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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시간이 멈춘 거리, 영화 속 주인공이 되다…'합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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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글·사진 | 합천=황철훈기자] 숨이 턱턱 막혀오는 무더위에 장마까지 겹치면서 전국은 마치 거대한 사우나장을 방불케 한다. 이럴 땐 잠시 쉬어가는 게 상책, 이보 전진을 위한 자가 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찾은 곳은 경남 합천이다. 한반도 남쪽 내륙 깊숙한 곳에 자리한 합천은 북쪽 가야산을 필두로 매화산과 비계산, 두무산, 오도산이 남으로 이어지고, 청정 ‘황강’이 서에서 동으로 굽이쳐 흐르다 낙동강과 합류한다.

이름난 산이 많다 보니 수려한 풍광은 당연지사, 사시사철 아름다운 합천호와 세계문화유산인 ‘장경판전’과 ‘팔만대장경’을 품은 ‘해인사’까지 볼거리가 넘쳐나는 합천이다. 수려한 합천에서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여행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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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가야산별빛농장 사진 | 지엔씨2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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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 별빛농장 캠핑 사이트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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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 정상에서 누리는 팜핑 체험…‘가야산 별빛농장’
탁 트인 산 정상에서 아름다운 가야산을 마치 정원처럼 누리며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곳. 트레킹과 건강한 요리, 요가, 명상 등 웰빙과 힐링을 모두 누릴 수 있는 곳. 바로 합천군 야로면 가야산 자락에 자리한 ‘가야산 별빛농장’이다.

특히 이 농장은 농장 체험과 캠핑을 접목한 이른바 ‘팜핑’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팜핑(Farmping)은 ‘농장(Farm)’과 ‘캠핑(Camping)’의 합성어다. 해발 400m 고지대에 위치한 농장의 면적은 16만6000㎡(약 5만평)에 달한다. 이중 절반이 농지다. 농장 일대에 조성된 거대한 유리온실 단지에는 아삭한 식감을 자랑하는 가야산 ‘파프리카’가 자란다. 농장 안쪽에는 캠핑족들을 위한 사이트가 마련되어 있다. 특히 400m 고지대에 있는 덕에 탁 트인 시야와 함께 병풍처럼 펼쳐진 가야산 풍경이 그야말로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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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 별빛농장 이현주 대표가 쿠킹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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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을 일군 주인공은 이현주(57) 대표다. 2015년부터 뜻하지 않게 농장을 맡게 됐다. 남편이 지인들과 대규모 농장 개발에 나선 게 ‘가야산 별빛농장’의 시초다. 하지만 사업은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당국의 개발 허가가 떨어지지 않아서다. 결국 개발 허가를 받기까지 장장 4년이 걸렸지만, 시련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동업자의 이탈과 자금 압박 등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뒤엉키며 농장 사업은 좌초 위기를 맞는다. 이때 구원 투수로 나선 이가 바로 이현주 대표다. 남편은 기존 농자재 사업에 전념하기로 하고 대신 이현주 대표가 농장을 도맡아 운영하게 된 것이다. 우선 그는 농사일에 전념하기 위해 이곳으로 이사를 단행하고 금융비용을 덜기 위해 대구의 집과 부동산까지 처분하는 등 통 큰 결단을 내린다. 그런 그의 열정이 통해서였을까. 농장은 조금씩 자리를 잡으며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다. 지난해에는 코로나 펜데믹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매출 11억 5000만원을 달성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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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가야산 별빛농장 사무실 겸 주방 ②파프리카 유리온실 ③미니 파프리카로 만든 ‘키토파샐’ ④가야산 별빛농장 작업자들이 파프리카 선별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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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본인이 가야산의 여신 ‘정견모주’라며 농담처럼 말했다. 가야산에 터를 잡고 정견모주처럼 슬하에 똑같이 두 아들을 뒀다는 그럴듯한 이유를 댔다. 본인의 자존감과 행복감을 높이는 일종의 행복 암시다. 사실 틀린 말도 아니다. 적어도 가야산 별빛농장에서만큼은 말이다. 환한 미소로 행복을 전하는 이 대표 덕에 농장은 늘 밝고 행복한 기운이 넘쳐난다.

별빛농장에서는 요리를 배우며 건강한 먹거리 체험도 할 수 있는 ‘쿠킹 클래스’를 진행한다. 미니 파프리카를 이용한 김밥 모양의 ‘키토파샐’을 비롯해 파프리카 피자, 청란 버거 등 다양한 요리를 가야산 여신(?)과 함께 만들어 볼 수 있다. 체험비 2만원으로 4인 가족이 특별한 만찬을 즐기며 추억도 쌓을 기회다. 이 밖에도 걷기와 명상, 농장 체험 등을 통해 치유여행을 경험할 수 있는 ‘자연미행(농촌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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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영상테마파크 ‘전차거리’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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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영상테마파크 ‘적산가옥거리’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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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의 시간여행 ‘합천영상테마파크’
합천영상테마파크는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를 아우르는 국내 최대 드라마 및 영화세트장이다. 원래 2003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평양 시가지 전투를 촬영했던 세트장을 합천군이 인수해 2004년 4월 영상테마파크로 새롭게 오픈했다.

합천영상테마파크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영상산업의 메카다. 현재까지 이곳에서 촬영된 영화와 드라마가 총 230여 편에 달한다. 그중 영화 ‘태극기를 휘날리며’를 필두로 ‘도둑들’, ‘변호인’, ‘암살’, ‘택시운전사’ 등이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 밖에도 인천상륙작전, 밀정, 강철비 등 영화와 각시탈, 에덴의 동쪽, 경성스캔들, 미스터 션샤인 등 많은 국민들에게 사랑받은 영화와 드라마가 바로 이곳에서 촬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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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합천영상테마파크 식당 세트장 ②유흥거리 ③일제 적산가옥거리 ④일제시대 소공동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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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영상테마파크는 구역별로 시대와 테마를 달리해 건물과 거리를 조성했다. ‘적산가옥 거리’와 일제 강점기 ‘소공동 거리’, 1950년대 폐허가 된 ‘평양 시가지’, 1970년대 ‘종로 거리’를 구역별로 실감 나게 재현해놨다. 특히 백범 김구가 집무실과 숙소로 사용했던 ‘경교장’을 비롯해 이승만 대통령이 살았던 ‘이화장’과 ‘돈화장’, 국내 최초의 상업 호텔인 ‘반도호텔’, 치욕스러운 역사를 상징하는 ‘조선총독부’ 건물까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건물들을 생생하게 되살린 거리는 몰입감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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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종로거리를 재현해 놓은 ‘합천영상테마파크’ ①남영동 철교 ②원구단 ③로라 양장점 ④단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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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영상테마파크에서는 발걸음 뗄 때마다 마치 타임워프를 하듯 묘한 매력에 빠져든다. 단지 몇 걸음을 뗐을 뿐인데 실제 시간여행을 하듯 30~40년의 시공간을 단숨에 넘나든다.

특히 합천영상테마파크의 가장 큰 매력은 이곳에서는 누구나 시간여행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단 주인공이 되기 위해선 시대에 걸맞은 맞춤 의상이 필수다. 합천영상테마파크 의상체험실엔 각 시대에 맞는 다양한 의상과 소품이 비되어 있다. 맘만 먹으면 개화기 신지식인에서부터 독립투사, 대학생, 비련의 남·여 주인공까지 모든 배역을 누구의 간섭도, 경쟁도 없이 꿰찰 수 있다. 여기에 남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을 약간의 뻔뻔함(?)만 장착하면 아카데미 주연상은 떼놓은 당상이다. 혹시 아는가. 내면에 숨겨진 배우의 DNA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의상을 갖춰 입었다면 거리를 활보해 보자. 옷을 갈아입고 나서는 순간 누구나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다. 특히나 보이는 곳 모두가 포토존이니 대충 찍어도 작품이 된다. 여기에 적당한 연출을 가미하면 생각지도 못한 인생샷도 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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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영상테마파크 ‘청와대 세트장’ ①청와대 전경 ②대통령 집무실 ③청와대 본관 내부 ④한옥 숙소 ‘우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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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끝이 아니다. 영상테마파크 뒤편에는 청와대 세트장도 있다. 실제 청와대를 68% 축소해 놓은 세트장은 대통령 집무실과 회의 공간인 집현실 등 실제 청와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습이다.

영상테마파크는 생각보다 넓고 볼 게 많다.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숙박을 고려해볼 만하다. 청와대 세트장 바로 옆에는 저렴한 한옥 숙소 ‘우비정’이 자리하고 있다. 청와대를 앞마당처럼 누릴 수 있는 이색 숙소로 침대방과 온돌방이 마련되어 있다. 테마파크 개장 전 후 시간대에는 청와대 세트장과 테마파크를 호젓하게 누릴 수 있는 특권(?)도 주어진다. 투숙객은 청와대세트장은 물론 합천영상테마파크와 대장경테마파크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청와대 세트장 주변에는 15만㎡ 규모의 분재공원과 정원테마파크 그리고 각종 체험장이 조성돼 있어 가족 여행지로 제격이다. 또한 청와대 세트장과 영상테마파크를 오가는 유료 모노레일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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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돼지수육’, ‘비빔국수’, ‘돼지국밥’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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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정보
3·3국밥(합천읍 문화로 7)=돼지국밥을 필두로 내장국밥, 순대국밥 등 다양한 국밥을 맛볼 수 있는 집이다. 깔끔한 실내 분위기에 걸맞게 국밥도 잡내 없이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는 ‘비빔수육국수’다. 쟁반처럼 커다란 접시에 비빔국수를 담고 접시 가장자리에 돼지수육을 빙 둘러 담아낸다. 비빔국수와 돼지수육을 함께 먹는 게 포인트다. 새콤달콤한 비빔국수와 쫄깃하고 담백한 돼지수육이 찰떡궁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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