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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만물상] 코로나 거리두기 끝낸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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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코로나 새 가이드라인에서 지난 2년 반 유지해온 ‘6피트(1.82m) 거리 두기’를 공식 해제했다. “바이러스는 사라지지 않는다”며 ‘바이러스와 함께 오래 살아가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밀접 접촉자의 선제적 격리와 정기 검사, 마스크 착용 조치도 삭제했다. 확진자는 5일 이상 집에 머물고 10일간 마스크를 쓰라는 권고만 남겨 두었다. 최근 미국의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수가 10만여 명으로 우리보다 적기 때문에 가능한 조치일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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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이미 지난 2월 ‘코로나와 공존’을 선언하면서 확진자 자가 격리 등 코로나 관련 규제를 대부분 풀었다. 3월에는 백신 미접종자 입국 규제 등까지 없앴다. 요즘 영국은 코로나 이전 세상과 거의 다름이 없다. 여왕 즉위 70주년 기념식인 플래티넘 주빌리가 전국에서 성대하게 치러졌고 코로나로 취소했던 글래스턴베리 음악 축제, 윔블던 테니스 대회도 다시 열렸다.

▶이제 코로나가 팬데믹(세계적 유행병)에서 엔데믹(주기적·국지적인 감염병)으로 바뀐 것일까. 전문가들은 2년 전에 비하면 격세지감이지만 아직 엔데믹이 적절한 단어는 아니라고 했다. 인플루엔자는 특정 계절에만 오지만 코로나는 4~5개월 간격으로 새로운 변이가 출현해 유행하고, 코로나 감염으로 여러 장기에 염증·후유증이 적지 않은 등 아직은 질병으로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코로나라는 야생마가 아직 충분히 길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가는 도중에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미국·영국 등에 비해 한국 상황은 좋지 않다. 다른 나라들은 유행이 한풀 꺾였지만 우리는 코로나 재유행이 길게 이어지면서 14일 주말인데도 12만명에 가까운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확진자 발생과 1~2주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위중증 환자도 석달 여 만에 최다 수준을 기록해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위중증 환자 중 88%가 60세 이상인 점도 우려를 낳고 있다. 일부에서 응급실이나 병상 상황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때 우리나라 사망률은 0.016%였다. 코로나의 누적 치명률은 0.12%로, 신종플루의 8배에 달한다. 지금 유행하는 오미크론 변이도 치명률이 0.04%로 낮아지긴 했지만 신종플루 때보다 두 배 이상 높다. 하지만 치료제가 확보된 데다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인 BA5에도 효과가 있는 개량 백신까지 곧 나온다. 지긋지긋한 코로나도 이제 팬데믹의 끝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김민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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