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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뉴스분석] 北노동자 우크라 전쟁복구 투입될까..."코로나·대북제재 등 걸림돌 적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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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 정권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이 전쟁 복구 사업에 북한 건설 노동자를 투입하겠다고 나서면서 성사 가능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북제재 차원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국제사회가 금지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의 해외송출을 둘러싸고 정면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다.

북한 노동자 투입에 불을 붙인 건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다. 그는 지난달 19일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아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두 개의 분리된 공화국의 본거지인 돈바스 지역 재건에서 러시아에 유용한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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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신홍철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가운데)가 지난 5월20일 나탈리아 니코노로바 도네츠크 외교장관(왼쪽)과 블라디슬라프 데이네고 루한스크 외교장관과 회담했다. [사진=도네츠크인민공화국 외교부] 2022.08.10 yj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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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체고라 대사는 질 높은 노동력과 어려운 일을 기꺼이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으면서 "북한의 건설 노동자는 우크라이나 군에 의해 파괴된 돈바스 지역의 인프라와 산업시설을 복구하는 진지한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며 기대를 보였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 성향 분리주의자들이 선포한 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지역의 전쟁복구 사업에 북한 노동력을 투입하겠다는 의미다. 2014년 독립을 선포한 DPR과 LPR은 서방에선 '국가'로 인정받지 못한다.

하지만 러시아는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계 주민 보호를 명분으로 우크라이나 침공 사흘 전인 올 2월21일 DPR과 LPR의 독립을 승인했다. 이어 6월 말 친러 정권인 시리아가, 지난달 14일에는 북한이 이들 체제의 독립을 각각 승인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북한 노동자 송출은 9일 데니스 푸실린 DPR 수반이 직접 나서 "외무부가 국가 재건 사업에 북한의 건설 노동자를 참여시키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 밝히면서 보다 구체화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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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4월25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사진=노동신문] 2022.08.10 yj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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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실린은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노동력을 높게 평가하는 언급을 한 뒤 "사업 관련 파악을 위해 북한의 첫 전문가 그룹이 조만간 도네츠크인민공화국에 도착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 매체인 리아 노보스티도 푸실린의 언급을 인용해 "도네츠크가 북한과의 건설 부문 협력을 놓고 협상 중이며, 첫 여단(first brigades) 규모의 인력이 도착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북한에서 여단급은 1000명 수준의 병력을 의미한다"며 "건설을 주로 담당하는 돌격대여단 등도 비슷한 규모로 편성된다"고 말했다.

푸실린의 언급을 두고 사전협의 차원의 선발대를 의미한다는 주장과 시범적 차원에서 노동 인력이 투입되는 걸 지칭한다는 관측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북한 노동자의 투입 문제가 푸실린의 입을 통해 점차 공식화 하는데다 미국 등이 이에 대응 메시지를 내는 등 구체화 하고 있는 기류다.

북한 노동자를 우크라이나 전쟁 복구에 투입하는 것을 두고 가장 우선적으로 제기되는 건 대북제재 위반 논란이다. 유엔 안보리는 2017년 12월 대북제재 결의 2397호를 통해 해외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를 2019년 말까지 모두 평양으로 돌려보내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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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콜라이우 로이터=뉴스핌] 주옥함 기자= 3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미콜라이우의 한 주택이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파괴됐다. 2022.08.01.wodemaya@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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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노예노동과 같은 인력송출로 막대한 외화를 챙기고 결국 김정은이 이를 핵 개발과 장거리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개발에 전용하고 있다는 우려에서 돈줄죄기에 나선 것이다.

미 국무부는 8일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명백한 공격인 이른바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인정하는 어떤 결정도 강력하게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에릭 펜튼 보크 조정관은 8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명백하게 이런(북한 근로자의 송출) 행위를 부추기는 것은 실망스럽다"면서 "이에 찬성하는 발언을 한 마체고라 대사와 다른 러시아 고위 당국자들은 러시아 측이 동의했던 유엔결의의 관련 조항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타스통신 등 일각에서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러시아와 시리아·북한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가 DPR과 LPR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유엔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안보리 결의를 이들 두 체제에 적용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 연구기관의 박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결심한다면 우크라이나 분쟁지역 복구에 북한 건설 인력이 파견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이럴 경우 평양에서 새로 노동자를 내보내기 보다는 유엔결의에 따라 북한으로 귀환하려다 코로나 사태로 발이 묶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북한 인력이 우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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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양말공장 방역사업 모습 2022.06.26 [사진=노동신문]


일찌감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지지입장을 밝혀온 북한으로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연대를 통해 힘을 실어주는 정치·외교적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이를 통해 미국과 유럽연합(EU)등 서방 진영과 맞서는 러시아·중국의 진영에 확실하게 서게 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복구 사업을 선점함으로써 부족한 외화를 충당하는 실리도 챙길 수 있다. 러시아라는 든든한 방파제가 있다는 점에서 대북제재로부터도 비교적 자유롭다는 장점도 있다. 해외에 2년 넘도록 발이 묶인 북한 근로자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김흥광 대표는 "적어도 수 천명의 노동자가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달러를 북한 정권이 챙길 수 있고, 가족들에게도 송금해 장마당 경제가 돌아갈 수 있다"며 "김정은으로서는 이래저래 남는 장사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정치적 부담이나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투입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코로나 비상방역에 전력투구해온 북한이 해외인력 송출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특히 '인민대중 제일주의'를 주창해온 김정은 위원장이 전쟁터인 우크라이나에 인력을 투입한다는 건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분쟁지역이란 점에서 자칫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 리더십에 손상을 입을 공산도 크다는 것이다. 명분도 실리도 챙기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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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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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며 사태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근로자 송출 행위는 명백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으로 강행 시 추가적인 제재가 취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측이 적극적인 대북접근 제스처를 취하면서 북한 근로자 송출 문제를 띄우는 언론플레이에 나서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도 정부 안팎에서 감지된다.

러시아 주재 DPR 대사관은 지난달 말 북한 대사관 측과의 실무회담에서 공업과 농업·건설 등의 분야에서 협력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올가 마케예바 DPR 대사가 신홍철 북한 대사에게 푸실린의 방북 의사를 담은 서한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측은 대사관 개설을 위한 구체적인 사안도 논의 중인 상황인데, 특히 푸실린이 직접 방북해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까지 추진되고 있어 노동력송출을 둘러싼 양측의 밀월과시 행보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yj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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