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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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급속한 고령화로 한국 등 아시아 신흥국 경제가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보다 정교한 정책체계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진국보다 대외 불확실성이 큰 신흥국들은 향후 기준금리 결정을 포함한 미래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안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27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패널 토론자로 참석해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신흥국 및 소규모 개방경제에 대한 교훈'이라는 주제의 논문을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잭슨홀 회의는 미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매년 8월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주최하는 심포지엄으로 한은 총재가 잭슨홀 회의 세션 발표자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총재는 이날 중앙은행의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중앙은행이 향후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미래의 통화정책 방향을 예고하는 소통 수단을 의미한다. 그는 반대로 비(非)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를 미래의 정책 경로에 대해 정성적인 또는 특정 시기나 임계치에 기반한 사전 안내를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과거 연방준비제도(Fed)가 '적어도 2015년 중반까지' 또는 '적어도 실업률이 6.5% 이상으로 유지되는 한' 등의 조건 하에서 저금리 장기화를 시사한 표현 등을 비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의 예로 들었다.
이 총재는 선진국과 달리 신흥국에서는 비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가 정책수단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신흥국은 대외 불확실성이 커 급격한 경제여건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출구전략의 유연성을 크게 제약하는 비전통적 포워드가 가이던스가 신흥국의 이상적인 정책수단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신흥국의 경우 중앙은행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총재는 "비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가 성공하려면 중앙은행이 발표한 정책경로의 이행이 실현 가능하다고 믿을 수 있고 중앙은행의 정책목표에도 부합해야 하는데 이런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투기적 공격 등의 부작용에 직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의 대안으로 시나리오에 기반한 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지속성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을 때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는 시나리오'와 '인플레이션 압력이 일시적인 시나리오'로 나눠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포워드 가이던스를 했다면 보다 유연하게 정책 대응을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인구 고령화 등으로 향후 한국 등 신흥국 경제가 구조적 장기침체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포워드 가이던스 등 비전통적 정책수단을 완전히 포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한국은 물론 중국, 태국과 같은 아시아 신흥국의 급속한 고령화를 고려하면 이들 국가가 장래에 저물가, 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며 "신흥국들은 앞으로 시나리오 기반의 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와 같은 보다 정교한 정책체계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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