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인선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윤석열 친위세력의 비대위 장악이다. 주기환 비대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2003년 광주지검에서 일할 때 검찰 수사관으로 인연을 맺은 측근 중 측근이다. 지난달에는 그 아들이 대통령실 6급으로 근무하는 사실이 확인됐다. 당측에서는 주 비대위원의 인선이 호남 배려라고 설명했지만, ‘윤석열 대리인’을 비대위에 집어넣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판사 출신 전주혜 비대위원도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수행을 맡았던 친윤계다. 윤 대통령의 ‘내부 총질’ 문자메시지를 노출하는 등 당의 혼란에 책임이 큰 권성동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재신임받고 비대위원에 포함된 것도 상식 밖이다. 결국 이날 인선은 이준석 전 대표를 당에서 쫓아내고 윤 대통령의 뜻을 잘 받드는 지도부를 만들어놓은 데 지나지 않는다. 한심한 인사는 이뿐이 아니다. 주 비대위원장은 박덕흠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내정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그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재직 당시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원대의 공사를 특혜수주했다는 의혹을 받고 탈당했다가 15개월 만에 슬그머니 복당시킨 바 있다. 이처럼 도덕성에 문제가 많은 인물에게 당 살림을 맡긴다니 어이가 없다.
여권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당을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혁신하는 수밖에 없다. 민심을 수렴하고 윤 대통령의 독주를 견제하면서 민생을 챙겨야 한다. 그런데 이번 비대위 인선에서는 이런 고민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주 위원장은 “절박함과 책임감으로 무장하면 국민은 다시 우리에게 신뢰를 줄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도대체 어디서 절박함과 책임감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인가. 이런 대통령 친위대식 비대위에 시민들이 공감할 리가 없다. 여권의 무책임하고 안이한 인식에 절망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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