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오른쪽)이 지난달 31일 미국 워싱턴에서 나딤 자하위 영국 재무장관과 만났다. 옐런 장관은 “미국과 G7이 유가 상한제에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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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주요 7개국(G7)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유가상한제)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G7 재무장관들이 2일(현지시간) 화상으로 만나 유가상한제 지지를 발표하고, 이행 방식을 확정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이날 워싱턴에서 나딤 자하위 영국 재무장관을 만나고 “유가상한제를 현실화하기 위해 미국을 포함한 G7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유가상한제는 G7 국가들끼리 정한 가격 이상으론 러시아산 석유를 사들이지 않는 것이 골자다. 합의된 가격 이하의 러시아산 석유만 운송하거나, 상한가를 넘은 거래에 대해선 선박 보험을 제공하지 않는 방식 등이 검토되고 있다. 해상보험 없이 선박으로 원유 등 화물을 운송하면 국제 해사법 위반이다.
당초 G7의 중심인 영국과 프랑스·독일 등 유럽 국가는 지난 5월만 해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석유의 수출을 제재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미국이 제안한 유가상한제에 동의하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인플레이션 공포 때문이다. 제재로 러시아 석유가 시장에 풀리지 않으면 국제유가가 치솟을 수 있다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하기 어려웠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가상한제로 러시아 재정을 악화시키고 국제유가를 진정시키는 두 가지 목적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유가상한제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크다. 일단 상한제에 적용할 가격을 정하기부터 어렵다. WSJ에 따르면 러시아산 석유는 배럴당 90달러 수준인 현재 국제유가보다 평균 20달러 싸게 유통되고 있다.
G7 이외의 국가가 동참할지도 문제다. 중국과 인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오히려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을 하루 평균 100만 배럴 이상으로 대폭 늘렸다. WSJ은 “유럽 관리들이 터키·이집트·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 유가상한제에 동참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유가상한제에 형식적으로 참여하더라도 우회적으로 러시아에 가격을 추가 지불하며 수입을 할 가능성도 여전하다. 당장 러시아는 유가상한제에 동참하는 국가에 대해선 석유를 수출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그렇다고 G7이 유가상한제에 동참하지 않거나 위반하는 국가까지 제재하는 ‘세컨더리 제재’를 펴기도 어렵다. 석유 거래가 줄어 국제유가가 치솟을 우려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제 유가를 안정시키는 동시에 러시아 재정을 악화시키려는 미국의 생각은 ‘미션 임파서블(달성 불가능한 임무)’”라며 “시장 왜곡만 불러일으킬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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