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내년 세금(국세)이 400조4570억원 걷힐 것으로 30일 전망했다. 사상 첫 400조원 돌파지만 올해보다 0.8%(3조3684억원) 늘어난 것으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이는 금리·물가 상승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데다 윤석열 정부가 ‘감세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서다. 정정훈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높은 물가 수준으로 인한 법인·개인사업자 소득 증가세 둔화,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과 증권 거래 둔화 등이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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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목별로 온도 차가 컸다. 올해 7조원을 웃도는 증권거래세 수입은 내년 29.6% 줄어든 4조9739억원으로 꺾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 증권거래세 인하 효과도 있고 증권거래대금이 올해 대비 15%가량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반영했다”고 말했다.
내년 양도소득세 수입은 올해 대비 3.3% 감소한 29조7197억원, 종부세 수입은 16.1% 적은 5조7133억원으로 각각 예상됐다. 정부가 종부세 등 세제 완화에 나선 데다 부동산 경기가 꺾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세수 풍년을 주도했던 법인세 증가 흐름에도 ‘브레이크’가 걸린다. 정부의 법인세 인하 정책, 기업 실적 둔화 여파다. 내년 104조9969억원이 걷힐 것으로 전망됐는데 올해보다 0.1% 감소한 수치다.
반면에 내년 소득세수는 올해와 견줘 3% 증가한 131조8632억원으로 예상됐다. 부가가치세 수입도 내년 3.6% 늘어 83조2035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경기가 둔화하더라도 치솟는 물가 때문에 인건비와 물건값이 오르면서 관련 세 부담은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기재부 전망대로라면 내년 정부 주머니 사정은 팍팍하다. 올해처럼 ‘깜짝’ 초과 세수로 여윳돈을 마련할 상황이 되지 않는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세제는 기본적으로 누진제를 채택하고 있어 소득이 늘어나는 것보다 세수가 더 늘어나는 구조인데, 내년 세수는 현 정부 감세 정책 영향 등으로 (올해와 비교해) 거의 동결 수준”이라며 “재정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기재부는 ‘2022~2026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대 중반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미래 세대를 위한 재정 건전성 확보 차원에서다.
관리재정수지는 국민연금 등 기금을 제외한 정부의 수입에서 지출을 뺀 것으로, 재정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 비율은 코로나19 대응으로 나라 살림 씀씀이가 커지면서 2020년 5.8%로 급등했다. 이후 줄곧 4~5%대에 머물러 왔다. 적자 폭 관리를 위해선 2026년까지 5%대 미만으로 재정지출 증가율을 관리한다. 문재인 정부의 본예산 증가율은 연평균 8.7%였다.
이렇게 방향을 정한 것은 나랏빚 증가세를 억누르기 위해서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26년까지 52.2%로 관리하는 게 목표다. 2025년 기준으로 보면 문 정부의 계획보다 7.4%포인트 축소됐다. 절대 규모로는 국가채무가 문 정부 계획보다 100조원 이상 감소한다.
세종=조현숙·정진호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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