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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현대모비스 쪼갠다" 2018년 엘리엇 그후...지배구조 개편 막 오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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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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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회사 현대모비스가 사업분할을 결정하면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재점화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지배력 확대를 위한 밑그림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8일 현대모비스는 모듈·핵심 부품 제조를 전담할 등 2개의 생산전문 통합 계열사 설립을 검토한다고 공시했다. 기존에 생산전문 협력사를 통해 운영하던 국내 모듈공장과 핵심부품공장을 2개의 100% 생산전문 자회사로 분할 설립하는 것이다.

현대모비스의 자회사 신설 소식에 시장에서는 '모듈, 부품사업 분할 악재' 소문이 돌며 현대모비스 주가는 16일부터 3일 연속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의도적으로 기업가치를 낮추려고 알짜 사업을 물적분할, IPO(기업공개)하려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대모비스의 이번 자회사 설립은 불법파견 논란을 벗어나기 위한 조치라고 해석했다. 방식도 물적분할이 아닌 자회사 설립 후 현물출자 방식이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는 일부 공장을 제외한 나머지 모듈·부품 공장에서 생산전문 협력사들과 도급 계약을 맺고 사내 하청 형태로 생산을 진행했다"며 "이것이 불법 파견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자 이번에 생산구조를 자회사 고용 형태로 변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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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기존 모듈·부품 사업의 기능 대부분은 현대모비스가 보유하되 생산만 전문 자회사를 설립해 기준 협력사 생산직원에 대한 경력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다. 송 연구원은 "이번 자회사 설립은 지배구조 이슈 또는 알짜 자회사 분할을 통한 지분 희석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사업 분할은 생산효율화 목적이 일차적이지만 결국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밑그림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회사 측은 이번 사업 개편은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이 없고 생산효율화가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두 가지 사안에 모두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했다.

2018년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의 모듈과 A/S 부문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정의선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등 주요 주주의 반대가 거세자 결국 무산(철회)됐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는 이질적인 사업부를 가지고 있어 사업구조 개편 필요성이 높다"며 "이번 계획대로 사업구조가 개편될 경우 불법파견 논란을 정리하고 생산보다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업 개편은 향후 재개될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포석 측면의 해석도 가능하다"며 "통상 지배구조 개편은 사업구조 개편을 수반해 명분과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최근 이어지는 현대모비스의 현금출자와 현물출자는 지배구조 개편 공식을 과거와 다르게 바꾸고 활용 가능한 선택지를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크게 3개의 순환출자 고리로 이뤄져 있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첫번째 순환출자 고리와 두번째 현대차→기아→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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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상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그룹의 가장 핵심 회사인 현대차와 기아를 지배하는 최선의 방법은 현대모비스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것이다. 모비스를 지배하면 출자 고리를 통해 현대차와 기아를 모두 지배할 수 있다. 때문에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하면서 현대모비스로 돌아가는 순환출자의 핵심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다.

정의선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0.32%에 불과하다. 정 회장이 가장 많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20.0%)와 현대엔지니어링(11.72%) 보스턴 다이내믹스(20%) 지분은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해가는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중요 재원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

지배구조 개편 방식은 다양할 수 있으나 2018년 이후 가장 널리 알려진 방식은 현대모비스를 분할한 뒤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것이다.

향후에도 2018년 지배구조 개편안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방식이 시도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번 모비스의 자회사 분할을 뚜렷한 명분(불법파견 문제 해결)에 의해 정당화된 분할이면서 동시에 지배구조 개편의 밑거름이라고 해석하는 것이다.

한편 19일 코스피 시장에서 현대모비스는 나흘만에 반등하며 3500원(1.66%) 오른 21만4500원에 마감했다. 김진우 연구원은 "현대모비스 주가는 저평가 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사업구조 개편 불확실성이 걷히기 전까지 당분간 변동성이 크겠다"고 판단했다.

오정은 기자 agentlittl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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