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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옥의 말과 글] [265] 작은 행동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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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20대였다. 농사로 치면 20대는 씨를 뿌리는 시기라 언제 씨앗이 발아해 열매를 맺을지 알 수 없는 시기다. 그 시절은 끝이 잘 보이지 않는 터널을 걷는 기분으로, 소설가 김연수는 20대를 “결과는 없는 원인만 있는 삶”이라고 표현했다. 행복에 관한 생애 주기 역시 20대에게 불리하다. 행복 지수는 파도 모양으로 움직이는데, 10대까지 상승하다가 20대 초중반에 바닥을 치고 30대 중후반까지 상승하기 때문이다.

20대에 불안이 극에 달하는 건 특히 미래 때문이다. ‘미래 중독자’의 저자 대니얼 밀로는 인류가 상상력을 발휘해 ‘미래’라는 시간 개념을 발명한 후, 인간에게 숙명처럼 불안이 따라왔다고 말한다. 현재만 사는 동물들에 비해 인간은 일어나지 않은 일을 현실처럼 느끼며 고통받는다는 것이다. 오늘 힘든 것은 견딜 수 있지만 미래가 암담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인간은 불안을 느낀다. 덕분에 철학과 종교는 ‘불안’을 다스리기 위한 방법을 개발해냈다. 과거나 미래가 아닌 이 순간을 살라는 ‘카르페디엠’은 그중 최고의 처방전이다. 문제는 현재를 어떻게 사느냐는 것이다.

내가 권유하고 싶은 건 목표를 가능한 한 작게 쪼개라는 것이다. 먼 ‘미래’를 ‘현재’로 끌어와 눈앞에 두고 살펴보란 뜻이다. 20대라면 토익 900점 이상, 취업, 결혼 같은 큰 목표가 아니라, 내 방 정리, 영어 문장 5개 외우기처럼 해야 할 일을 쪼개어 포인트처럼 적립하라는 것이다. 목표를 쪼개는 이유는 성취의 문턱을 낮춰 잦은 성공의 경험을 느끼고, 자기 효능감을 키우기 위해서다.

라이프 코치들이 꼽는 최고의 습관이 ‘침구 정리하기’인 이유도 그것이 하루를 성공의 경험으로 열게 하고, 청결함을 넘어 ‘나는 정리 정돈하는 사람’이라는 새 정체성을 주기 때문이다. 되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는 비밀이 여기에 있다. 바로 ‘원인이 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작은 것이라도 자신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때, 우주도 우리의 꿈에 귀 기울인다.

[백영옥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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