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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말복 앞두고 벌어진 '치킨 전쟁'...6,990원 VS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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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프랜차이즈 치킨 한 마리 '2만 원 시대'
홈플러스 치킨 한 마리 6,000원대 출시
이마트·롯데마트도 1만 원 이하 치킨 내놔
한국일보

프라이드 치킨 한 마리에 6,990원에 판매 중인 홈플러스의 당당치킨. 홈플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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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말복을 앞두고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 업계의 '치킨 전쟁'이 뜨겁다. 치킨 한 마리 가격이 '2만 원 시대'가 되면서 가뜩이나 고물가로 소비자들의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최근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이 앞다퉈 1만 원 이하 치킨을 판매하고 나섰다. 소비자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지만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가격 논쟁이 불붙고 있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말복을 맞아 하루 동안 치킨 프라이드 한 마리를 5,990원(5,000마리 한정·1인당 1마리)에 판매한다. 이는 지난 6월 말 '물가안정 프로젝트' 일환으로 출시한 '당당치킨' 한 마리 가격(6,990원)에서 1,000원 싸게 판매하는 것이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당당치킨'의 누적 판매량은 이달 11일 기준 32만 마리를 돌파했다.

'당당치킨'의 파격가에 소비자들이 먼저 움직였다. 명품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꼭두새벽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을 방불케 하며 '치킨런'에 나서고 있다. '워킹맘' 이은주(41·가명)씨는 "치킨을 두 마리 사도 프랜차이즈의 한 마리 가격보다 싸기 때문에 줄을 서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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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홈플러스 영등포점에서 40팩 한정으로 판매되는 두 마리 프라이드 치킨 할인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홈플러스 영등포점은 이날 기존 1만5,990원의 제품을 9,990원에 한정 판매를 시작해 3분여 만에 소진했다.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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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치킨'이 인기를 끌면서 다른 대형마트들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치킨을 내놓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달부터 '5분 치킨'을 9,980원에 판매 중이다. 롯데마트도 '뉴 한통 가아아득 치킨(한통치킨)'을 11일부터 일주일간 8,8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사실 대형마트가 싼 가격에 치킨을 선보이는 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롯데마트는 5,000원짜리 '통큰치킨'을 선보여 국민적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여러 지적을 받았고 결국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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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는 11일부터 일주일간 치킨 한 마리를 8,800원에 판매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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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좀 달라졌다. 프랜차이즈의 치킨값이 잇따라 상승한 것도 모자라 배달앱에서 주문할 경우 배달비까지 올라 치킨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다. 배달앱을 통해 프랜차이즈 치킨을 두 마리만 주문해도 가격은 4만 원(배달비 포함)이 훌쩍 넘어간다. 이 때문에 줄을 서는 수고로움을 감수하더라도 대형마트에서 치킨을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더군다나 배달앱 업계가 오는 10월 포장주문 중개 수수료를 받을 경우 치킨 가격은 또 상승할 전망이다. 현재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은 포장주문 중개 수수료 '0원 정책'을 9월까지 연장했다. 즉 배달앱을 통해 결제된 포장주문의 경우 수수료를 한시적으로 받지 않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높은 배달비로 인해 직접 찾아가는 포장주문을 선호하면서, 배달앱 업체들은 포장주문 수수료를 받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렇게 되면 배달비처럼 자영업자와 소비자가 부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치킨업계에선 사실상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대형마트 값싼 치킨, 유통구조 때문에 가능"


프랜차이즈 업계는 대형마트의 값싼 치킨 판매에 반발하고 있다. 특히 홈플러스 관계자가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서 "6,990원에 팔아도 남는다"고 말해 치킨 가격 논쟁이 불붙고 있다.

치킨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박리다매가 가능한 대형마트의 유통구조 때문에 6,000원대 치킨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대형마트의 '반짝 미끼 상품'이라며 장기간 판매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프랜차이즈 본사와 배달앱 업체들의 폭리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자영업자인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본사와 배달앱 업체들로 인해 "치킨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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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딜리버리앤(N) 앞에 새 주인을 기다리는 배달 오토바이들이 주차돼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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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실정이다. 소비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대형마트의 치킨을 사려면 언제 방문하는 게 좋은지 등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또 "대형마트에서 저렴하게 판매해 프랜차이즈 가격을 견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인 2만~3만 원 수준은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직장인 박모(43)씨는 "치킨 한 마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치킨은 더 이상 서민 음식이 아니다. 그래서 대형마트에서 줄을 서서라도 치킨을 사려는 것"이라며 "프랜차이즈 업계가 치킨 가격을 내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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