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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춤추는 BTS, 갓 쓰고 셀카봉 든 남성…시간을 건너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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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준희, ‘도시 한양’, 2020~2022, 한지에 먹, 채색, 6폭, 각 136x66㎝. [사진 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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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지도에서 영감을 얻어 다양한 작업을 선보여온 한국화가 이준희(54) 작가의 개인전 ‘바람의 시간’이 서울 영동대로 코니빌딩 8층 전시장에서 지난 13일 개막했다. 홍익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뒤 250여 차례 단체전에 참여해온 작가의 열다섯 번째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경기감영도 예찬’(2018~2022), ‘바람의 시간’(2018~2022), ‘도시 한양’(2020~2022), ‘서대문 풍속도’(2021~2022) 등 최근 몇 년 동안 작업해온 대작들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옛 지도의 맥락을 이은 현대 도시 공간에 변화한 생활상을 섬세하게 그려 넣은 작품이 보는 이들의 역사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경기감영도(京幾監營圖) 예찬’이다. ‘경기감영도’는 19세기 전반 북악산과 인왕산을 배경으로 관찰사 행차, 군사 훈련, 주변의 민가와 행인의 모습을 생생하고 정교하게 담은 그림이다. ‘경기감영도’에서 영감을 받아 5년을 들여 완성한 ‘경기감영도 예찬’엔 이 옛 지도에 대한 작가의 깊은 애정과 존경심이 담겨 있다. 작가는 “경기감영도는 당시 생활상과 지도를 결합한 회화식 명품 지도”라며 “내가 (이 그림을 통해) 도화서 화원이 되어 그들의 발자취를 밟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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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한양’의 한 부분. 갓 쓰고 도포를 입고 셀카봉을 든 남성이 보인다. [사진 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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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한양’과 ‘서대문 풍속도’는 그가 21세기 버전으로 그린 풍속도다. 주변의 산새는 과거와 비슷하지만 낮은 한옥 대신에 빌딩이 들어선 공간, 각자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모습이 지금 우리 도시의 삶 풍경 그대로다. 화폭엔 자동차도 있고, 킥보드나 따릉이를 타고 가는 사람, 오토바이로 배달하는 라이더가 있는가 하면, (작가가 BTS를 생각하며 그렸다는) 춤추는 아이돌에 환호하는 사람들 무리도 보인다.

작가는 요즘 풍경을 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화면 중간중간에 이 같은 공간에 시간을 앞서 살았던 옛사람도 함께 그려 넣었다. 현대인들 틈에서 갓을 쓰고 도포 차림에 셀카봉을 들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거리 공연을 지켜보는 사람들 사이에도 조선에서 시간 여행을 온 듯한 사람들이 눈에 띈다. 같은 공간에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겹쳐 놓은 것이다.

작가는 “시대는 바뀌었지만, 사람들이 함께 모여 볼거리를 보며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도시 한양’과 ‘서대문 풍속도’엔 과거와 달리 부피가 훨씬 커진 현대식 건축물이 즐비한 것도 눈에 띈다. 작품 속 현대 건축물은 자연과 전체적으로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인간과 자연, 현대건축의 관계를 상호 경쟁과 갈등으로 보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관계로 본 작가의 시선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전시는 9월 7일까지. 월요일은 휴관이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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