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회장님 '사실혼 배우자'도 친족"…김범석 총수 지정은 또 '불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세종=유재희 기자] [(종합)]

머니투데이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윤수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1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친족 범위 조정 등 대기업집단 제도 합리화를 위해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오는 11일 부터 다음달 20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2.08.10.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의 친족 범위를 '혈족4촌·인척3촌'으로 줄이는 동시에 '사실혼 배우자'를 친족에 포함하기로 했다.

기업의 총수 일가 지분 신고 등 업무부담을 줄이는 대신, 총수의 사실혼 배우자가 주요 주주로서 총수의 그룹 지배력을 뒷받침하고 있는데도 경쟁 당국 감시망 밖에 놓이는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이번 조치로 재계 34위 SM그룹의 총수 친족이 확대된다. 재계 2위 SK그룹은 최태원 회장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에 대한 분류가 '총수 관련자'에서 '총수 친족'으로 변경된다.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해 총수 친족 범위를 '혈족6촌·인척4촌 이내'에서 '혈족4촌·인척3촌 이내'로 축소하고 '친생자가 있는 사실혼 배우자'를 총수의 친족에 포함한다고 10일 밝혔다.

새 시행령에 따라 친족에서 배제되는 '혈족 5~6촌·인척 4촌'은 총수 회사의 주식 1% 이상을 보유하는 등 기업 지배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만 친족에 포함하기로 했다. 시행령 개정 시 공정위의 대기업집단 규제를 받는 총수의 친족수는 8938명에서 4515명으로 절반에 가깝게 줄어든다. 공정위는 총수 친족범위 축소로 기업의 신고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총수 친족 범위 축소가 대기업집단 부담 완화를 위한 것이라면 사실혼 배우자의 친족 포함은 규제 합리화 차원의 조치다. 윤수현 공정위 부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총수의 사실혼 배우자가 그룹 계열사의 주요 주주로서 총수 지배력을 보조하는 경우에도 (현행 법령에 따라) 총수의 특수관계인에서 제외돼 규제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며 "해외에서도 사실혼 배우자는 친족 범위에 포함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시행령 개정 영향을 받는 대기업집단으로 SK와 SM을 꼽았다. 시행령 개정 시 우선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실혼 배우자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이 내년부터 '총수 친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부위원장은 "최 회장의 사실혼 배우자 김씨를 친족으로 포함하는 것은 내년에 (대기업집단을) 지정할 때부터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티앤씨재단은 최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공익법인인 이유로 김희영 이사장은 지금 기준으도 '총수 관련자'에 포함돼 있다. 결과적으로 김 이사장이 내년 총수 친족으로 변경되더라도 SK그룹이 매년 공정위에 제출하는 대기업집단 지정자료 제출 범위에는 사실상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매년 5월 1일 대기업집단 지정에 앞서 각 그룹으로부터 지정자료를 제출받으며 허위·누락이 있는 경우 직접 총수를 제재한다.

SM그룹은 우오현 회장의 사실혼 배우자 김혜란씨가 새롭게 친족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김씨는 총수 관련자 등에 포함돼 있지 않다. 공정위 관계자는 "SM은 총수의 사실혼 배우자가 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을 상당히 많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공정위는 시행령 개정 후 내년 대기업집단을 지정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사실혼 배우자를 친족으로 지정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관련 사례를) 사전에 전수조사해 파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내년에 대기업집단을 지정할 때 추가 사례가 있을 수 있지만 현재로서 파악되는 것은 SM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가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외국 국적자에 대한 '총수 지정기준 신설'을 포함하지 않으면서 지난해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을 쿠팡 총수로 지정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쿠팡은 '총수없는 대기업집단' 지위를 유지할 전망이다.

지난해 공정위는 김 의장을 쿠팡의 실질적 지배자로 인정하면서도 김 의장이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총수로 지정하지 않았다. 원래 공정위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외국인도 총수로 지정할 수 있도록 총수 지정기준을 신설할 계획이었고 이 경우 내년에 김 의장이 쿠팡 총수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가 미국과 통상 마찰 가능성 때문에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하면서 공정위가 관련 내용을 개정안에서 제외했다.

윤 부위원장은 "지금 단계에서 (내년에도) 김 의장의 쿠팡 총수 지정이 불가능하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시행령 개정에 소요되는 기간(약 6개월) 등을 고려해보면 내년 지정이 쉽지는 않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