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투자금 6억630만달러 '사상최고'…2021년 대비 76%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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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최근 들어 중국의 제조 기업들이 앞다퉈 멕시코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멕시코를 통해 대미 수출에 나설 경우 미국이 부과하는 무역 관세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더욱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기업들이 공급망 혼란을 해결하고자 '니어쇼어링'에 적극 나서고 있어, 당분간 멕시코에는 중국의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중국이 지난해 멕시코에 투입한 투자금은 6억630만달러(8679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대비 76% 늘어난 규모로, 1999년 처음 투자가 시작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가별 투자 규모를 보면 중국은 연 6억8470만달러를 투자한 한국의 뒤를 이어 투자 순위 9위를 기록했다.
현재 중국의 제조 기업들은 미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멕시코 북부의 누에보레온주에 공업단지를 짓고 있다. 해당 공업단지는 중국 저장성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기업들과 멕시코 기업들이 2017년부터 공동 건설한 곳이다. 이곳에는 중국 기업 20개가 진출한 상태며 그 중 10개의 공장이 생산에 돌입했다. 누에보레온주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기업의 직접투자 건수는 18건으로, 전년(7건)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2015~2018년 투자 건수가 연 1~2건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대폭 늘었다.
공업단지 건설뿐만 아니라 호텔과 주택 등 거주 관련 인프라 개발에도 중국 기업의 돈이 몰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홍콩을 포함한 중국의 멕시코 직접 투자 액수가 현 시점 기준으로 12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중국 기업들의 대대적인 투자가 미국의 대중 무역관세 회피 차원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임 도널트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2200개에 달하는 중국산 제품에 최대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기업들은 관세 폭탄에 허덕였다. 이후 양국이 무역관계 개선에 합의하면서 549개를 제외한 나머지 제품에는 관세 예외를 적용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가전제품, 가구 등 소비재에는 고율 관세가 적용된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적용하는 관세율은 평균 19.3%로 2018년 미중 간 무역 분쟁이 시작되기 이전보다 5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멕시코를 수출 거점지로 활용하면 중국산 제품에 적용되는 관세는 대폭 낮아진다. 2020년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이 발표되면서 3국 간에는 0%의 관세가 적용되도록 바뀌었다. 이에 중국의 가전, 가구 업체들은 멕시코에 미국 수출을 위한 공장을 공장 짓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최근 중국의 가전제품 회사인 '하이센스'가 2억6000만달러를 투자해 멕시코에 공장을 짓고 올해 중 냉장고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상하이·선전거래소에 상장된 중국의 가구 업체 '중원가거'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에 "최근 미국인을 주 고객으로 하는 예초기 제조업체 '닝보 대엽원림 설비'도 8월 누에보레온에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며 "미중 관계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미래의 무역 리스크 대비 차원에서 중국 기업들이 멕시코 투자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는 최근 기업들의 '니어쇼어링'이 본격화되고 있어 앞으로도 중국 기업들의 멕시코 투자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니어쇼어링이란 수출 지역의 인접 국가에 공장을 이전하는 것으로, 현재 중국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공급망 혼란이 심화되자 중국 밖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중국이 경제 성장으로 인건비가 늘어나고 코로나19로 인해 공급망 혼란을 겪으면서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중국 기업 70곳 이상이 멕시코 몬터레이로의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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