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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MK TECH REVIEW] "한판 붙자 넷플·디즈니"…몸집 키우는 티빙·LG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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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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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그간 국내외에서 독보적 영향력을 발휘하던 넷플릭스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분위기에 더해 킬러 콘텐츠 부재로 흔들리기 시작하면서다. 지난해 11월 국내에 상륙할 당시 넷플릭스에 대항할 새로운 '메기'로 주목받던 디즈니플러스 역시 영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실제로 아이지에이웍스의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넷플릭스 월간 활성이용자 수(MAU)는 지난해 9월 대비 올해 6월 약 9% 감소했다. 디즈니플러스 역시 국내에 출시한 직후인 지난해 12월보다 올해 6월 MAU가 17% 가까이 빠졌다.

전 세계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던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국내 OTT 시장은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은 지난 4월 '2021 한류백서'를 통해 2020년 약 9935억원 규모였던 국내 OTT 시장이 2025년 1조9104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가운데 티빙과 케이티시즌 간 합병, LG유플러스의 'U+아이들나라' 구독형 플랫폼 전환은 국내 OTT 시장 판도를 바꿀 변곡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 티빙, 시즌 합병에 파라마운트+ 맞손…넷플릭스 대항마 등극하나


지난달 티빙과 케이티시즌의 합병 발표 이후 업계는 국내 최대 OTT 사업자 탄생을 알린 합종연횡 소식으로 들썩였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6월 국내 주요 OTT MAU는 넷플릭스 1118만명, 웨이브 424만명, 티빙 402만명, 쿠팡플레이 373만명, 디즈니플러스 168만명, 시즌 157만명, 왓챠 109만명 순이었다. 티빙과 시즌 이용자 수를 단순 합산하면 약 560만명으로, 국내 OTT 업체 1위 웨이브를 넘어서는 동시에 국내 시장을 독식하는 넷플릭스의 절반에 가까운 이용자를 확보하게 된다.

향후 전망도 긍정적이다. 티빙이 1700만명의 모바일 캡티브를 보유한 KT 단말에 선탑재되는 협력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KT는 이미 티빙이 부가서비스로 포함된 5세대(5G) 이동통신 특화 요금제를 출시했다. 지난 7월 무제한 데이터로 티빙을 이용할 수 있는 '티빙·지니초이스' 요금제를 내놓은 것이다. KT 고객의 티빙 접근성이 용이해지면 티빙 이용자를 늘리는 데도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최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흥행으로 기획·투자·제작 역량을 입증한 KT 콘텐츠가 안정적으로 제공되는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 있다.

티빙은 이미 2020년 10월 CJ ENM에서 독립 출범한 이래 국내 '빅3' OTT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빙은 출범 직후인 2020년 10월 대비 올해 6월 MAU가 약 82% 성장했다. 출범 시차를 감안할 필요가 있지만 같은 기간 넷플릭스 37%, 웨이브 7% 대비 높은 성장률을 거뒀다.

이 같은 티빙의 고성장에는 탄탄한 자체 제작 시스템 구축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외부 제작사와 협업 중심인 넷플릭스, 웨이브와는 대조적이다. 티빙은 2021년 CJ ENM·네이버의 투자 지분을 확보한 것을 바탕으로 CJ ENM의 기획 역량과 네이버의 웹툰·웹소설 원천 지식재산권(IP), 스튜디오드래곤의 제작 체계를 포괄하는 웰메이드 콘텐츠 제작 생태계를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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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이 구축한 탄탄한 제작 체계와 오리지널 콘텐츠 수급력은 국내외 파트너사와의 협력에도 마중물이 되고 있다.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기업 파라마운트가 아시아 시장 포문을 열 파트너로 티빙을 낙점한 점이 대표적이다. 6월 파라마운트+는 국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자체 플랫폼을 출시하는 대신 티빙에 '파라마운트+ 브랜드관'을 PIP 형태로 입점시켰다. 이에 따라 파라마운트+가 보유한 TV 시리즈, 영화, 애니메이션 400여 편을 티빙에서 추가 과금 없이 즐길 수 있게 됐다.

파라마운트+의 블록버스터급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은 티빙의 남성 이용자 수 확대에 주효한 것으로 나타나며 양사 시너지가 본격화되고 있다. 티빙에 따르면 세계적인 마니아층을 모은 동명 게임을 원작으로 화려한 액션과 모험을 담은 '헤일로'는 유료가입기여자 중 79%가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티빙은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해외 자본 투자를 통해 해외 시장도 공략할 방침이다. 파라마운트+는 이준익 영화감독의 첫 OTT 진출작인 티빙 오리지널 '욘더'에 공동 투자를 진행했다. 향후 7편의 티빙 오리지널 제작에도 공동 투자할 계획이다. 파라마운트+ 콘텐츠가 티빙을 통해 소개되는 것은 물론,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도 파라마운트+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전 세계 OTT 성장세가 둔화한 가운데 파라마운트+가 꾸준한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티빙에 고무적이다. 최근 파라마운트는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전 세계 신규 가입자 500만명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로버트 배키시 파라마운트글로벌 최고경영자(CEO)는 실적발표에서 "주요 국가에서 기대 이상의 효과를 발휘했다"며 2분기 한국을 비롯해 새롭게 진출한 국가들에서의 성과를 치켜세웠다. 그 밖에 티빙은 현대자동차그룹과 차량용 OTT 콘텐츠 서비스 제공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2022년형 삼성전자 스마트TV 리모컨에 '티빙 바로 보기' 버튼을 탑재하는 성과를 거뒀다.

업계는 이제 티빙이 이 같은 국내외 초협력으로 고질적인 적자를 극복하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티빙과 케이티시즌 간) 합병으로 티빙 가입자는 기존 230만명에서 330만명 수준으로 증가하고, 2023년부터 티빙 사업은 손익분기점(BEP)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반면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티빙은 시즌과의 합병이 통신사 캡티브 확보와 제작비 절감으로 이어져 내년 손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여전히 적자 규모가 작지 않고 성장 초기이기에 투자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른 시일 내에 BEP 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 'U+아이들나라', 구독 플랫폼으로 독립…디즈니플러스 잡을까


이동통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자체 OTT 플랫폼이 없었던 LG유플러스도 OTT 시장 진출을 담금질하고 있다. 자사 인터넷(IP) TV 영유아 서비스 'U+아이들나라'를 분사해 구독형 플랫폼으로 독립시킨다는 구상이다. 미국 디즈니플러스에 필적할 만한 세계적인 키즈 특화 OTT를 일군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LG유플러스는 최근 U+아이들나라 사업 인재 확보와 관련 지분 투자에 힘을 쏟고 있다.

U+아이들나라는 LG유플러스 주요 신사업 중 하나인 플랫폼·콘텐츠 사업에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앞서 LG유플러스는 외부 영유아 전문가와 협업하고 키즈맘 고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유플맘살롱'을 운영하며 U+아이들나라 콘텐츠와 서비스 고도화에 힘을 실어왔다. 그 결과 서비스 출시 5년 만에 누적 이용자 6100만명(지난 2월 기준)을 기록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왔다.

LG유플러스는 최근 U+아이들나라 사업부 우수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7월 LG유플러스의 인재 채용 공고 중 약 20%가 U+아이들나라 인원이다.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의 아이들나라 관련 임직원은 개발자 50여 명을 포함해 총 130여 명으로, 전체 임직원 1만여 명의 1.3% 수준이다.

채용은 개발 인력에 집중됐다. 키즈 전용 추천 알고리즘 고도화와 사용자인터페이스(UI)·사용자경험(UX) 개선을 포함한 모바일 최적화를 통해 OTT 진출을 준비하는 일환으로 풀이된다. 키즈 OTT는 일반 OTT와 달리 시청자가 콘텐츠를 본 후 퀴즈를 풀고, 추천 알고리즘에 영유아 전문가 의견이 포함되는 등 영유아 특성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우수 개발 인력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LG유플러스는 원천 IP 강화를 위한 지분 투자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애니메이션 '젤리고' 제작사 드림팩토리스튜디오와 '브레드이발소'의 몬스터스튜디오에 이어 지난달 SAMG 엔터테인먼트에도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SAMG는 '미니특공대' '캐치! 티니핑' 등 인기 3D 애니메이션 시리즈와 1000여 편의 숏폼 영상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유튜브 채널 구독자 3600만명을 확보하고 중국 텐센트, 유쿠, 아이치이를 비롯한 대표 영상 플랫폼에서 누적 조회 수 280억회를 기록하는 등 해외 시장에서 일찌감치 콘텐츠 경쟁력을 입증한 상황이다.

LG유플러스는 에듀테크 기업 투자와의 협업에도 속도를 내며 플랫폼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5월 유아동 돌봄 플랫폼 '째깍악어'에 50억원 상당의 지분 투자를 집행하고 온·오프라인 연계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제휴를 맺었다. 지난 2월에는 기초 과목 중심 학습 서비스를 운영하는 '에누마'에 25억원을 투자했다. 에누마가 보유한 서비스인 '토도수학'은 900만회 이상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으며 '토도영어'는 출시 1년 만에 국내 이용자 35만명을 모았다. 지난 1월에는 게임형 학습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두랩스'에 약 2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호두랩스의 누적 회원은 약 11만명으로, 2020년 105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고 내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이들 회사와 협력 계획도 발표했다. 호두랩스와는 양방향 교육 솔루션을 자사 플랫폼에 적용하기로 했으며, 에누마의 디지털 콘텐츠와 U+아이들나라 화상 솔루션을 연계하기로 했다.

증권업계도 올해 하반기 LG유플러스 콘텐츠 사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U+아이들나라의 OTT 진출에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LG유플러스의 탈통신 전략은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와 기업 간 거래 인프라스트럭처 서비스로 볼 수 있다"며 "콘텐츠 사업은 키즈 콘텐츠 특화 서비스인 아이들나라를 구심점으로 하는데 MAU는 20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TV MAU를 앱 MAU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다면 키즈 교육 패밀리에 특화된 톱티어 OTT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우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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