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핵심광물·부품규정 세부지침 연말까지 성안…"美와 교섭"
'북미 최종조립' 요건은 당장 유연성 발휘 어려울듯
외교부 |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외교부는 한국산 전기차를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 미 행정부에 "최대한 법의 집행에 있어 유연성을 발휘해달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25일 기자들과 만나 "산업통상자원부, 현대·기아차 등 업계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당국자는 "배터리 부품, 핵심광물 사용 요건은 아직 구체적 사항이 정해지지 않아 재무장관에게 권한이 있다"며 "저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만들어지게끔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RA에 따르면 리튬, 흑연 등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이 일정 비율 이상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수출·가공됐거나 아니면 북미지역에서 재활용됐을 경우 3천750달러의 세액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요건이 내년부터 추가된다.
이와 함께 배터리 부품에서 북미산이 일정비율 이상 포함돼야 역시 3천750달러의 공제 적용을 내년부터 받을 수 있다. 이들 2개 요건에 대해서는 미 재무장관이 올해 말까지 세부 지침을 발표하게 돼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가 공급망 관련해 미국과 협력하는 게 많고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핵심광물 안보 파트너십(MSP) 등에서도 협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계기를 모두 활용해서 최대한 우리에게 좋은 방향으로 규정이 만들어지게끔 미국과 교섭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IRA가 보조금 지급 기본요건을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로 규정한 부분은 이미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법에 서명한 즉시 발효됐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유연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이 당국자는 설명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조립 요건은 입법을 통해서만 수정 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방향으로 되게끔 노력을 차곡차곡 해나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 엄청난 금액을 투자하는 상황에서 (이번 IRA 규정이) 양국간 높아진 우호관계와는 너무 다르다는 점을 계속 제기했다"고도 말했다.
11월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 IRA가 호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법 내용이 완화되는 것도 선거 이전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외교부는 경제외교를 총괄하는 2차관이 카운터파트인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에게 서한을 보내는 방안 등을 추진 중이며 한국 자동차 공장이 있는 주 출신 의원, 친한파 의원 등 미국 의회 인사들도 접촉해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조치가 한미 FTA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한 소지가 있다는 것이 정부의 인식이다.
다만 WTO 제소나 한미 FTA 분쟁해결 절차 활용을 추진할지에 대해 이 당국자는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해당되는 부서에서 모든 가능성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이런 강수를 뒀을 때 미국과 관계에 영향을 줘 결과적 목적을 이루지 못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부분도 충분히 검토는 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법 위반인지는 정무적 문제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유럽연합(EU) 등과 공동대응을 추진하느냐는 질문에는 "아직까지 접촉한 바로는 (EU 측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전기차를 생산하는 나라들끼리 공조하자는 얘기들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당국자는 IRA 과정에서 정부가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에는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처리됐다는 표현을 쓰며 "제대로 로비를 할 수도 없는 찰나의 순간에 진행됐다는 것이 저희로서도 아쉽다"고 말했다.
IRA는 미 상원을 이달 7일(이하 현지시간), 하원을 12일 통과했고 문안 수정없이 16일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이 이뤄졌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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