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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인플레 공포 완화에 국내외 증시 ‘안도 랠리’… 전문가들 "환호하긴 이르다" [美 물가 정점 찍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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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 3대지수 일제히 상승
코스피도 2520선 회복하며 마감
"연준, 물가안정 갈길 갈 것" 경계


파이낸셜뉴스

코스피가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 영향에 11일 2520선을 회복해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2480.88)보다 42.90p(1.73%) 오른 2523.78에,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10.4원)보다 7.4원 내린 1303.0원에 장 마감했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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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인플레이션 정점론'이 힘을 받으면서 11일 국내외 증시에 '훈풍'이 불었지만 환호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직 1980년대 초에 견줄 만큼 인플레이션 수준이 높은 데다 우크라이나발 지정학적 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터라 유가가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어서다.

미국 내 임금 인플레이션 역시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긴축 기조를 놓지 않으면 이번 랠리가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인플레 공포 완화에 미국 증시 급등

10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강하게 반등했다. 다우지수는 1.63%,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13%,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89% 각각 올랐다. 나스닥지수는 6월 16일 최저치(1만646.1) 대비 20% 넘게 상승하며 기술적 강세장에 진입했다는 진단이다.

3대 지수의 동반상승은 미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장을 괴롭혔던 인플레이션율이 더는 치솟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연준의 긴축 속도조절 기대감이 빠르게 확산하며 안도랠리가 펼쳐졌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7월 CPI 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8.5%를 기록했다. 전문가 예상치(8.7%)를 밑도는 수치다. 에너지 가격이 크게 떨어진 덕분이다.

음식료와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 폭도 5.9%로, 시장 예상치(6.1%)를 밑돌았다. 근원 CPI는 연준이 금리인상 폭을 결정할 때 비중 있게 참고하는 지표다. 이에 따라 다음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 폭이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FOMC에서 50bp(1bp=0.01%p) 인상할 확률은 57.5%였고, 75bp 인상은 42.5%로 상대적으로 낮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수요를 죽이면서까지 긴축을 해야 하는 시급성은 많이 약화했다고 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문가 "랠리 환호는 시기상조"

이번 랠리가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DWS그룹의 조지 캐트램본 미국증시 거래책임자는 "두려워했던 것보다 CPI 상승률이 낮았다는 게 핵심"이라며 "연준이 인플레이션율을 낮추기 위해 할 일이 얼마나 많이 남았는지 시장이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도 "7월 FOMC에서 제롬 파월 의장이 재차 근원물가의 중요성을 강조했듯 근원물가 하락세를 추가로 확인하기 전까지 연준은 물가안정을 위해 갈 길을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 위원도 긴축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연준 내에서 비둘기파로 꼽히는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번 CPI 발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기준금리를 올해 말까지 3.25~3.5%, 내년 말까지는 3.75~4% 수준으로 인상할 것을 주장했다.

현재 기준금리는 2.25~2.50%다. 에번스 총재의 말대로 한다면 연준은 올해 남은 세 번(9·11·12월)의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100bp 추가로 올리고, 내년에 50bp를 더 인상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이번 강세장은 단기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역사적으로도 새로운 강세장이 지속적인 상승장을 의미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경제 전문매체 배런스의 분석이다.

배런스에 따르면 2000~2002년 나스닥지수가 몇 차례 20% 넘게 상승한 뒤 더 큰 폭의 하락세가 이어진 바 있다. 2002년 10월이 돼서야 지속적인 강세장이 시작됐다. 2008~2009년 금융위기 때도 마찬가지다. 나스닥지수는 2008년 11월~2009년 1월 25% 급등했지만 2009년 1~3월 다시 23% 밀렸다.

■국내는 실적모멘텀 갖춘 종목 주목

국내 증시 역시 랠리 연장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과 경계심이 공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큰 폭의 지수반등은 당분간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통과했다는 기대감과 함께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실적모멘텀을 갖춘 종목의 선별적인 상승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올해 2·4분기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고, 하향세가 지속되던 국내 증시의 이익전망치 또한 다시 상승 반전을 도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요 원자재 가격 하락은 국내 기업의 비용부담 완화를 통해 실적 하단을 지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증권은 최근 1년간 외국인 유입강도가 마이너스를 보였던 종목 가운데 7월 이후 외국인 매수세가 두드러지고, 2·4분기 실적기간을 거치며 이익전망치가 상향된 종목을 주목하라고 주문했다.

코스피200지수 내에서 이에 부합하는 종목으로는 포스코케미칼, 현대로템, LG에너지솔루션, 현대위아, 한화, 에스엘, 효성첨단소재, 신세계인터내셔날, 현대차, HD현대 등이 꼽힌다.

반면 이익 체력이 약한 성장주 유형의 경우 동반상승 구간에 반짝한 다음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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