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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탈레반 재집권 아프간, 불교유적 수난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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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미얀 석굴에 새겨진 벽화 일부 도난

수장고내 불상 파편·불경 등도 사라져

전문가 “문화재 가치 높은 유물만 피해”

국제기구들 철수, 조사·정비 중단상태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세력이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재집권한 뒤 다시 불교 문화재가 훼손되거나 도난당하는 수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탈레반이 1차 집권 때인 2001년 3월 높이 55m, 38m의 세계적 문화유산 바미얀 대불을 폭탄을 사용해 산산조각 낸 것이 최악의 문화재 파괴 사례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다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일보

경계 서는 탈레반 전투원 험상궂은 표정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탈레반 전투원들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옛 대통령궁 앞에서 자동소총을 들고 경계를 서면서 노려보고 있다. 탈레반의 재점령 1주년을 맞는 15일 아프간에서는 인권 침해가 일상화되고 국민은 기아 상태에 허덕이고 있다. 카불=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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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사히신문은 “(탈레반 재집권을 즈음해 발생한) 혼란의 와중에 귀중한 불교 유적의 벽화가 (인위적으로) 벗겨지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문화재 수리나 조사도 정체된 상태”라고 21일 보도했다.

현지 사정에 밝은 문화재 전문가는 신문에 “올해 들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아프가니스탄 중부의 바미얀 불교 유적군 내의) 석굴에 새겨진 불교 벽화 일부가 도난당한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보존 상태가 좋아 색깔이 상대적으로 선명한 벽화는 석굴 정면에 문을 설치해 지키고 있지만 적어도 5점이 훼손됐다. 전문가는 “문화재적인 가치가 높은 벽화만 피해를 본 것으로 보인다”며 “능숙한 자의 소행인 것 같다”고 말했다.

탈레반 고위관계자도 “수장고에 있던 불상의 파편, 불경 등의 사료 등도 도난을 당했다”며 “자세한 것은 조사 중”이라고 인정했다. 신문은 “탈레반의 재집권을 전후해 발생한 혼란의 와중에 유적, 유물의 경비가 허술해진 틈을 타 피해를 보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문화재 정비, 조사 작업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탈레반 재집권을 전후해 각국 대사관이나 국제기구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면서 국제사회 지원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식량 부족이나 의료 위기가 가중되는 와중에 문화재 보호에 재원을 투입할 여유가 없는 게 현실이다.

신문은 “수도 카불에서 차로 30분 정도의 거리에 2∼7세기에 만들어진 다수의 불탑, 불상이 있다”며 “현지 비정부기구(NGO)에서 복원을 진행 중이지만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무함마드 파힘 라히비 카불국립박물관 관장은 “국제사회가 유적이나 수장품의 보호, 수리, 발굴 조사 등에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런 상황은 탈레반의 재집권 당시부터 우려됐던 점이다. 7세기 중반 이슬람교가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전까지 불교 문화가 융성했던 아프가니스탄에는 수많은 관련 유물, 유적이 남아 있다. 1∼7세기의 불교 유적을 포함해 역사적 가치가 높은 곳이 최소 1만 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탈레반은 1차 집권 때 이미 이슬람 교리에 반하는 우상 숭배로 간주하고 불상 파괴를 일삼았다. 또 유적지나 박물관에서 빼돌린 문화재들이 골동품 시장으로 유출돼 거래되기도 했다. 신문은 “재정난에 시달리는 이 나라에 유적은 관광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희귀한 자원이지만 그것을 보전하거나 조사할 만한 여력은 없다”고 지적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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