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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이슈 로봇이 온다

[현장] “로봇 역사 고쳐 쓰는 중”…동행인 없는 첫 실외 자율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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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티즈, 서울 마곡동 일대서 테스트 중

카메라 9대 장착, 전·후·측방 물체 감지

호텔 등 실내 자율주행은 상용화 단계

핵심부품부터 완전체 로봇까지 제작

로봇과 사람의 협업에도 주목


한겨레

동행인 없이 서울 강서구 마곡동 거리를 자율주행 중인 로보티즈 로봇 ‘일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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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티즈’라는 회사 간판 부근에 플래카드가 내걸려 “실외 자율주행 로봇을 실증 테스트 중”임을 알리고 있었다.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 실증 특례의 일환으로 강서구 마곡동 일대에서’라는 글귀도 보였다. 회사 쪽 안내를 받아 5층으로 올라가니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화면에 지도가 그려져 있고, 지도상에서 조그만 물체가 꼬물꼬물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이선영 익스피리언스팀장이 손으로 가리키며 “실외에서 주행 중인 로봇”이라고 설명했다. 5층 공간은 실내외 자율주행 로봇 개발을 하는 중심 기지이자, 자율주행 로봇을 통제하는 관제센터 기능을 하는 곳이라고 했다.

하늘이 파랗게 맑았던 지난 2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거리에서 만난 로보티즈의 자율주행 로봇은 여행용 캐리어를 떠올리게 했다. 앞에서 봤을 때 오른쪽 일부만 까만색이고 전체적으로는 흰색의 상자 모양이었다. 바퀴 네 개를 돌돌돌 굴리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왼쪽 상단에는 깃발을 매달아 ‘자율주행 테스트 중’임을 알리고 있었다. 로봇 앞에 다가서니 곧바로 멈췄다. 표윤석 알고리즘팀장은 “9대의 카메라를 장착해 전방, 측방, 후방을 모두 살피며 사람이나 킥보드, 강아지 같은 물체를 인식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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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마곡동 로보티즈 본사 5층 관제센터에서 회사 직원이 화면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자율주행 중인 로봇을 실시간으로 살펴보며 제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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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상용 서비스 아닌 테스트 단계여서 그저 거리를 떠도는 심심한 모습처럼 보여도 국내 로봇 역사에서 변곡점의 의미를 띠고 있다. 동행인(현장 요원) 없이 이뤄지는 자율주행 국내 첫 사례라는 점에서다. 이는 지난 7월 정부의 규제 완화 조처에 따라 가능해졌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자율주행 로봇은 자동차로 여겨져 보도나 횡단보도에서 통행할 수 없게 돼 있다. 이 때문에 실외 자율주행 로봇 운행은 규제 특례로만 가능하고, 현장 요원을 반드시 붙이게 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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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인 없이 서울 강서구 마곡동 거리를 자율주행 중인 로보티즈 로봇 ‘일개미’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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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요원을 배치한 채 진행한 실외 자율주행 경험은 이미 많이 축적돼 있다고 로보티즈 쪽은 밝혔다. 지난해엔 로봇 20대를 동원해 자율주행을 하며 실제 음식 배송 서비스를 시현하기도 했다. 많을 때는 하루에 점심 배송만 80건에 이른 적도 있었다고 한다. 음식점 같은 서비스 업체와 로보티즈 간 업무 처리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뤄진다. 로봇 안에는 통신 장비를 설치해 항상 인터넷 연결 상태를 유지한다. 이선영 팀장은 “자율주행 시험 초기엔 지나다니는 이들이 ‘이게 뭐예요?’라며 놀라고 신기해했는데, 지금은 많이 익숙해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로보티즈는 1세대 토종 로봇기업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핵심 부품부터 완전체 로봇까지 모두 만들어내는 곳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관제센터 아래 2~4층에 로봇 제작소를 두고 있다. 1999년 3월 설립돼 20년 넘은 업력을 쌓았고 2018년 10월엔 코스닥시장에 상장도 했다. 일종의 모터라고 할 수 있는 로봇 전용 작동장치인 액추에이터(‘다이나믹셀’) 제작으로 시작해 사업 가짓수를 늘렸고 호텔·리조트 같은 실내에서 가동하는 자율주행 로봇은 이미 상용화 단계다.

실내 자율주행과 실외 자율주행은 센싱(감지) 방식에서 차이를 띤다고 표윤석 팀장은 설명했다. 실내 주행은 레이저 기반의 라이다(LIDAR) 방식을 띠고 있는 데 견줘, 실외 주행은 비전(시각) 중심의 카메라 기반으로 작동하게 한다. 실내 주행은 박쥐가 초음파로 거리를 탐색해 비행하는 것에, 실외 주행은 사람이 눈으로 살피며 걷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실내는 평탄하고 한정된 공간인 반면, 실외 환경은 이와 달라 눈의 기능에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성장 산업 분야에서 앞서 있는 기업이라 해도 로보티즈의 경영 성과는 아직 미흡한 편이다. 지난해 기준 직원 수 122명, 매출 224억원에 9억원의 적자(영업손실)를 기록했다. 그나마 전년(매출 192억, 영업손실 18억원)에 견줘선 매출이 증가하고 적자폭은 줄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123억원, 영업손실 1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공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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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마곡동 로보티즈 본사 1층에 전시돼 있는 자율주행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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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티즈 쪽은 “‘집개미’(실내 자율주행 로봇)는 이미 상용화했는데 ‘일개미’(실외 자율주행 로봇)는 관련 법규 미비로 본격 사업화 단계에 이르지 못한 상태”라며 “법규 정비로 안전 인증을 받게 되면 사업 영역은 무궁무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선영 팀장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음식 배송이 이렇게 각광받을 줄 아무도 몰랐다. 어느 순간 뻥 터져 어마어마하게 커졌다”며 “실외 자율주행 기술을 이용하면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음식 배달을 예로 들면 걸어가기엔 멀고, 배달시켜 먹기엔 가까운 거리일 경우 로봇 배달이 최적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로보티즈 쪽은 밝혔다. 궂은 날씨에 배달의 위험성을 줄일 수도 있다. 로봇과 사람의 협업 가능성도 로보티즈 쪽이 주목하는 대목이다. 예컨대 로봇과 사람의 특성에 맞춰 구간별로 나눠 배달하는 방식이다. 기존 배달원이 로봇 여러 대를 관리 운영하는 ‘파일럿’으로 일하며 비용을 줄이는 상황도 로보티즈의 가상 시나리오에 들어 있다.

글·사진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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