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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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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DLF 징계취소' 상고…금융권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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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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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진행 중인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중징계' 취소 소송과 관련해 대법원에 상고하기로 확정하면서 금융권이 긴장하고 있다. 이번 상고는 단순한 법리상 문제를 넘어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들의 내부통제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이복현 금감원장의 메시지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융권 일각에서는 사실상 승소 가능성이 없는데도 금감원이 상고를 결정함으로써 금융권의 법적 리스크가 커지고 금융시장이 위축되는 악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감원은 11일 손 회장 등이 금감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문책 경고 등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의 2심 판결에 대해 면밀한 검토와 외부 법률 자문을 거쳐 대법원에 상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에 대해 금감원 측은 개별 소송 건에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 향후 우리나라 금융산업 전반의 내부통제 수준을 높여나가기 위한 법·제도적 기반을 정립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 횡령과 7조원대 외환 이상 거래 등 일련의 금융사고 발생으로 내부통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상황 등을 감안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장기적으로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판례를 만들고자 항소한 것"이라며 "DLF 공판 이후 뭐가 바뀌었나. 외환 이상 거래 건 등을 살펴봐도 내부통제가 하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은 2020년 1월 DLF 사태 관련 불완전판매와 내부통제 소홀 등의 책임을 물어 손 회장에게 문책 경고를 내린 바 있다. 금융사 임원이 문책 경고 이상 징계를 받으면 연임이 불가능하며 금융권 취업도 제한된다. 이에 손 회장은 금감원을 상대로 징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8월 1심과 지난달 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로부터 상고해야 한다는 압력이 높은 가운데 금감원이 대법원 상고를 포기할 경우 스스로 CEO 징계 당위성을 부정하는 모습이 돼 후속 소송 등에서 방어 논리를 만들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과 같이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으로 금감원 징계를 받았던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또한 행정 소송으로 징계 적법성을 다투고 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 1·2심 판결과 하나은행 1심 판결 내용을 비교하며 법리적으로 겨뤄볼 자신이 있음을 드러냈다. 우리은행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상 '내부통제기준 설정·운영기준'을 내부통제기준의 실효성 판단기준으로 인정해 우리은행이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준수'해야 할 의무도 있다고 판단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번 금감원의 상고 결정은 우리은행의 DLF 징계만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업계 전반에 전해질 메시지까지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며 "세부 사안은 달라도 우리은행처럼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을 근거로 징계 대상에 오른 금융사가 굉장히 많다. 만일 이번에 상고하지 않을 경우 이런 업체들의 징계 수위가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퍼지는 것을 차단하려는 조치"라고 해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금감원이 법령상 허용된 범위를 넘어 처분사유를 구성했다는 판단이 이미 나온 셈인데, 추가적인 처벌 근거 없이 법리적 해석만 다툴 3심을 강행한 것은 다분히 다른 사건들을 의식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은행의 내부통제에 앞서 당국의 감독체계 문제도 꾸준히 지적돼 왔지만 개선되지 못했다"며 "금감원이 상고 결정을 내린 것은 추후 감사원 감사 등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혜순 기자 / 문재용 기자 / 최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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