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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세(그들이 사는 세상)’라 불리며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겼던 채권에 개인 투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올 초부터 주식 시장이 약세장으로 돌아서자 채권 투자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세테크’를 위한 저쿠폰채는 물론 고금리 매력이 있는 회사채까지 투자처도 다양해졌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개인이 장외에서 순매수한 채권은 3조2388억원으로 3조원을 돌파했다. 1월부터 8월까지 순매수한 금액은 11조3357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는 주식 시장과는 대비된다. 7월 개인은 주식 시장에서 785억원 어치를 순매도했고, 지난달에도 7431억원을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질적으로도 진화한 모습이다. 금융소득세를 절감할 수 있는 저쿠폰채 투자가 늘어난 게 대표적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 초부터 8월 말까지 판매한 표면이율 3% 미만인 저쿠폰채는 2조6000억원 어치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배 급증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표면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회사채와 캐피탈·카드사 등 여신전문회사채(여전채) 투자도 급증했다. 올해 1월 2694억원 수준이던 회사채 순매수 금액은 8월 1조782억원으로 4배가량 증가했고, 같은 기간 여전채 등 기타 금융채 순매수액도 975억원에서 1조3940억원으로 14배 넘게 늘었다. 특히 7월부터 두 달간 개인의 여전채 순매수액은 보험이나 연기금·투자신탁회사 등 대표적인 채권 투자 기관들보다 많았다. 이에 비해 7월 은행권의 총 예금액은 2200조원으로 전월 대비 10조3000억원 줄었다.
채권은 원금 손실의 위험성이 있는 상품이지만 정기예금보다 높은 금리가 개인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1일 현재 신용등급 AA-급 3년물 회사채 수익률은 연 4.739%로, 올해 초 2.46%보다 2.279%포인트 올랐다.
정대호 KB증권 연구원은 “개인의 채권 투자 소화력은 주식시장을 달궜던 동학개미운동을 떠올리게 한다”며 “정기예금보다 1%포인트 이상 높은 금리와 절세 매력이 여유 자금을 이동시킨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개인의 채권 투자가 계속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조한성 하나증권 기업금융실장은 “기준 금리가 오르면 채권 금리가 더 오를 수 있지만, 지금의 금리 수준도 충분히 매력적이란 판단 때문에 개인들이 채권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며 “향후 금리가 더 오르면 개인의 채권 투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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