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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태양광 발전 전력량 모으는 정유사? 전력 중개 사업하는 통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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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너지·SK E&S·SK텔레콤·KT 등

미래 전원, 중앙집중형→분산형 변화

재생에너지 단점 보완 가상발전소의 꿈

석유기업 쉘·전기차 테슬라 등도 이미 참여

“한전 송·배전망 투자 등 개선 과제”


한겨레

에스케이 박미주유소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에 설치된 태양광 시설. 에스케이이노베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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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와 태양광 발전소.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에스케이(SK)에너지의 서울 금천구 박미주유소 건물 옥상에는 20㎾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가 있다. 지난 5월말 김준 에스케이이노베이션 부회장 등 이사회 구성원들은 이곳을 방문해 정유사의 미래 청사진을 살펴봤다.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는 한국전력에 판매하고 있다.

에스케이에너지는 2019년 친환경 에너지 사업 확장을 위해 태양광 발전사업에 뛰어들었다. 전국 주유소와 화물차 전용 휴게소 25곳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했다. 이달 중에는 주유소 22곳에서 0.4㎿를 추가 가동할 예정이다. 이런 소규모 분산전원을 모아 한국전력에 판매할 수 있는 이들을 중개사업자라고 한다. 에스케이에너지는 지난해 7월 전력거래소에 사업자 등록을 마쳤다. 에스케이에너지 관계자는 11일 “소규모 태양광 발전시설을 운영하는 사업자들을 모아 올해까지 총 20㎿ 이상의 전력을 확보하는 것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전력거래소에 등록된 소규모 전력중개사업자는 이날 기준 총 72개사이다. 소규모 분산 전력 전력중개사업에는 에스케이에너지뿐 아니라 가스 기반 에너지 기업으로 출발해 재생에너지 사업에도 적극적인 에스케이이엔에스(SK E&S),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케이티, 에스케이텔레콤 등이 등록돼있다.

정유사·통신사 등이 전력중개업에 진출하는 것은 재생에너지 시대를 미리 준비하기 위해서다.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이 확대되면 석탄·원자력 등 ‘대규모 중앙집중형’에서 재생에너지와 같은 ‘소규모 분산형’으로 전력망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가 발표한 ‘재생에너지 투자 보고서’를 보면, 올 상반기 세계 재생에너지 시장에 투자된 금액은 2260억달러(약 295조5천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11% 급증한 수치다.

이 때문에 재생에너지의 단점인 간헐성, 즉 날씨나 시간에 따라 생산량이 급변동해 전력 수요와 공급량을 제때 맞추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 절실해졌다. 이에 전력거래소는 지난해부터 발전량을 미리 예측하는 등 전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자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전력수요를 파악하고 필요한 전력만 맞춤 생산하는 클라우드 역할을 하는 가상발전소(VPP·Virtual Power Plant)가 주목받는 이유다. 화석연료 에너지 기업이나 통신·에너지 스타트업 기업(해줌·엔라이튼·에이치에너지) 등도 미래 시장 확대를 염두에 두고 가상발전소에 관심을 쏟고 있다. 2019년 운영을 시작한 소규모 전력중개업 시장은 가상발전소 육성을 위한 첫 단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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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티는 2018년 10월2~5일 고양시 일산 킨텍스(KINTEX)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에너지 종합 전시회인 ‘2018 대한민국 에너지대전'에 참가해 에너지사업을 소개하는 전시관을 운영했다. 케이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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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석유기업 로얄더치쉘은 지난해 2월 유럽 8개국에 분산돼있는 1만여개 재생에너지 전력을 관리하는 유럽 가상발전소(VPP) 운영사 ‘넥스트크라프트베르케’를 인수했다. 테슬라도 8억 달러(약 1조원)를 들여 세계 최대 가상발전소를 구축하겠다는 계획 등을 발표하기도 했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미래 소규모 분산 전원이 늘어났을 때를 대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의 경우 아직 과제가 많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전세계 평균인 10%대와 비교해 7%대로 낮은 편이고 정부 주도로 지역별 재생에너지 단지가 추진되는 등 재생에너지 산업 자체가 초기 단계이다. 게다가 소비자와 전력 생산자를 이어줄 송·배전망의 꾸준한 관리와 투자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이행할 한국전력은 누적 적자가 수십조원에 이른다. 이런 시장 상황을 고려해 케이티는 2018년 10월 가상발전소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관련 제도 미비를 이유로 중단했다. 한국중부발전과 에스케이이엔에스도 미국 서부 가상발전소 사업에 참여하며 사업 역량을 축적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재생에너지 시장 자체가 아직 규모가 작아 사업 참여에 장애가 되고 있다.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 기업 관계자는 “분산형 전원의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서는 한국전력이 투자·관리하는 송·배전망, 변전소 등 관련 인프라개선 투자가 필수적이다. 또 저장장치(ESS) 기술 개발을 위한 정부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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