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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게이머들도 안 참는다…분노의 트럭·마차 시위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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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달 카카오게임즈의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운영 방침에 반발하는 이용자들의 항의 현수막을 붙인 마차가 경기도 판교 일대에 등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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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판 달린 트럭들, 급기야 마차까지. 게이머들의 이색 시위에 판교가 긴장하고 있다. 게임사에 직접 시위 트럭과 마차를 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행동주의 유저(user·이용자)’들이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게임사들의 유저 기만과 지속된 불통에 게이머들의 행동 양식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가 국내에 서비스하는 인기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개발사 일본 사이게임즈)’ 유저들은 지난달 29일 본사가 있는 판교 일대에서 ‘마차 시위’를 진행했다. 일본 현지와의 차별 대우, 과도한 과금 정책, 소통 미흡 등에 대해 쌓였던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우마무스메가 경마 모티브의 게임인 점에 착안해 마차를 택했다. 이달 1일 3차 시위에선 국회와 증권사들이 모인 여의도 일대에 항의 트럭을 돌렸다. 결국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지난 3일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개선을 약속했다.

앞서 엔씨소프트도 지난달 ‘분노의 트럭’을 받았다. 회사가 일부 게임 BJ들에게 수억 원에 달하는 유료 재화를 몰래 지급했다는 이른바 ‘BJ 프로모션’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면서다. 논란이 커지자 리니지 2M 개발진은 사과 방송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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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 커뮤니티에 올라와 있는 트럭 시위 장면. [사진 리니지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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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는 이런 집단행동을 ‘유저 세대교체’의 한 단면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한국게임학회장)는 “기존 게이머들 요구는 밖으로 나오지 않아 게임사들이 불만을 뭉갤 수 있었다”며 “이젠 (게임사와 유저 모두) 시위의 파괴력을 확인했기 때문에 의견을 표출하는 다양한 방식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업계에 트럭 시위가 본격화한 건 지난해 1월부터다. 당시 넷마블은 모바일 게임 ‘페이트 그랜드 오더(FGO)’의 신년맞이 현금 보상 이벤트를 긴급 종료했다. 유저들의 누적된 불만이 폭주했고, 결국 3주에 걸친 본사 앞 트럭 시위로 번졌다. 이후 ‘확률형 아이템(게임사들이 매출 증진을 위해 뽑기 아이템 확률을 조작했다는 의혹)’ 논란이 업계 전반을 뒤흔들었을 때도 넥슨을 비롯한 다수 게임사가 시위 트럭을 받았다.

유저들은 과거와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우선 영리하고 효율적이다. 시위 진행을 위한 모금과 리스크에 대비한 사전 논의까지 일사천리로 마쳤다. 사측의 빠른 대응을 끌어내기 위해 언론에 어필할 방법, 주주들의 주식 매도를 유도할 방법 등을 고민하고 시위 트럭엔 대문짝만하게 게임사 CEO의 이름을 걸었다. 이번 카카오게임즈 마차 시위를 주최한 유저들은 사전에 ‘동물 학대’ 논란을 고려해 전문 훈련사를 동행시키고 말이 지치지 않도록 날씨까지 체크했다.

‘당근과 채찍’에도 능수능란하다. 앞서 미숙한 운영으로 비판받았던 넷마블 FGO는 오는 7일 유저들로부터 400만원어치의 ‘커피 트럭’을 선물받게 됐다. 지난 1년여간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한 결과다.

이런 식의 단체 행동은 우리나라만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을 중심으로 비디오 게임업체 게임스탑 주가가 폭등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온라인에서 뭉친 일반 개미투자자들이 대형 헤지펀드의 공매도에 맞서 주식을 사들이면서, 이른바 ‘밈 주식’ 열풍을 불렀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게임업계뿐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수동적인 구매자에서 생산·서비스 단계부터 개입하는 ‘진화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민·김인경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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