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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무너지는 교권...수업 중 교단에 벌러덩 누운 학생, 그대로 수업한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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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교육청, 교사-학생 분리하고 조사 예정
교원단체들 "교권 추락의 민낯 보여줘"
한국일보

충남의 한 중학교에서 남학생이 수업 시간에 교단에 나가 휴대폰을 든 채 드러누워 있다. SNS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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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홍성군의 한 중학교 3학년 교실에서 교사가 수업 중인데도 학생이 교단에 드러누워 휴대폰으로 교사를 촬영하는 듯한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며 교권 침해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교사가 휴대폰 충전 안 된다 했지만 '무시'


29일 충남교육청에 따르면, 영상 속 학생은 과잉행동장애 등 특수교육 대상은 아니다. 다만 체육대회 때도 영상 속 담임교사를 쫓아다니는 등 관심을 받기 위한 행동을 자주 했다는 게 충남교육청 설명이다.

해당 영상에서 남학생은 교사가 칠판에 판서를 하는데도 교단 쪽 콘센트에 충전기를 연결한 휴대폰을 들고 드러누워 교사 쪽을 향해 휴대폰을 조작하고 있다. 영상에는 "이게 맞는 행동이냐" 등 학생을 비판하는 같은 반 학생들의 목소리가 담겼지만 적극적으로 제지하지는 않았다. 해당 학생은 수업 중에 교사에게 휴대폰을 충전해도 되는지 물었고 교사가 안 된다고 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교단 앞에 있는 콘센트에서 충전을 했다.

현재 홍성교육지원청과 해당 학교는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학교 측은 학생이 교사를 휴대폰으로 촬영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학생 동의를 얻어 경찰에 조사를 의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생활교육위원회와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학교 측은 임시로 학생과 교사의 분리를 위해 담임교사를 교체했고, 담임교사 교과 수업 때는 해당 학생이 별도의 공간에서 수업자료를 받아 공부하도록 조치했다.

교사는 교권 침해 아니라는데..."이 정도 사례 비일비재 방증"


해당 교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교권 침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학교 측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교원총연합회(교총) 관계자는 "이 정도 수업 방해 및 교권 침해 사례는 비일비재하다는 방증"이라며 "학생이 문제 행동을 했을 때 교사가 이를 제지하려고 해도 학생이 무시하면 조치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생활지도 측면에서 교사들은 한없이 무기력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영상이 게시된 SNS 계정에는 같은 교실로 보이는 곳에서 상의를 벗은 남학생이 수업 중에 "요컨대"를 연달아 큰 소리로 외치는 영상도 올라와 있다.

지난달 교총이 전국 교원 8,6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수업 중 학생의 문제 행동을 매일 겪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61%나 됐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문제 행동 학생으로 인해 여타 학생의 학습권 침해가 심각하다는 응답은 95%에 달했다.

교원단체들 "생활지도법 조속히 마련해야"


교원단체들은 이날 일제히 입장문을 내고 교권 강화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교총은 이번 사건에 대해 "교권 추락의 민낯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교권 회복과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를 위해 즉시 생활지도법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교내 휴대폰 사용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는 학교 내 휴대폰 소지·사용 확대 권고만 계속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휴대폰을 이용해 여교사에 대한 성희롱·성폭력을 저지르는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학교의 현실과 고충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총 관계자는 "교사는 학생의 문제 행동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면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며 "교사의 생활지도권 강화와 함께 법적 보호제도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역시 "눈으로 봤지만 믿을 수 없는 참담한 모습"이라며 "충남교육청은 제대로 진상조사를 실시해 합당한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서울교사노조도 "국회와 정부는 하루속히 생활지도법을 제정하고, 교권 침해 시 가해 학생과 교원의 즉시 분리 등 실질적이고 실효성 있는 학생생활지도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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