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이슈 동아시아 영토·영해 분쟁

미·중, 대만해협서 ‘뉴노멀’ 경쟁…미 정치인 또 대만방문, 중국 실탄훈련 응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차이잉원 대만 총통(오른쪽)이 26일 총통부를 방문한 마샤 블랙번 미국 상원의원과 선물을 교환하고 있다. 대만 총통부 제공·로이터연합뉴스


이달 초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대만해협에서 미국과 중국이 경쟁적으로 ‘뉴노멀(새로운 기준)’ 만들기를 시도하며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미국 정치인들은 계속 대만 방문을 이어가며 국제사회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는 중국의 ‘금기’를 깨뜨리고, 중국은 대만해협 중간선 무력화와 군사훈련을 일상화하며 대만해협에서의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형국이다.

대만 총통부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26일 총통부에서 마샤 블랙번 미국 상원의원을 접견했다고 밝혔다. 블랙번 의원은 전날 오후 11시 45분쯤(현지시간) 대만에 도착했다.

블랙번 의원은 이달 들어서만 네 번째로 대만을 방문한 미국 정치인이다. 지난 2∼3일 펠로시 의장 방문 이후 10여일만에 미 상·하원의원 5명이 대만을 찾았고, 지난 21∼24일에는 에릭 홀콤 미 인디애나주 주지사가 대만을 방문해 차이 총통 등을 만났다. 블랙번 의원은 홀콤 주지사가 대만을 떠난 다음날 밤 바통을 이어받 듯 미군 군용기를 타고 대만에 도착했다.

블랙번 의원은 성명에서 “대만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가장 강력한 파트너로 고위급 인사의 정기적인 방문은 미국의 오래된 정책”이라며 “나는 중국의 위협 때문에 대만에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차이 총통은 이날 블랙번 의원을 접견한 자리에서 “항상 대만의 중요한 친구였던 블랙번 의원이 중요한 순간 대만에 온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는 대만에 대한 미 의회의 강력한 지지를 행동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미국 각계의 여러 인사가 잇따라 대만에 왔고 이러한 따뜻한 행동과 지지는 대만의 자기방어 의지를 재차 강화하고 있다”면서 “대만 국민을 대표해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최근 세계 정세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장기 군사훈련 등 많은 중대한 변화가 있다”며 “민주국가들이 단결해 민주·자유의 가치를 수호하고 미국과 다른 이념이 비슷한 민주국가들이 함께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지켜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블랙번 의원은 이날 구리슝(顧立雄) 국가안전회의 비서장(사무총장)과 우자오셰(吳釗燮) 외교부장을 만나고 27일까지 대만에 머물며 미국과 대만의 안보, 경제무역 관계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다고 대만 외교부는 전했다.

중국은 미 정치인의 잇단 대만 방문에 반발하며 또 다시 군사 훈련으로 응수했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이날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이번 방문은 미국이 대만해협에서 안정을 원치 않으며 양측 대결을 촉발하고 내정에 간섭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응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중국 푸젠성(福建) 해사국은 이날부터 이틀 간 대만을 마주보는 푸젠성 연해에서 실탄 사격훈련이 실시된다며 훈련 기간 해당 지역의 선박 진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앞서 이달 초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이후 대대적인 대만 포위 훈련을 진행했으며, 미 상·하원 의원단이 대만을 찾은 지난 15일에도 군용기와 군함을 대거 동원해 실전 훈련을 펼쳤다. 동시에 중국 군용기와 군함은 펠로시 의장 방문 이후 지속적으로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나들며 대만과의 실질적 경계선으로 여겨져 온 중간선을 무력화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 정치인들이 잇따라 대만을 방문해 지지와 연대 의사를 표명하고 중국은 중간선을 무력화하며 군사행동으로 대응하는 이같은 패턴이 대만해협의 뉴노멀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중국이 수교국에 하나의 금기처럼 내세우는 대만과의 교류를 일상화하면서 단계적으로 목적을 달성하는 ‘외교적 살라미’ 전술을 구사하고, 중국은 이를 빌미로 대만해협에서의 중간선 무력화와 일상화된 군사행동을 새로운 현상으로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중국 군사전문가인 니러슝(倪樂雄)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서는 중국 군용기의 출격은 대만 관리들이 미 정치인들을 만나는 외교적 살라미에 대한 대응”이라며 “이는 뉴노멀 대 또 다른 뉴노멀, 살라미 썰기 대 또 다른 살라미 썰기로 한쪽이 다른 쪽의 살라미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살라미를 썰기를 하는 식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 [뉴스레터]좋은 식습관을 만드는 맛있는 정보
▶ ‘눈에 띄는 경제’와 함께 경제 상식을 레벨 업 해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