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앞에 내걸린 우크라이나 국기와 유럽 각국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A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여행자에 대한 EU 비자 발급을 어렵게 하기로 합의했다고 로이터 통신·BBC 방송 등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U는 30~31일 체코 프라하에서 연 외무장관 회의에서 러시아인에 대한 EU 비자 발급 간소화 협정 적용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행 기본비자 발급 비용 35유로(약 4만7000원), 비자 신청 후 10일 내 발급 등의 혜택은 사라지게 된다. EU의 이번 조치는 법제화를 거쳐야 해 언제부터 발효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 대표는 "7월 중순 이후 러시아인들의 국경 이동이 대폭 증가하면서 이웃 국가들에 대한 안보상의 위험이 되고 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제재 차원에서 외무장관들과 협의를 거쳐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보렐 대표는 "러시아인에 대한 비자 간소화 협정 적용 중단 이후 신규 비자 발급이 상당히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U의 이 같은 결정에 알렉산드르 글루시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EU가 제 발에 총을 쏘고 있다"며 "러시아 정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결과와 상관없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고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전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비자 발급 금지 움직임에 대해 "만약 EU가 자국 시민을 겨냥한다면 국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2007년부터 시행된 러시아인에 대한 EU 비자 발급 간소화 협정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 2월 말부터 사업가나 정부 대표, 외교관에 대해서 먼저 효력이 정지된 상태였다. 전쟁 중에도 유럽에 와서 쇼핑과 휴양하는 러시아인들이 늘어나면서 지난달부터 EU 일부 국가에서 민간인 여행자에게도 비자 발급 제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유럽국경·해안경비청 '프론텍스'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육로로 유럽에 들어온 러시아인은 100만명 가량으로, 이들 대부분은 러시아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를 경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여행객에 대한 관광비자 발급을 아예 중단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EU의 이번 결정은 반쪽짜리 조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유엔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측은 "수천 명의 민간인을 죽이고, 도시를 황폐화시킨 전쟁에 대해 러시아 민간인들도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폴란드·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일부 동유럽 국가와 핀란드도 EU의 조처가 충분치 않다며 우크라이나 측에 동조했다. 이들 4개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긴급한 공공 안보 문제를 대처하기 위한 목적으로 (러시아인에 대한) 금지나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르마스 레인살루 에스토니아 외무장관은 "러시아·벨라루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일부 국가는 EU 비자를 소지한 러시아 국민에 대한 발급 금지 혹은 국경 통과 제한을 고려할 것"이라며 "수주 내로 러시아인의 입국을 막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다만 프랑스와 독일은 러시아인에 대한 비자 발급 중단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비자 정책에 대한 광범위한 규제가 러시아인들을 희생시키며, 러시아의 미래 세대를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교장관은 "러시아인들이 서방 제재에 따른 좌절감으로 '푸틴 반대'가 아닌 자칫 '반 EU'로 돌아설 수 있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러시아 접경 국가들은 러시아 여행객에 대한 제재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현지 매체 폰탄카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EU가 유로화 현금을 러시아로 반입하는 것을 금지한 제재에 따라 핀란드 국경에선 최근 귀국하는 러시아 여행객에게서 유로를 몰수하고 있어 러시아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에 러시아인들은 중국 결제시스템인 유니온페이를 사용해 쓰는 등 제재를 우회하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박소영·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