설치했다.

전남지역 항구에는 이날 어선 2만7000여 척이 태풍을 피해 정박했다. 전남도는 결박 등 보강조치를 통해 항 내에 정박한 선박 간 출동 방지 조치를 완료했다. 6300여 척의 배는 육지로 끌어 올렸다.

한편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각급 학교가 휴업 또는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다. 교육부가 각 시·도교육청에서 집계한 결과를 보면 이날 휴업에 들어간 학교는 제주 28개교, 울산 14개교 등 62개교다. 원격수업으로 전환한 학교는 제주 282개교, 경남 148개교, 부산 78개교 등 548개교로 집계됐다.

제주에서는 모든 학교가 휴업 또는 원격수업을 해 등교수업이 전면 중단됐다. 6일에도 제주의 모든 학교는 휴업 또는 원격수업을 할 예정이다. 부산과 경남, 울산의 모든 학교도 등교수업을 중단한다. 부산과 경남에서는 모든 학교가 원격수업으로 전환하고, 울산에서는 369개교(86.6%)가 휴업을, 57개교(13.4%)가 원격수업을 한다. 대구와 경북 역시 6일에는 모든 학교가 휴업 또는 원격수업으로 전환해 학생과 교직원의 등교를 전면 중단한다.

서울도 6일 유·초·중학교에서 등교수업을 전면 중단하고 휴업 또는 원격수업으로 전환한다. 고등학교는 학교장 재량으로 등교를 결정한다. 인천, 대전, 세종, 경기, 강원, 충남, 충북은 학교장 재량으로 6일 등교 여부를 결정한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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