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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대법, '방문진 이사장 모욕' 광주MBC 전 사장 무죄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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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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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일준 전 광주MBC 사장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을 소셜미디어(SNS)에서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송일준 전 광주MBC 사장에게 2심까지 내려진 유죄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오늘(25일) 모욕 혐의로 기소된 송 전 사장의 상고심에서 벌금 5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사용한 표현이 '모욕적 표현'에 해당해 (모욕죄) 구성요건이 인정된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면서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공적 활동과 관련한 자신의 의견을 담은 게시글을 작성하면서 이 사건 표현을 한 것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없어진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송 전 사장은 MBC PD협회장이던 2017년 페이스북에 고 전 이사장이 시민단체에 고발당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를 올리면서 '간첩 조작질 공안검사 출신 변호사', '철면피 파렴치 양두구육(羊頭狗肉·겉과 속이 다름)', '극우 부패세력' 등의 표현을 쓴 혐의를 받았습니다.

검찰은 고 전 이사장의 고소로 수사를 진행한 뒤 송 전 사장을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했습니다.

송 전 사장은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습니다.

1심은 "이 사건에서 '조작질', '철면피', '파렴치' 등은 비속어는 아니지만, 인신공격성 표현으로, 고소인의 사회적 평판을 저하하거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모욕에 해당한다"며 유죄 판단을 내렸습니다.

2심은 1심의 판단을 대부분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간첩 조작질' 부분은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것이므로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놨습니다.

판결은 1심과 같은 벌금 50만원의 선고유예였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송 전 사장을 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문제의 표현이 나온 시점에 송 전 사장은 PD협회장으로서 MBC 감독 기관인 방문진 이사장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는 점, 게시글의 전체적인 내용이 '고발을 당한 고 전 이사장에게는 방문진을 이끌 자격이 없다'는 취지라는 점 등이 근거입니다.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대법원은 '파렴치'와 '철면피', '양두구육'은 상황에 따라 일상생활이나 언론, 정치 영역에서 상대방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표명할 때 흔히 사용되는 표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극우 부패세력'이라는 말에는 범죄행위를 연상케 하는 용어가 포함되기는 했지만 이념적 지형이 다른 상대방을 비판하기 위해 비유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고도 설명했습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언론이나 정치 영역에서 빈번하게 쓰이는 이번 사건 속 표현이 모욕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표현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 표현 자체의 문제점은 지적하면서도 위법성 조각 여부를 판단할 때의 고려사항을 제시한 것"이라며 "비정치적 영역과 비교해 정치적 영역에서 표현의 자유는 더 강조된다는 점을 밝힌 데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김관진 기자(spiri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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