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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공장 다 뺀다" 소문에도…다시 6조원 몰린 이유 [신짜오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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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짜오 베트남-207] 최근 베트남 산업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뉴스는 애플이 사상 최초로 애플워치와 맥북 등 핵심 제품을 베트남에서 생산하기로 한 소식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중국 대신에 베트남을 점찍고 생산 공장을 옮기려고 하는 시나리오 입니다.

CNBC 등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애플의 주문생산업체인 폭스콘과 럭스웨어는 베트남 북부 지역에서 애플워치 테스트 생산에 돌입했습니다. 또 애플은 맥북 테스트 생산라인을 베트남에 설치할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홈팟 스피커를 베트남에서 생산하기 위한 협상도 진행 중이라는 소식입니다.

애플이 베트남으로 제품 생산라인을 서서히 옮기는 것은 갑자기 벌어진 일은 아닙니다. 발단은 미·중 무역분쟁이었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애플 제품의 상당수는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었는데 무역 분쟁 파장이 커지자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결국 에어팟 일부를 베트남에서 생산하는 식으로 애플이 생산기지 다변화에 나선 것이지요.

이번에 베트남에서 생산라인을 확대하기로 한 것은 지난 봄 중국의 상하이 봉쇄 조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시적으로 물류 등 기능이 마비되면서 생산에 큰 차질을 빚었고 이는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관건은 애플의 '알짜 상품'인 아이폰의 중국 생산 의존도를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 여부입니다. 지금은 90%가 훌쩍 넘습니다. 얼마 전 애플 전문가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9월 출시할 아이폰 14 시리즈 일부 모델을 인도에서도 생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요. 일부 외신들은 애플이 인도뿐만 아니라 브라질에서도 아이폰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애플이 생산라인을 서서히 확대하고 있는 베트남도 아이폰 생산기지 중 하나로 부각될 수 있습니다.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베트남 북부는 중국 대신 공장을 세울 요량으로 가장 매력적인 입지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가장 먼저 이동시킨 기업 중 하나로 한국의 삼성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5월 1차 준공을 마친 하노이 연구개발(R&D) 기지는 삼성의 전략을 한눈에 보여줍니다. 올해 완공이 예정된 이 센터는 삼성이 총 2억2000만달러(약 2910억원)를 들여 하노이시에 동남아 최대 R&D 센터를 짓는 내용입니다.

매일경제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왼쪽)이 지난 5일 베트남 하노이정부청사에서 팜민찐 베트남 총리와 만나 환담하고 있다. 노 사장은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당부했다. [사진 제공 = 베트남 정부 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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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더해 최근 베트남 현지에서 팜민찐 베트남 총리를 만난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추가 투자까지 약속했습니다. 이날 노 사장은 삼성전기가 베트남 북부 타이응우옌에서 1조원을 투자해 만든 고부가 반도체기판인 FCBGA 생산기지에서 내년 7월 제품이 본격 출시될 것이라 전했습니다. 이날 팜 총리는 "베트남은 삼성의 투자를 위한 최상의 조건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다. 더 많은 투자를 해달라"고 요청했고 노 사장은 "조만간 베트남에 33억달러(약 4조3700억원)를 추가투자할 것"이라고 화답했습니다.

얼마 전 베트남 부동산 국영기업 비그라세라 주최로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뉴노멀 시대의 베트남 투자전략 세미나' 들렀습니다. 주한베트남대사관 소속으로 유창한 한국어가 유명한 팜비엣뚜언 2등서기관 발표는 인상적이었습니다. "베트남은 동남아에서 유일하게 한국 등 동북아와 같이 젓가락을 쓰는 나라다"로 시작한 그의 발표에서 통계 그래프 몇 개가 눈에 띄었습니다.

첫 번째는 아세안 평균 임금 그래프였는데 베트남은 저비용 비숙련자 경우 월 216달러로 중국(470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점입니다(그는 2018년 통계를 인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숙련자 임금은 월 424달러였는데 중국(783달러)과 비교하면 여전히 경쟁력이 있었습니다. 말레이시아(비숙련자 356달러·숙련자 784달러), 태국(비숙련자 378달러·숙련자 699달러)과 비교해도 베트남 임금은 여전히 싸더군요.

또 하나 인상적인 그래프는 코로나19 사태의 정점을 찍은 이후 한국기업의 대베트남 투자가 다시 늘었다는 것입니다. 2019년에 79억1700만달러를 기록한 베트남 투자는 2020년에 39억4900만달러로 대폭 줄었지만 지난해 49억5300만달러로 다시 반등했습니다. 물론 사전에 예정됐던 LG디스플레이의 라인 투자 증설이 통계에 잡힌 영향도 있었지만 코로나19 사태에도 금액이 늘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게다가 삼성이 베트남에 33억달러 추가 투자를 약속한 상황이라 향후 그래프 역시 상승 곡선을 그릴 공산이 큽니다.

코로나19 발발 직후 민간 항공기 회항 사태 등이 발생하며 한국과 베트남간 심리적 거리가 확 멀어졌던 적이 있습니다. 이전까지 박항서 감독 선전 등으로 전례 없이 가까워진 두 나라였지만 이후 두 나라 네티즌은 원색적인 문구를 인터넷에 올리며 비방전을 펼치기도 했죠.

하지만 '돈 냄새가 나느냐 안 나느냐'만 주로 보는 냉정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양국 간 관계 방향은 대략 결정이 난 것 같습니다. 최근 비그라세라 주최로 열린 세미나 역시 만석에 가까운 흥행을 보였습니다. 제 옆자리 중소기업 사장으로 추정되는 한 신사는 끝까지 자리를 지켰습니다. 배부된 설문지에 적힌 그의 예상 투자금액은 20억원으로 기록돼 있었습니다.

[홍장원 기자(하노이 드리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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