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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10년간 나토 누빈 미모의 러 스파이 근황 보니…"아우디 끌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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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모의 러시아 여성 스파이가 이탈리아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합동군사령부, 미 해군 6함대 주요 인사와 친분을 맺으며 10년간 암약한 것이 드러났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영국 온라인 탐사 매체 ‘벨링캣’, 독일 주간지 ‘슈피겔’, 러시아 탐사보도 매체 ‘디 인사이더’와 공조해 10개월 간 조사한 끝에 26일 이같은 사실을 보도했다.

중앙일보

이탈리아에서 암약한 미모의 러시아 스파이 올가 콜로보바. 연합뉴스


긴 생머리가 눈에 띄는 스파이의 활동명은 ‘마리아 아델라’였다. 활동 무대는 이탈리아 남부 항구도시 나폴리였다. NATO 합동군사령부가 있는 곳이다. 그는 2009~2011년 로마와 몰타를 오간 뒤 2013년 나폴리에 정착했다.

아델라는 보석가게를 운영하며 자신의 정체를 감췄다. 6개국어에 능통한 그는 환한 미소와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사교클럽을 통해 군 주요인사와 접촉했다. 그는 나토 합동군사령부에서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데이터 시스템 관리자와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라 레푸블리카’는 “아델라가 나토와 미 해군 사령부 내부까지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토와 미 해군이 주관한 연례 댄스 행사, 자선 행사에 참석했다는 증거는 존재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토 합동군사령부는 주요 인사들이 모인 만찬 행사에서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술잔을 들고 웃으며 다가온 이 여성이 러시아 스파이였다는 사실을 짐작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델라가 빼돌린 기밀 정보가 무엇이었는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 매체는 “어떠한 러시아 스파이도 나토 본진에 이렇게 깊숙이 침투한 적은 없었다”면서도 “이 스파이가 어떤 정보를 취득했는지, 남자친구의 휴대전화와 컴퓨터에 바이러스를 심어놓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아델라가 이탈리아 입국 때 사용한 러시아 여권이 스파이 혐의를 포착한 단서가 됐다. 아델라는 총 3개의 러시아 여권을 사용했다. 3개 모두 여권번호가 러시아군 정보기관 총정찰국(GRU) 요원들의 것과 흡사했다.

GRU는 2018년 3월 신경작용제 ‘노비촉’을 이용해 영국에서 전직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을 독살하려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을 모았다. 2018년 9월 14일 ‘벨링캣’과 ‘디 인사이더’가 독살 시도 용의자들의 얼굴을 공개하자 바로 다음 날 아델라는 나폴리를 떠나 모스크바행 비행기를 탔다. 이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공개된 러시아 데이터베이스와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아델라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의 실명은 올가 콜로보바로 1982년생이었다.

‘라 레푸블리카’는 “2018년 갑자기 사라진 콜로보바는 현재 모스크바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고급 아파트 2채와 아우디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콜로보바의 아버지는 앙골라·이라크·시리아 등에서 첩보활동으로 많은 훈장을 받은 러시아군 대령 출신이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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