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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월성·북송… 대통령기록관 하루 두번 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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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청와대 윗선으로 향하는 검찰 수사

검찰이 19일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과 ‘귀순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 세종시에 있는 대통령기록관을 압수 수색했다. 두 사건 모두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있어 지난 정부 청와대 윗선을 향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전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 형사4부(부장 김태훈)는 이날 오전 “‘월성 원전 불법 가동 중단 청와대 개입 고발’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기록관을 압수 수색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과 시민단체 등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수현 전 사회수석, 문미옥 전 과학기술보좌관, 박원주 전 경제수석 등이 월성 원전 조기 폐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의혹이 있다며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발한 바 있다. 이날 검찰은 2018년 초 청와대에서 원전 조기 폐쇄를 결정하는 과정에 청와대 관계자들이 작성한 보고서, 청와대가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주고받은 문서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귀순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 이준범)도 이날 오후 수사팀을 대통령기록관에 보내 자료 확보에 나섰다. 검찰은 2019년 11월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탈북 어민 2명이 귀순 의사가 있는데도 합동 조사를 법적 근거 없이 조기 종료시키고 강제로 북한에 돌려보낸 의혹을 수사 중이다. 이와 관련, 국정원과 시민단체 등이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등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검찰은 당시 청와대가 강제 북송 방침을 결정한 회의 관련 자료와 국가정보원의 보고 자료 등을 선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압수 수색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한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원전 정책에 불만이 있으면 윤석열 정부가 원전 정책을 바꾸면 될 문제이지, 전 정부의 정책 변화 문제를 수사 대상에 놓고 괴롭히는 일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온당치 않은 일”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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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현재 수사 중인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 귀순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정부 부처 간에 논의된 내용을 확인해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해 이날 대통령기록관 압수 수색에 나섰다. 최장 30년간 비공개할 수 있는 대통령지정기록물도 관할 고등법원장이 영장을 발부하면 검찰이 자료 열람 등을 할 수 있다.

원전 사건을 맡고 있는 대전지검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과정이 시작된 2018년 초 청와대 자료부터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0년 10월부터 이 사건 수사를 시작한 검찰은 작년 6월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직권남용·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백 전 장관 등의 지시에 따라 경제성 평가를 조작하고 이사회에서 원전 가동 중단을 이끌어내 한수원에 1481억원 손해를 입힌 혐의(배임·업무방해)로 기소됐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2018년 4월 문미옥 당시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 월성 1호기를 방문하고 돌아온 뒤 청와대 내부 보고 시스템에 ‘월성 1호기 외벽에 철근이 노출되어 정비를 연장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등록했고 이를 확인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월성 1호기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가요’라고 댓글을 달았다”고 밝혔다. 또 “채 전 비서관이 산업부로부터 받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추진 방안 및 향후 계획 보고서’를 청와대 내부 결재 시스템 또는 대면 보고를 통해 (홍장표) 경제수석비서관, (장하성) 정책실장, (임종석) 비서실장의 중간 결재를 받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했다.

하지만 조기 폐쇄를 산업부 등에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 청와대 윗선에 대한 수사는 지난 정부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대전지검이 백 전 장관을 배임 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하려고 했지만, 김오수 전 검찰총장이 수사심의위가 반대한다며 추가 기소를 막았다. 청와대 앞에서 수사를 멈춘 셈이다. 검찰이 산업부 공무원 3명의 구속영장 청구 관련 결재를 올리기로 한 2020년 11월 24일 오후 6시,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이 돌연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직무 정지 명령을 내리고 징계 청구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이 댓글을 달고 이틀 만에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방침이 정해진 과정에 대한 청와대 문서를 확보하기 위해 이날 대통령기록관 압수 수색에 나섰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청와대 윗선의 위법성을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강제 북송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2019년 11월 귀순 어민 2명이 강제 북송되기에 앞서 이들에 대한 합동 조사가 불과 사흘 만에 강제 종료됐고 북송 방침이 미리 정해져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불법 지시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압수 수색에서 강제 북송 당시 청와대 의사 결정 관련 대통령 기록물을 열람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북한 어민 나포 전날(11월 1일) 국정원에 “대통령이 순방 가기 전에 조사·보고해야 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그해 11월 3~5일 태국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참석을 앞두고 있었다. 청와대는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과거 중대 범죄를 저지른 탈북자를 추방한 사례가 있느냐”는 문의도 국정원에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 귀순 어민의 배는 동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우리 해군의 퇴거 작전에 쫓기고 있었다. 검찰은 이런 정황들이 당시 청와대가 북한 어민들이 우리 해군에 나포되기 전부터 이들이 국내에 들어오면 서둘러 북송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뒀다는 방증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또 북한 어민의 배가 나포된 직후인 같은 해 11월 4일 오전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어민 합동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북송 방침이 이미 결정돼 있었다는 의혹도 있다. 검찰은 어민 북송과 관련한 주요 의사 결정이 당시 서훈 국정원장과 노 실장이 함께 논의해 이뤄졌고, 노 실장 주재 대책회의에서 북송 방침이 미리 결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윤주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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