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은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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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식에서 채권으로 개인 자금이 옮겨가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올 들어 이달 2일까지 장외 채권시장에서 개인은 11조7238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해 개인의 채권 순매수 금액(4조5675억원)의 2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올해 8월 한 달 순매수 금액(3조2463억원)을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8월(5558억원)보다 5배 가까이 늘었다.
당분간 증시가 약세장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채권 수요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를 중심으로 주요국의 긴축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위험자산보다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는 것이 유효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외 주요 증권사는 글로벌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연달아 하향 조정했다.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신영증권 등은 글로벌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 축소’로 내려 잡았다. 글로벌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는 향후 몇 달 동안 주식 전망이 매력적이지 않다며, 포트폴리오 내 주식 비중을 줄이라고 권고했다. CS는 올해 상반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20% 넘게 급락한 상황이 다시 반복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선진국과 한국 증시 모두 저점 대비 10~20% 반등했기 때문에 다시 중립적인 관점을 제시한다”고 했다. 그는 “2분기 어닝 시즌은 예상보다 견조했지만 미국, 유럽, 한국 모두 2023년 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면서 12개월 목표 주당순이익(EPS)이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위험자산은 유동성 환경 변화에 민감한 만큼 9월 긴축 가속화에 따라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채권 금리가 상승한 것 역시 채권 투자 확대로 이어졌다. 채권은 발행 주체가 파산하지 않는 한 만기까지 보유만 하면 원금과 함께 안정적인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다. 이자 소득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는데, 지금처럼 금리가 오를 때 가격 매력이 커진 채권을 저가 매수해 이후 금리가 떨어지면 매도해 시세 차익을 보기도 한다.
증권사에서는 급증하는 리테일(소매판매) 채권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월(月) 이자 지급식 채권 등 다양한 특판 상품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채권 판매 채널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등으로 확대해 개인의 접근성을 높였다.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KB증권 등 주요 증권사 리테일 채권 판매 규모는 이미 10조원을 웃도는 가운데 일부 상품은 당일, 심지어는 출시 1분 만에 완판됐다.
다만 일각에선 운용 자금이 크지 않은 개인은 채권 투자 실효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통상 채권은 포트폴리오 투자하는 고액자산가들이 위험자산에서 발생한 손실을 헷지(방어)하는 용도로 보유한다는 것이다. 예금이나 주식보다 나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채권으로 갈아타는 투자 전략은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증권사에서 채권 투자는 고액 자산가 위주로 세일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프라이빗뱅커(PB)마다 성향이 다르긴 하지만 (포트폴리오 내) 안전자산과 위험자산 비중을 6:4 또는 7:3 정도로 맞추는 게 가장 편하다고 한다”며 “위험자산에서 손실이 나도, 안전자산에서 나오는 이자 수익으로 원금을 보존할 수 있는 비율”이라고 설명했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절대금리 매력이 더 높아졌기 때문에 장기 고금리 채권 또는 절세 목적의 우량 단기채권을 중심으로 리테일 수요는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면서도 “금리 변동성이 재차 커졌고, 경기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는 만큼 지금까지의 좋은 분위기가 유지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적극적인 분할매수보다 보수적인 저가 분할매수가 낫다”고 덧붙였다.
권유정 기자(y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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