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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윤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에 “자유” 33회…‘통합·협치’ 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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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사 때처럼 보수 가치 우선

수해복구·규제혁신 밝혔지만

갈등 해소 구체 방안 없어


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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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뒤 처음으로 내놓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자유’와 ‘독립’, ‘국민’ 등을 강조했지만 갈등 완화를 위한 ‘통합’이나 ‘협치’는 언급하지 않았다. 야당은 ‘알맹이 없는 자유 대신 위기극복 방안을 제시해달라’고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서 “자유, 인권,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함께 연대해 세계 평화와 번영에 책임 있게 기여하는 것이야말로 독립운동에 헌신하신 분들의 뜻을 이어가고 지키는 것”이라며 경축사 연설 13분 동안 ‘자유’를 33차례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독립운동, 한-일 관계 회복, 한반도·동북아 평화, 사회적 약자 지원, 도약·혁신이라는 경축사의 주요 주제들을 ‘자유’라는 열쇳말로 꿰었다.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도약은 혁신에서 나오고 혁신은 자유에서 나온다. 민간 부문이 도약 성장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혁신하겠다”고도 했다. 경제 도약과 규제 혁신을 뒷받침하는 철학으로 ‘자유’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 이날 경축사 주제도 ‘위대한 국민, 되찾은 자유, 새로운 도약’이었다. 주요 지지층인 보수 진영이 중요시하는 ‘자유’의 가치를 윤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 5월10일 취임사에서도 “반지성주의”를 민주주의 위기로 꼽는 한편, ‘자유’를 핵심적인 “보편적 가치”로 내세웠다.

윤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자유 외에도 독립(18회), 국민(15회), 세계(12회), 평화·경제(각 9회), 민주주의·미래·혁신(각 6회), 세계시민(5회) 등을 주요하게 언급했다. 정치적·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한 ‘통합’과 ‘협치’는 취임사 때와 마찬가지로 경축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광복절 경축사에서 자유를 강조한 건) 우리가 국가를 왜 이뤄야 하고, 어떤 국가를 만들어 나갈지 질문을 던진 것이고, 독립운동 정신에서 나온 자유 개념을 확장하며 보편적 가치를 다시 새기는 차원”이라며 “협치나 통합이란 단어가 빠졌다고 해서 실행하지 않겠다는 건 오독이다. 취임사에서도 한-미 동맹이란 말이 빠졌지만 새 정부가 한-미 동맹을 하지 않겠다고 들은 사람은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공적 부문 구조조정으로 재정을 확보해 △기초생활보장을 강화하고 △장애인 돌봄서비스를 보강하며 △탈보호시설 청년을 돌보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재난은 늘 서민과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큰 피해와 고통으로 다가온다”며 최근 집중호우에 따른 수해를 신속하게 복구하고 근본적인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렇게 경축사를 통해 최근 국정 현안을 짚었지만,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인 인사 난맥상이나 학제 개편을 포함한 정책 혼선, 집권 여당의 내홍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경축사는 취임사에서 언급했던 새 정부 철학과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며 “인사 논란 등이 취임 당시 강조했던 초심에서 벗어나서 생긴 일이기 때문에 다시 처음부터 국정운영의 밑그림을 보여주는 게 관련 의혹에 관한 유감을 포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경축사를 두고 여야 반응은 엇갈렸다. 양금희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한반도의 자유와 평화 그리고 번영을 위해 과거를 넘어 미래로 향하는 비전을 제시했다”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주거복지, 장애인들을 위한 정책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등 경제적 어려움과 최근 수해 등으로 고통받는 국민들께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와 함께 국가의 책무를 다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알맹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조오섭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공적 부문의 긴축과 구조조정은 부자감세로 부족해진 세원을 마련하는 동시에 매각 과정에서 특혜를 민간에 나눠주겠다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공허한 자유의 가치 말고 현재 대한민국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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