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임종철 디자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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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떨어져도 동학개미는 시장을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삼성전자, 카카오, 네이버 등 대형 우량주 위주로 개미는 몰렸다. 2년 전 폭락장에서 용기를 낸 동학개미들이 큰 수익을 기록한 것처럼 지금 하락장을 기회로 여기는 개인 투자자들이 여전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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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0명 중 1명은 삼성전자 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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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머니투데이가 올해 반기보고서 상 소액주주(지분율 1% 미만) 10만명 이상 기업 99곳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 중 73곳은 전년 동기대비 소액주주가 증가했다. 지난해 6월말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코스피 지수는 29.2% 하락했는데도 상장사의 약 70%는 소액주주가 오히려 늘어났다.
소액주주가 가장 많은 기업은 단연 삼성전자다. 2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의 소액주주는 592만명으로 지난해 6월보다 137만명(30.3%) 늘었다. 지난해 말 대비로도 85만명(16.9%) 증가했다. 올해 우리나라 인구(5163만명)를 기준으로 하면 국민 10명 중 1명(11.5%)은 삼성전자 주주인 셈이다.
삼성전자 다음으로 소액주주가 많은 기업은 카카오다. 2020년 말 56만명에 불과했던 카카오 소액주주는 지난해 2분기 154만명, 지난해 말 192만명, 올해 2분기에는 204만명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제2의 국민주인 셈이다.
NAVER 소액주주는 97만명으로 전년 대비 72.7%, 지난해 말 대비 23.9% 증가했다. SK하이닉스 소액주주는 지난해보다 120% 증가한 95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대한항공(88만명) △LG전자(66만명) △HMM(57만명) △셀트리온(50만명) △LG디스플레이(43만명) △대우건설(34만명) △한화솔루션(33만명) 등 대부분 대형주가 최근 1년 간 주가 부진 속 소액주주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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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계좌수를 기준으로 봐도 흐름은 비슷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2일 기준 주식거래활동 계좌(예탁자산 10만원 이상이면서 최근 6개월 간 한 차례 이상 거래가 있었던 계좌)는 6300만개로 연일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전년 동기대비 30.8%, 지난해 말 대비로는 13.5% 증가했다.
동학개미운동은 2020년 이후 국내 증시에서 하나의 큰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19세기 말 외세에 맞서 싸웠던 동학농민처럼 코로나19 폭락장에서 외국인 매도세에 맞서 국내 주식을 사들인 개인을 동학개미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후 반등장에서 코스피가 3000을 넘기까지 국내 증시를 이끈 원동력이기도 했다.
당시 동학개미들은 삼성전자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삼성전자가 망하면 대한민국이 망한다'는 생각으로 마이너스 통장까지 뚫어 투자했다.
각 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와 부양책 등으로 증시는 다행히 빠르게 반등했다. 폭락장에서 코스피 3000까지 성공을 경험한 동학개미는 '하락장 투자=성공'이라는 공식을 체득한다. 최근 하락장에도 오히려 소액주주가 증가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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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주식수는 오히려 감소…"지금이 바닥 아닐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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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소액주주 증가 현상이 2020년 동학개미운동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2020년의 경우 주가 상승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증시에 대거 몰렸던 거라면 지금은 지난해 고점에서 물린 투자자들이 빠져나가지 못한 상태에서 저가 매수를 노리고 들어온 신규 투자자들이 더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 올해 상장사 대부분이 소액주주는 늘었지만 1인당 보유 주식수는 지난해보다 줄었다.
삼성전자의 경우 소액주주 1인당 보유주식수는 669주로 지난해 6월(852주)와 지난해 말(774주) 대비 모두 감소했다. 22일 종가로 추정한 1인당 보유금액은 평균 4012만원이다. 지난해 6월말 평균 보유금액 6878만원(당시 주가 8만700원 기준)보다 2866만원 줄었다. 주가 하락으로 보유 주식을 일부 손절했거나 그 만큼 손실을 봤다는 의미다.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소액주주 1인당 카카오 보유주식은 지난해 6월 175주에서 올해 6월 137주로 감소했다. 이 기간 카카오 주가는 16만3000원에서 7만5000원으로 반토막 났다. 1인당 평균 보유금액 역시 2855만원에서 현재 1027만원으로 줄었다.
SK하이닉스(1051주→497주, 이하 지난해 6월과 올해 6월 평균 보유주식수), 네이버(190주→117주), LG전자(430주→144주) 등 다른 상장사들도 소액주주들의 보유주식수가 줄긴 마찬가지다.
김현준 더퍼블릭자산운용 대표는 "주가가 많이 하락하면서 기존에 물린 투자자들은 시장을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지만 주식 비중을 많이 줄였을 것"이라며 "2020~2021년 시장에 들어오고 싶어도 들어오지 못했던 투자자들이 이번 하락장을 보고 새로 합류하면서 소액주주가 더 늘어난 듯 하다"고 분석했다.
소액주주가 계속 늘어나는 현상을 마냥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우리나라 증시는 펀드 등 간접투자보다 개인 직접투자 비중이 높아 변동성에 취약하고 장기투자보다는 단타 위주의 시장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약세장의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의 증가는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며 "과거 증시 역사를 보면 하락장에서 지친 개인이 주식을 팔면 다시 강세장이 시작되면서 외국인이 돈을 벌었던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애널리스트 출신의 주식 전문가 김희욱씨는 "미국 금리 인상과 양적긴축 등 악재가 여전한데 주가가 고점 대비 많이 떨어졌다고 해도 지금이 바닥이라는 보장이 없다"며 "최근 주식 시장에 들어온 투자자들이 과연 2020년처럼 돈을 벌 수 있을지 전혀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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