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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카카오엔터 찾아간 민주당 “불공정계약 다음은 창작자 건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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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대표가 12일 오전 ‘웹툰 정산정보제공 시연 및 플랫폼·창작자 상생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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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국정감사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웹툰·웹소설 산업을 성장시켰다는 교만과 자부심이 너무 지나쳤던 게 아닌가 깊이 되돌아보는 시간이 됐습니다. (이진수 카카오엔터 각자대표)”

국내 웹툰·웹소설 시장 1, 2위를 다투는 대형 플랫폼의 수장이 ‘교만과 자부심’을 반성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무슨 일이야



더불어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 빅테크갑질대책 태스크포스(TF)는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카카오엔터 합정오피스를 찾아 카카오·네이버 등 플랫폼 관계자와 창작자들을 만나 ‘상생간담회’를 열었다. 지난해 국감에서 불거진 웹툰·웹소설 플랫폼-창작자 간 불공정 계약, 불투명한 정산 구조 등의 개선을 점검하는 차원이다.

이날 간담회엔 박홍근 원내대표(민생우선실천단장), 한준호 빅테크갑질대책 TF 팀장, 유정주 TF 위원 등 민주당 인사들과 이진수 각자대표, 황현수 스토리부문 대표, 박정서 웹툰 총괄 등 카카오엔터 임원진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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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마포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합정오피스에서 플랫폼-창작자 상생간담회가 열렸다. (왼쪽 위부터) 김재현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 국장,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유정주 민주당 의원(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 빅테크갑질대책TF 위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민생우선실천단장),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한준호 민주당 의원(빅테크갑질대책TF 팀장), 김병욱 민주당 의원(빅테크갑질대책TF 위원), 김현우 네이버웹툰 유니버스B 리더, 황현수 카카오엔터 스토리부문 대표, 허권 문체부 대중문화사업과 사무관, 박정서 카카오엔터 웹툰 총괄. (왼쪽 아래부터) 손상민 작가, 이정헌 작가, 김병수 목원대 웹툰·애니메이션·게임학부 교수, 안미란 문체부 대중문화사업과 과장. 김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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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네이버에서 작가 계약 업무 등을 총괄하는 김현우 네이버웹툰 유니버스B 리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웹툰상생협의체 관계자들도 자리했다. 모두발언 이후 진행된 비공개 간담회에서 카카오엔터는 새로 개발한 작가용 정산 정보 제공 시스템 ‘파트너 포털’을 시연했다.

그동안 웹툰·웹소설 플랫폼 기업들은 영화·음원 업계와 달리 소비자들의 결제액 정산 내역을 창작자에게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비판을 받아왔다. 이날 유정주 의원은 “(작가들이) 본인 작품이 시장에서 얼마나 어떻게 판매되고 있는지 매출 정보를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애니메이션 제작사 대표와 한국애니메이션산업협회 회장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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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왼쪽)가 더불어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 빅테크갑질대책TF 한준호 의원, 유정주 의원과 간담회 시작 전 차담을 나누고 있다. 김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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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카카오, 무슨 말 나눴나



박홍근 원내대표는 “웹툰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주목하는 K콘텐츠의 핵심”이라며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도 짙기 마련인데, 급격한 성장 이면에는 창작자들의 희생과 고통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한 웹툰 생태계를 위협하는 문제점을 입법과 정책 대안을 통해 해소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진수 대표는 “20년 넘게 정보기술(IT) 업계에 있으면서 지난해 난생 처음 국회에 갔다”며 “지금도 저는 ‘대한민국 스토리-지적재산(IP)-영상의 글로벌 실크로드를 만들겠다’는 비전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지만, 우리가 너무 성장만 부르짖었나 생각해본 계기가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와 산업계의 조언대로 카카오엔터의 영향력을 고려해 투명한 정산, 공정한 표준계약서를 관리할 책임 등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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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 출석한 이진수 카카오엔터 대표(왼쪽)와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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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왜 중요해



불투명·불공정 바뀔까: 문체부에 따르면 지난해 불공정계약을 경험한 웹툰 작가는 전년보다 2.4%p 증가한 52.8%였다. 특히 ‘2차 저작권, 해외 판권 등 제작사에 유리한 일방적 계약’을 경험했다는 비율이 전체 응답자의 23.2%로 가장 높았다. ‘정산 내역을 제공받지 못했다(17.5%)’는 응답이 그 다음. 대부분 중소규모 제작사(CP)와의 계약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카카오·네이버 등 대형 플랫폼이 여러 CP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고 업계 파급력이 큰 만큼 이들의 ‘공정계약 선언’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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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카카오 상생 일등공신?: 카카오엔터는 스스로를 “카카오 계열사 중 상생안 이행률 1위”로 평가한다. “플랫폼 수수료율 등 아직 발표 못한 것들이 있는데, 국감에서 지적받았던 건 지난 1년간 거의 다 이행했다(카카오엔터 관계자)”는 것.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것이 창작을 지원하고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 ‘창작지원재단’ 설립과 이날 공개한 ‘파트너 포털’이다. 회사는 향후 5년간 최소 100억원을 재단에 투입할 예정이다. 다만 파트너 포털이 실제 효용이 있을진 지켜봐야.

● “수수료가 너무해”: 플랫폼이 떼는 수수료도 창작자들의 주요 어젠다. 김동훈 웹툰작가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해 국감에서 “1000만원 매출이 발생하면 거대 플랫폼이 가져가는 수수료는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50%”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남은 50~70%를 제작사와 메인 작가가 나누고, 메인 작가는 보조 작가·글 작가와도 나눠야 한다. 최저생계비가 한참 모자란 상황”이라고도 증언했다.



이것도 알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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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완결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형 히트작 ‘나 혼자만 레벨업’의 주요 성과. 맨 오른쪽은 내년 공개될 애니메이션 티저 사진. 일본 애니메이션 명가 에이원픽처스(A-1 Pictures)가 제작한다. 사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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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웹툰업계와 독자들은 최근 ‘작가 건강권’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조회수 142억회를 기록한 카카오의 대형 히트작 ‘나 혼자만 레벨업’ 그림 작가 장성락(37)씨가 지난달 23일 세상을 떠나면서다. 장 작가의 사망 원인(지병으로 인한 뇌출혈)과 업무 강도 간 상관관계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이 사건은 웹툰 작가들의 장시간 고강도 노동에 대한 논의에 불을 지폈다. 고인은 ‘나혼렙’ 연재 시절 70~100컷 분량의 컬러 웹툰을 매주 연재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웹툰 작가들은 하루 평균 10.5시간, 주중 평균 5.9일을 창작 노동에 쓴다. 하루 14시간 이상 노동하는 작가도 17%나 된다. 웹툰협회는 지난 9일 장 작가를 추모하며 “웹툰업계가 형성해온 살인적인 고강도 업무 환경을 더 이상 개인적인 문제로 파편화해선 안 된다”며 “상생협의체를 통해 문제 해결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네이버웹툰도 지난 6월 북미에서 “만화는 문학의 재밌는 부업”이라고 광고했다가 작가들로부터 “부업 같은 소리하네(Side-hustle my ASS)”란 비난을 받고 빠르게 사과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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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와 관련 유정주 의원은 간담회 이후 중앙일보와 만나 “(법정근로시간을 넘는) 추가 노동에 대한 보상 등을 표준계약서에 보강해나가겠다”며 “상생협의체에 전수조사를 의뢰해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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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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