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면적 7만3500㎡(약 2만평), 2만석 규모의 아레나 조감도. 2024년 완공예정. 사진 CJ라이브시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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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음악 전용 공연장 사업에 세계 1위 아레나(1만~2만석 이상 공연장) 전문 기업이 나섰다. 미국 스포츠·엔터테인먼트 회사 AEG는 지난달 CJ라이브시티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고, 아레나를 직접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2019년만 해도 양사는 단순한 컨설팅 수준의 협력을 논의해왔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로 가팔라진 K팝 성장 속도에 AEG가 아예 대규모 투자자로 나섰다. AEG와 CJ의 투자비율은 거의 같다.
K콘텐트 강자인 CJ ENM의 자회사 CJ라이브시티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일대 32만6400㎡(약 10만평) 부지에 2024년까지 K콘텐트 복합단지 ‘CJ 라이브시티’를 건설 중이다. 이 안에 2만석 규모의 아레나 공연장이 들어선다. 투자비용은 약 2조원 이상으로 전망된다. 상황에 따라 투자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CJ와 AEG는 이 공간을 전 세계 1억5000만명 K팝 팬덤이 찾는 ‘K팝 생태계’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4일 아담 윌크스 AEG 아시아 태평양 대표와 신형관 CJ라이브시티 대표를 줌(ZOOM)으로 인터뷰했다. 두 사람은 공연 프로듀서 출신 경영진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윌크스 대표는 20여년간 아시아 공연 시장에서 일하며, 테일러 스위프트, 롤링스톤즈, 에드 시런 등의 콘서트 투어를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이 있다. 신 대표는 엠넷(Mnet)의 간판 프로그램인 ‘엠카운트다운’, ‘슈퍼스타K’, ‘프로듀스’ 시리즈, ‘쇼미더머니’와 더불어 글로벌 K팝 시상식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와 K팝 축제 ‘케이콘’(KCON) 등을 기획 및 연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아담 윌크스 AEG 아시아 태평양 대표. 사진 CJ라이브시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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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K팝의 글로벌 인기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A : “(윌크스) 아시아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20여년간 일하면서 아쉬웠던 점이 하나 있다. 일본·인도·동남아 등 대부분 아시아 가수는 국내 관객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다. 그런데 K팝은 달랐다. K팝 아티스트는 한국 문화를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국제 관객을 타깃으로 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어느 나라 관객이 봐도 멋있을 만한 무대를 만든다. K팝은 지나가는 유행이 아니라 새로운 음악 장르가 됐다. 글로벌 음악뿐 아니라 드라마, 영화, 패션 등 엔터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AEG는 K팝이 국제적 현상이 되는 것을 흥미롭게 지켜봤으며, 특히 북미, 유럽 사업부에서 K팝의 성장세를 강하게 느끼고 있다.”
A : “(신형관) 2004년부터 케이콘, 마마 등 해외 공연을 지속하면서 놀라지 않은 해가 없다. 아시아 국가에서 시작해 미국으로 진출할 때마다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것을 두 눈으로 지켜봤다. K팝은 일종의 라이프 스타일이다. 책이나 영화를 보는 것처럼 K팝 ‘덕질’을 즐기는 글로벌 팬덤이 늘고 있다.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CJ라이브시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신형관 CJ라이브시티 대표. 사진 CJ라이브시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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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CJ라이브시티 아레나는 다른 국가 아레나와 비교해 어떤 차별성이 있나.
A : “(신형관) K콘텐트 강자인 CJ와 아레나 사업 글로벌 1위인 AEG가 처음으로 손을 잡았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단순히 라이브 공연장만 있는 게 아니라 매주 목요일 20여개 팀이 출연하는 ‘엠카운트다운’을 촬영하는 스튜디오도 만들어진다. 매주 방문할 팬덤을 위해 ‘K팝 플라자’라는 공간을 마련한다. 아티스트 출퇴근길을 직관할 수 있고, 아레나 외벽에 설치된 미디어 파사드를 통해 응원 메시지를 보내는 기회도 주어진다. 글로벌 팬덤이 소통하는 ‘버추얼 아레나’(가칭) 메타버스 장(場)도 있다. 이러한 K팝 팬덤의 적극적인 참여는 콘텐트의 기획-제작-소비가 한 곳에서 끊임없이 이뤄지는 전 세계 유일무이한 ‘K팝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다.”
A : “(윌크스) 부동산 개발기업이 아니라 K콘텐트 기업인 CJ와 협업하니 팬덤을 배려한 디테일한 장치들이 돋보인다. CJ라이브시티는 고양시뿐 아니라 한국 전체에 영향을 주는 사업이 될 것이다. 서울은 세계적인 메가시티(인구 1000만명 이상의 거대 도시)이고, 우월한 기술력과 콘텐트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라이브 공연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대부분 시설이 1988년 올림픽 때 설립돼 K팝 공연에 적합하지 않다. AEG는 미국 LA크립토닷컴, 영국 오투 아레나를 건설하면서 도시의 다이내믹(역학)을 바꾼 적이 있다. CJ라이브시티도 그런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공연음악시장 규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
Q : 지금까지 한국에 K팝 전용 공연 시설이 없는 이유는 내수 관객으로 채우기 어렵다는 우려가 있어서다. CJ라이브시티는 어떤 방식으로 모객할 계획인가.
A : “(신형관) 한국만 보면 K팝 시장이 작아 보일 순 있지만, K팝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잠재력은 충분하다. 케이콘 같은 글로벌 행사를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열 때마다 전국에서 팬덤이 모였다. 어린 시절 디즈니랜드 한번 가는 것을 꿈꾸듯, CJ라이브시티도 K팝 팬덤이 꼭 한번 가고 싶은 장소가 될 것이다. CJ라이브시티는 국내를 기본으로 하되, 아시아, 전 세계를 타깃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호텔과 레지던스 등을 복합적으로 계획했다. 사명에 ‘시티’가 들어간 이유가 여기에 있다.”
CJ라이브시티는 2024년 개장한 후 매년 국내외 2000만 명 이상이 방문, 연간 1조6000억원 규모의 경제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예측된다. 사진 CJ라이브시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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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앞으로 K팝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A : “(신형관) K팝에 새로운 신인이 계속 나와야 한다. 관계자들이 K팝을 하나의 예술로 인정해야 글로벌 무대에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
A : “(윌크스) 동의한다. K팝에는 한계가 없다. 성공이 성공을 낳고 있다. K팝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서양 아티스트의 영향을 받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반대다. 매번 새로운 형태의 K팝 아티스트가 탄생하고 있다.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는 이미 K팝의 영향을 받은 아이돌 그룹이 나왔다. 단순 퍼포먼스뿐 아니라 연출 기술, 팬과의 관계 등 면에서 다른 엔터 사업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
Q : 좋아하는 K팝 아티스트가 있나?
A : “(윌크스) 처음 접하게 된 K팝 아티스트는 레인(비·정지훈)이다. 굉장히 잘생겼고 멋지다고 생각했다. 저스틴 비버 콘서트에서 공연한 지드래곤도 눈여겨봤다. 아울러, AEG가 블랙핑크 투어를 진행하면서 그들의 팬이 됐다. 그룹 갓세븐의 잭슨은 한국인은 아니지만, K팝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이렇게 K팝이 다른 국가 아티스트에게 영감을 주고 산업으로 자리 잡는 게 흥미롭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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