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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왜] 시진핑 방한, 녹록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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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인민해방군 공군 전투기가 실사격 훈련을 위해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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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임기를 이어가는 시진핑(習近平)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한국을 방문할까요. 그동안 왜 안 했을까요. 새 정부에선 달라질까요. 질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두 차례 중국으로 건너갔지만 시진핑은 이런 저런 핑계를 앞세워 답방을 무산시켰습니다. 문 전 대통령의 거듭된 방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시진핑 총서기는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외면해 왔습니다.

임기 10년 동안 시진핑의 마지막 방한은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던 2014년 7월이었습니다. 최근 2년 간 코로나 특수 상황이었지만 문 정부 출범 후 2020년 전까지 2년 반 동안에도 말만 무성하다 불발에 그쳤습니다.

2019년 가을엔 서울 시내 숙소까지 예약한 상태에서 취소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앞서 시진핑 주석은 2017년 6월 20일 1박 2일 일정으로 평양에 들렀는데 동선을 고려해 다음 일정으로 서울행을 예상하는 언론이 많았습니다.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때 중국측 축하 사절단이 방중 초청을 하자 “주고받기 없이 또 오라는 거냐”는 반발 여론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후 잠잠하다가 이번 주 중국을 방문한 박진 외교부장관이 시진핑의 방한을 기대한다고 언급하면서 시진핑 방한 이슈는 다시 점화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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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9일 중국 칭다오시 지모구 지모고성군란호텔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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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3연임 확정 등 중요한 정치 일정상 올해 방한은 시기적으로 어려운 여건입니다. 그렇다면 내년에는 가능할까요.

한중관계 위에서 작동하는 미중관계를 봐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 전반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밀어붙인 미ㆍ중 갈등 드라이브 시기와 포개집니다. 무역ㆍ기술 영역에서 패권 각축이 한창이었습니다.

문재인 정부로부터 사드 관련 3불(사드 추가 배치 않고, 미국 MDㆍ한미일 군사동맹 불참)1한(사드 운용 제한) 입장 표명을 받았고 입장 표명 이상으로 잘 지켜지고 있는 이상 서울에 와서 한중정상회담을 해야 하는 가성비가 안 나왔을 겁니다. 정상회담 성과로 북핵 관련 무게 있는 약속을 기대하는 한국 정부의 기대를 맞추자니 북한에 상응하는 비용을 치러야 합니다. 이게 걸렸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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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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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시진핑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를 상대로 '한반도는 사실상 중국의 일부'라고 떠봤다가 트럼프로부터 반격을 당하기도 했었죠. 아래 신문 지면의 편집 사진을 함께 보실까요. 외교는 한 장의 사진에 따라 흔들림 없는 역사적 사실로 박제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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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7년 7월 7일 독일 함부르크 엘부필하모니 콘서트홀에선 한·미·중 정상 간 삼각구도가 카메라에 포착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오른손을 잡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뒷줄에서 이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다(작은 사진). 잠시 후 시 주석이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선데이중앙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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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ㆍ시진핑 회담 석달 뒤 2017년 7월 독일 함부르크 엘브필하모니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문화공연장에서 시진핑 주석을 뒤에 세우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의 손을 잡는 모습입니다.

이렇게 미국으로부터 전방위 견제가 시작된 환경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한다면 트럼프를 자극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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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펠로시(왼쪽) 미국 하원의장이 지난 3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만나 연설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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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학에선 한미·한중 간의 이런 관계를 세력권이라는 개념으로 투시합니다. 패권 국가는 저마다 세력권을 둡니다. 한미동맹, 미일동맹 같은 아시아의 미국 동맹 국가들 또는 나토(NATO)국가들, 그리고 북·중·남미가 미국의 세력권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북한을 비롯해 동남아시아를 세력권에 두려고 혼신을 다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러시아의 경우 중앙아시아의 스탄 국가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인도양 연안과 히말라야 산맥에 둘러싸인 남아시아의 국가들은 인도의 세력권에 속합니다. 아프리카는 미국 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등 경합이 치열하지만 특정 국가의 우세가 드러나지 않아 각축 지역으로 분류되곤 합니다.

힘과 힘이 크게 충돌하지 않았고 사안별로 협력과 경쟁을 주고 받을 땐 한중 관계도 순항했습니다. 후진타오 총서기의 경우 재임 10년간 네 차례 한국을 찾아 노무현·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만났던 것도 이런 거시적인 환경 아래서 가능했습니다. 후진타오냐, 시진핑이냐의 문제가 아닌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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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한 거리에서 주민들이 인민해방군 해군의 훈련 장면 뉴스를 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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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 각축이 가열되면 될수록 세력권은 블록화됩니다. 요즘 '신냉전'이라는 표현이 언론을 통해 종종 거론되는데요. 냉전은 블록간 차단막을 치고 인적ㆍ물적 교류를 막는 총력전입니다. 냉전의 명명백백한 개념은 편을 가르고 생존 경쟁을 하는 겁니다.

냉전이라는 인식과 이에 대한 대응으로 양다리ㆍ균형 행위를 함께 거론하는 것은 사실상 인지 부조화나 다름 없습니다. 따뜻한 아이스아메리카노 같은 느낌입니다. 운영의 묘를 살리되 원칙과 방향, 범위에 대해선 타협의 여지가 별로 없는 세상으로 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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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인민해방군의 상륙 예상 지역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대만 남부 핑퉁 해안에서 포 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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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현실 국제정치 현장에선 아직 냉전으로 딱 잘라 규정할 수 있을 정도의 대규모 전선은 아직 모양을 갖추지 않았습니다. 칩4ㆍ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ㆍ쿼드는 새로운 냉전으로 가는 판짜기 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종 판이 어떻게 짜여질 지는 현재로선 변수가 많아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다시 시진핑의 방한 이슈로 돌아가겠습니다. 트럼프 때보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냉전을 향한 판짜기 윤곽이 짙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패권 경합 국가들 간 세력권 인식이 강해질수록 상대 세력권에 입맛을 다시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는 행보는 자제하게 됩니다. 직접 충돌의 리스크 때문입니다.

미·중간 물밑 패권 격돌이 본격화되면서 중국 정상이 미국의 군사동맹국들을 동네 마실 다니듯 드나들기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주권국들 간의 일이니 꼭 들어맞는 비유는 아니지만 일테면 부서장 두 명이 티격태격 서로 견제하고 갈등하면 같은 회사 같은 공간에 있어도 상대 부서원들에게 밥 한번 먹자는 얘기 꺼내기도 어렵고 부담되지 않습니까.)

24일이면 한·중 수교 30주년입니다. 요즘 각종 세미나 또는 간담회를 가 보면 '이미 정점을 찍은 한·중 관계가 더 악화되지 않기 바라며 현상을 잘 관리하는 게 목표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도 공공연히 나옵니다.

시진핑 주석이 3연임에 성공해도 내년 또는 내후년 미ㆍ중 관계의 급변동이 없는 한 서울을 찾아 오기는 녹록지 않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특히 북핵이 고도화돼 북한은 이제 전술 핵탄두 확보를 위한 사실상 마지막 핵실험만 남겨 놓은 갈림길의 길목에 와 있습니다. 북핵 문제를 북한 정권 안정 문제의 하위 개념으로 보는 중국의 대북 전략이 바뀌지 않는 한 서울 답방은 수익 대비 비용이 더 크다는 계산이 작동합니다. 박진 장관의 방한 초청이 '별일 없으면 한번 다녀가시는 게 어떠냐'는 뉘앙스로 들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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