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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뿌듯했다” “좋았다”…대입 자기소개서 이게 최선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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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자기소개서 잘 쓰는 법

동기-과정-결과-의미-변화

5단계 글쓰기로 서사 쌓기

3번 문항부터 먼저 쓴 뒤

1, 2번 문항 연계해나가야


한겨레

9월13일부터 2023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원서접수를 시작한다. 자기소개서는 지원자에 대한 새로운 면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 평가에 중요하게 활용된다. 사진은 지난 3월24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르고 있는 모습.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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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에 교육부가 발표한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을 토대로 2022학년도 대입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는 문항 수가 4문항에서 3문항으로 줄고 글자 수도 축소됐다. 2023학년도에는 서울과기대, 세종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인천대, 인하대, 홍익대, 세종대, 차의과학대, 한성대가 자소서를 폐지했다.

오는 9월13일부터 대입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된다. 수시모집 기간을 앞두고 ‘자소서 잘 쓰는 법’에 대해 ‘원 포인트 레슨’을 해보려 한다.

공통·자율 문항 이해부터


자소서는 공통 문항과 자율 문항으로 구성된다. 이 중 공통 문항이 기존 3문항에서 2문항으로 줄었고, 글자 수도 축소됐다. 자소서는 지원자가 어떠한 자질과 역량을 가졌는지, 무엇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스스로를 소개하는 글이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입학하여 수학할 수 있도록 자기를 선택해달라는 목적을 지닌 글인 반면, 대학 입장에서는 지원자가 대학의 선발 목적에 적합한가를 판단하기 위한 여러 전형 자료 중의 하나로 기능한다.

자소서는 성적이나 단순한 활동 목록에서는 알 수 없는 지원자에 대한 새로운 면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서 평가에 중요하게 활용된다.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의 비교과 영역이 대부분 사실 위주의 기록인 반면, 자소서는 이러한 사실의 성취 과정의 스토리를 파악할 수 있다. 활동이나 실적의 유무보다는 과정에 대한 기록을 통해 삶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 등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진학동기와 학업계획, 목표 등을 통해 발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학생부에서 읽어내기 어려운 개인의 성장 과정, 환경적 특성을 평가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전형 요소는 자소서와 면접뿐이다.

여름방학 가기 전 초고 완성하자


단언컨대, 올해도 종합전형은 수시모집 핵심 전형이다. 자소서도 마찬가지다. 위촉사정관(교수)에게 학생부 독해는 낯설고 지난한 평가 과정이다. 그래서 자소서를 통해 학생부 행간과 중요한 활동을 파악한다. 이들이 자소서를 먼저 읽고 학생부를 보는 이유다. 자소서 세개 항목에 지원자의 학교 활동 핵심이 오롯이 담겨 있어서 학생부로 가는 나침반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답은 정해졌으니 이제 쓰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어떻게 써야 하나? 자소서 글자 수는 항목별 1500자 또는 800자다. 항목별로 소재를 찾았다면 글자 수에 얽매이지 말고 1.5~2배수 이상 거침없이 써 내려가면 된다. 1500자를 1000자로 줄이기는 쉽지만 1000자를 1500자로 늘리는 것은 어렵다. ‘파워 라이팅’의 기본 원리는 생각나는 대로 마음껏 써보는 거다.

초고를 쓴 뒤에는 논리적으로 순서를 배열하면 된다. 자소서 글쓰기의 정답은 없지만, 해답은 있다. ‘동기-과정-결과-의미-변화’ 5단계 글쓰기가 그것이다. 짧은 글쓰기지만 논리적 정합성은 중요하다. 1500자로 개요를 짠다면 15문장 정도다. 한 문장은 80자 이내로 쓰고, 가끔은 100자가 넘어도 된다. 단문과 장문을 적절히 변주하면 된다.

‘동기(계기)’는 간략히 소개하면 된다. 두 문장이 넘으면 과유불급이다. 사실 동기 없는 학교활동도 많고, 종합전형을 지원한다는 것은 학과에 대한 지원동기가 숨겨진 전제로 깔려 있는 것이다. 동기를 쓸 때는 학교 수업이 전제돼야 한다. 상위권 학생이 범하기 쉬운 오류가 활동의 동기를 수업에서 찾지 않고 우연한 계기로 얼버무리는 데 있다. 공부를 잘해도 학생은 학생이다. 평가자는 학자의 탐구 과정을 보려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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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 구성은 어떻게?


‘과정(활동)’은 호기심을 심화탐구활동으로 ‘연계-확장-심화’하면 된다. 심화탐구활동은 소논문 등이 아닌 교과연계활동 즉, 학교활동과 연계해야 한다. ‘나는 ∼했다’ 식으로 평가자에게 중계하기보다는 동기에서 제시한 지적 호기심을 어떻게 풀어나갔는지를 명징하게 밝혀야 한다. 대부분 학생이 그림일기식으로 과정을 나열한다. 이러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결과’는 동기와 과정을 통해서 산출돼야 한다. 구체적 결과물이 나오면 좋지만, 구체적 노력 과정도 괜찮다. 자소서의 평가 요소는 지원자의 구체적인 활동과 역할 그리고 구체적 노력과 결과물임을 명심하고 글쓰기를 해나가야 한다.

‘의미’는 자소서 항목의 ‘배우고 느낀 점’에 해당한다. 여기에서 의미는 정성적일 수도 정량적일 수도 있다. 예컨대 수학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수학 동아리 활동을 한 뒤 동아리 보고서를 쓰고 발표를 했다. 그 뒤 수학 성적이 올랐다면 정량적 의미고 수학 공부가 좋아졌다면 정성적 의미다. 물론 둘 다 기재해도 된다.

동기에서 출발한 지적 호기심을 심화탐구활동으로 연계하는 과정에서 ‘지식이 확장’되고 ‘자신의 역할’이 드러난다면 그 내용이 바로 ‘의미’가 된다. 하지만 의미를 ‘느꼈다, 뿌듯했다, 의미 있었다, 좋았다. 깨달았다’ 등으로 끝내는 건 별로다. 이런 단순한 느낌, 각오, 깨달음을 평가할 수는 없다. 마지막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변화’는 자소서 글쓰기의 화룡점정이다. 의미 단락에서 단순 느낌형 문장으로 끝냈다면 변화 단락에서 꼭 변주해야 한다. ‘기-승-전-결’ 형식의 네 단계 글은 ‘전’에서 전환해 독자를 환기하는 것처럼 자소서 글쓰기는 변화 단락에서 변주하면 된다. 고만고만한 자소서 읽기에 지친 평가자의 잠을 깨우는 데 효과 만점이다.

변화 내용은 생각의 변화 과정을 진솔하게 표현해도 되고, ‘실천·적용·행동’의 ‘후속활동(추후연계활동)’으로 이어도 된다. 봉사활동을 다녀온 뒤 봉사활동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다고 마무리하는 게 아닌 그 깨달음 이후 봉사활동 캠페인을 했다거나 봉사 동아리를 조직했다는 식의 글쓰기 방식이다. 자율활동 시간에 생명과학 교수님 강의를 듣고 진로탐색이 됐다면 후속활동을 독서로 처리하면 된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생각·행동·역량’의 변화로 마지막 단락을 매조지자. 그래야만 평가자는 지원자가 성장한 것으로 이해한다. 자소서의 서사 구성은 ‘호기심-심화탐구활동-지식 확장-역량 변화’임을 꼭 이해하자. 8월이 가기 전 여름방학 때 자소서 글쓰기 초고를 완성하자. 쓰는 과정에서 부족한 활동의 2%가 채워질 것이다. 먼저 평가자가 관심 있는 정보를 중심으로 운을 떼보자.

‘나열형’은 자소서의 천적


자소서 1번 문항에서 평가자가 듣고 싶은 답변은 지원자가 대학에 진학해서 하고 싶은 공부를 위해 고등학교 때 ‘어떤 공부’를, ‘어떤 활동’을 했는지다.

평가자는 고등학교 이전의 기록은 학생부에 없으므로 의미 있게 읽지 않는다. 평가자는 지원자가 등록할지와 학업 역량이 있는지가 관심사이지 지원자의 어렸을 적 이야기에 큰 관심이 없다. ‘나우 앤드 히어’(now and here) 지금 현재의 이야기를 써야 하는 이유다.

지원하려는 모집단위와 관련하여 노력 과정 즉, 준비 과정을 구체적으로 기술한다. 노력을 양적으로 표현하려는 욕심보다는 깊이로 드러낼 것을 권한다.

활동 위주의 나열형 글쓰기는 자소서 글쓰기의 천적이다. 최소 두 문장 이상은 나와야 한다. 배우고 느낀 점이 없다면 학생부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2번 문항은 지원자가 친구(동료)와 함께 이룬 성과와 과정을 서술하면 된다. 두개의 소재를 활용한다면 봉사활동 400자, 동아리 활동 400자 등 소재를 단순 나열하기보다는 활동 뒤 배우고 느낀 점이 빠지지 않고 서술돼야 한다. 두 활동이 분절되지 않고 연계되면 평가가 용이하다는 점에 유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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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자기소개서 3번 문항을 시간을 들여 먼저 작성하도록 하자. 이를 토대로 1, 2번 문항을 연계해나간다면 논리적 완결성도 높아지고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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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문항 어떻게 써야 할까


여름방학 이후 자소서를 작성하고 교정할 시간은 매우 촉박하다. 특히 대학별 3번 자율 문항(이후 3번 문항)을 제대로 마무리 못 하고 시간에 쫓겨 부실하게 제출하는 수험생이 많다. 공통 문항 1, 2번은 착실히 준비하는 반면, 일부 대학에서 요구하는 3번 문항 작성에는 소홀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대학은 지원동기와 노력 과정(준비 과정)이 포함된 3번 문항에 관심이 자못 크다. 3번 문항을 시간을 들여 먼저 작성해야 하는 이유다. 이를 토대로 1, 2번 문항을 연계해나간다면, 논리적 완결성도 높아지고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서울대 3번 문항은 단순한 독서감상문이 아닌 지원동기에 대한 서사가 드러나면 돋보인다. 중앙대는 추가적으로 학생부 기재 내용 중 지원자의 우수성을 보여줄 수 있는 사례에 대해서 기술하라고 했지만, 지원동기와 노력 과정을 풀어낼 것을 권한다.

3번 문항은 지원동기·학업계획·진로계획·독서활동 등을 800자 이내로 작성하는 문항이다. 학업계획 및 진로계획을 세울 때는 먼저 대학에 입학한 뒤 무슨 공부를 하고 싶은지, 진로를 실현하기 위해 대학에서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 좋다. ‘1학년 때는 경영학원론을 공부할 것이고, 2학년 때는… 3학년 때는… 4학년 때는…’ 식으로 커리큘럼을 그대로 나열하기보다는 지원동기와 관련된 과목을 배우고 싶은 이유와 특징을 기술하면 된다. 학업계획을 기술할 때는 학과 누리집 및 전공 가이드북을 반드시 참고해 핵심 역량과 인재상을 드러내는 핵심어를 자소서에 넣을 것을 권한다.

실제로 평가자는 3번 문항에서 지원자의 학업 역량, 전공 적합성, 발전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두루 살펴보고 있으며, 대학과 모집단위에 대한 충성도 역시 중요하게 확인하고 있다. 대학의 니즈(needs)가 가장 잘 반영된 항목이라 할 만하다.

최승후 대화고 3학년 진학부장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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