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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첫날 '마이너스' 쏘카의 굴욕…"따상, 上, 上 공모주는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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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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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카 이미지/사진=쏘카 공식 홈페이지


자본시장 혹한기를 뚫고 '스타트업 유니콘' 쏘카가 코스피 시장에 입성했다.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 2배에 시초가 형성 뒤 상한가를 기록하는 현상)'은커녕 공모가를 6% 밑돌며 첫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도 9000억원을 밑돌며 체면을 구겼다.

전세계적인 금리 상승과 경기 둔화로 지난 2년간 호황과 과열을 경험한 공모주 시장 거품이 빠지고 있다. 상장 후 100% 시초가에 3연속 상한가, 4연속 상한가가 속출했던 지난해 공모주 시장과 180도 달라진 분위기다.

22일 코스피 시장에서 쏘카는 공모가와 동일한 시초가를 형성하며 첫 거래를 개시했다. 장 초반 4.1% 오른 2만9150원까지 상승했지만 결국 1700원(6.07%) 내린 2만6300원에 마감했다.

쏘카는 수요예측 과정에서도 흥행 부진해 공모가를 희망 밴드(3만4000원~4만5000원) 대비 대폭 낮춘 2만8000원으로 조정했지만 첫날 거래에서 공모가를 하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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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가 기준 시가총액도 기존에 기대했던 1조1436억원에서 9163억원으로 줄었는데 상장 첫날 시가총액은 8607억원으로 9000억원에도 못미쳤다.

'모빌리티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을 넘어선 스타트업)으로 불렸지만 상장 과정에 유니콘의 타이틀마저 과감하게 포기하며 증시 입성을 택했지만 출발은 어두웠다.

2022년 들어 공모주 투심은 꺾이고 거품은 빠지는 중이다. 지난해 시장의 주목을 한몸에 받은 대어급 공모주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등이 상장 후 반토막나며 투심을 크게 약화시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IPO 수요예측을 실시한 13개 기업 중 9개 기업이 공모가 밴드 상단을 돌파했으나 올해 1월부터 공모가 밴드 상단을 돌파하는 기업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7월에는 수요예측을 실시한 7개 기업 중 3개 기업만 밴드 상단을 돌파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으로 시장 자금흐름은 말랐고 비상장기업, 성장기업의 기업가치평가(밸류에이션)에 대한 눈높이가 보수적으로 변했다"며 "LG에너지솔루션 상장 후 IPO(기업공개) 공모주 시장은 불황을 겪고 있으며 자금경색, 증시하락, 수요예측 제도 변경 등이 침체 속도를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금리 상승은 자금조달 시장 전체에 파괴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IB(투자은행)업계에서는 후순위도 아니고 선순위대출 금리가 5%를 넘어 6~7%에 달할 정도로 상승했다.

2분기까지 국내 IB를 먹여살렸던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은 신규 딜은 하반기 들어 실종됐다. 작년까지만 해도 벤처캐피탈업계에 넘쳐났던 자금이 말라붙으며 스타트업계는 혹한기에 접어들었다. 유니콘의 장외몸값이 하락하고 예비 유니콘, 베이비 유니콘들은 투자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올 초부터 금융감독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모가를 모니터링하기 시작한 것도 공모가 거품 소멸에 영향을 미쳤다. 유진형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감독당국은 주관사의 희망공모가 밴드 산출 과정을 면밀히 모니터링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증권신고서 정정을 하면서 비교기업이나 기준 실적을 변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상장 예정기업과 주관사도 희망 공모가 밴드를 무리하게 높이지 않거나 상장 후 주가 상승을 노리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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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을 크게 낮춘 쏘카는 결국 코스피에 입성했지만 스타트업계는 참담한 분위기다. 창업 10년을 맞이한 국내 대표 스타트업 쏘카의 험난한 상장은 결국 후속 유니콘의 몸값과 베이비 유니콘의 투자유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서다.

김영덕 디캠프 상임이사는 "작년까지 시중 자금이 넘쳐났을 땐 스타트업이 혁신성에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지금은 자본시장 자금 경색이 나타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며 "쏘카도 그런 관점에서 1조원을 소폭 밑돌았지만 결과적으로 상장에 성공했다고 평가하며 자금 경색이 풀리면 공모 기업의 시장 가치도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비상장기업 다수는 상장을 연기했다. 2022년에만 SK쉴더스, 원스토어, 현대오일뱅크, 태림페이퍼가 상장예비심사 통과 후 상장을 철회했다. 시가총액 10조원 이상 예상됐던 현대오일뱅크는 고유가라는 우호적 환경에도 상장을 접었다. CJ올리브영, SSG닷컴 등 대어도 상장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한편 IPO 빙하기에도 또 다른 유니콘 마켓컬리와 골프존카운티는 22일 한국거래소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오정은 기자 agentlittl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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