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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정부 '지하·반지하 주택' 불허하겠다는데...20만 가구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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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폭우에 반지하 일가족 참변 (서울=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지난 8일 오후 9시 7분께 서울 관악구 부근 한 빌라 반지하에 폭우로 침수된 일가족 3명이 갇혀 신고했지만 결국 사망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사고가 난 빌라 바로 앞 싱크홀이 발생해 물이 급격하게 흘러들었고, 일가족이 고립돼 구조되지 못했다. 사진은 사고 현장. 2022.8.9 soruha@yna.co.kr/2022-08-09 11:10:12/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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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이번 중부지방을 강타한 집중호우를 계기로 '지하, 반지하 주택 OUT'을 외치면서 제도의 현실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사실 반지하(지하 포함) 주택 건설 금지 정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서울시는 2012년에도 건축법 제11조 개정을 통해 상습침수구역 내 지하층은 심의를 거쳐 건축을 불허한 바 있다. 앞서 2010년, 2011년, 2012년 등 3번의 집중호우 사태를 겪으면서 나온 대책이다. 그러나 법개정 이후에도 서울에서는 반지하 주택이 4만 가구 이상 건설됐고, 수요는 꾸준했다.

전문가들은 '반지하를 짓지 못하게 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반지하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서울의 높은 주거비와 주택부족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근본적 원인을 무시하고 반지하를 무조건 막기만 하면 반지하에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서울을 떠나 수도권 도시난민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주목받고 있는 반지하 주택 건설 금지 정책과 관련한 의문증을 짚어봤다.

11일 국토부와 서울시 등은 반지하, 지하 등 주거취약가구의 침수피해 재발방지를 위해 반지하 건설 금지 및 지하층 거주 가구의 주거상향 지원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국토부는 연간 5만 가구에 달하는 공공주택 중 저소득 취약계층의 공급물량은 유지하면서도 청년·신혼부부 분양주택 확대, 주거급여 등을 통해 반지하 거주 인구를 지원한다. 서울시는 앞으로 건축허가 시 지하층은 주거용으로 허가하지 않고, 기존 반지하·지하 주택은 일몰제를 추진해 10~20년간 유예 기간을 주고 현재 거주민이 나간 뒤에는 집주인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 비주거용 용도전환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반지하는 건물 바닥에서 지표면까지 높이가 해당 층의 50%가 되지 않는 주택을 말한다. 1960~1970년대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면서 서울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주택 부족현상이 심각해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건축법 개정에 따라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도입되면서 확산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 시내에는 약 20만8440가구가 반지하(지하 포함)에 거주하고 있다. 전체 가구의 5%에 달한다. 서울시의 100가구 중 5가구는 지하나 반지하에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도시연구소에 따르면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반지하 가구 비중이 높은 자치구는 중랑구(11.3%), 광진구(10.6%), 강북구(9.5%), 관악구(8.4%) 등이다. 강남3구(서초구·강남구·송파구)의 반지하 거주 비중도 3.7~5.6%에 달한다.

서울에 유독 반지하 거주 가구가 많은 이유는 높은 주거비 때문이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세입자의 월 평균 주거비용은 76만9000원으로, 이는 반지하 가구가 매월 벌어들이는 평균 소득(219만원)의 35%에 육박한다. 반지하 가구의 월소득은 도시노동자 월평균 소득인 624만원(3인 가구 기준)과 비교해도 턱없이 부족하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책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대비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반지하가 주거로서 장점보다 단점이 많음에도 수요가 있는 것은 그만큼 필요로 하는 계층이 있기 때문"이라며 "주택시장에서 절대적 가치인 '저렴한 임대료'라는 장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당장 반지하를 비주거용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은 또 다른 소외계층의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반지하 거주 인구를 지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그 가구 숫자만큼의 지상 주택이 필요하다는 의미"라면서 "재고주택을 늘리기 위해선 정부가 신규택지공급 부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는 가용택지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어렵고, 매입임대나 건설임대, 주거바우처 등 대안책을 종합적으로 고민해 마련한 뒤 제도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적절한 퇴로 정책이 만들어진다면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서울 광진구에서 반지하 10가구를 임대하고 있는 김모씨는 "반지하는 선호도가 낮고, 여름과 겨울에는 관리가 어려워 임대를 놓으면서도 늘 불안했다"면서 "최근에는 중국, 동남아인들만 찾아서 임대료 받기도 어려웠는데, 정부가 인센티브를 통해 적절한 출구전략을 마련해준다면 비주거용으로 적극 전환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반지하 10가구 중 9가구는 보증금이 거의 없거나 적은 월세 세입자"라면서 "수요가 많지 않지만 서울 주거비가 워낙 올라서 어쩔 수 없이 찾는 사람들이 꾸준한 편이고, 코로나19 때 특히 많았던 만큼 이들의 사정을 배려한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우선 이달 내 주택의 60% 이상이 지하에 파묻힌 반지하주택 1만7000가구에 대한 구체적 지원책을 마련하고, 20만 가구에 달하는 반지하 주택도 전수조사해 위험단계를 1~3단계로 세분화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습침수구역은 모아주택, 재개발을 통해 빠르게 정비사업을 할 것"이라며 "해당 지역 거주 세입자들은 공공임대주택 입주, 주거바우처 등을 우선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또 "반지하, 지하를 근린생활시설, 창고, 주차장 등 비주거용으로 전환하는 집주인들에게는 리모델링을 지원하거나 정비사업 추진 시 용적률 혜택을 제공하겠다"면서 "SH공사의 '빈집 매입사업'을 통해 주민 공동창고나 커뮤니티시설로 리모델링하는 방안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아주경제=한지연, 신동근 기자 hanj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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