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4 관련 견제구…사드 관련해선 "안보우려 중시하고 적절 처리" 요구
박진 장관, 한중 외교장관회담 참석 |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이 9일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행보를 비판하며 한국과 중국이 함께 저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10일 홈페이지에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전날 회담 결과 자료를 내놓은 것과 별개로 '중·한, 공급망 안정 수호에 동의'라는 제목의 자료를 따로 올렸다.
이 자료에 따르면 왕 부장은 회담에서 "현재 세계화가 역류를 만나 개별 국가가 경제를 정치화하고 무역을 도구화하며 표준을 무기화해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 안정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을 겨냥한 발언이다.
왕 부장은 "중·한 양측은 시장 규율을 위반하는 이런 행동을 공동으로 저지하고 양국과 전 세계 산업망·공급망 안전과 안정을 함께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칩4) 예비회담에 참석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나온 이 발언은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의 시도에 한국이 동참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내포한 '견제구'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글로벌타임스 등 중국 관영 매체는 최근 한국의 칩4 참여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칩4가 중국 배제로 나아가지 않도록 하는 '균형자' 역할을 한국이 해야 한다는 취지의 기사를 실은 바 있다.
중국 외교부는 또 "양측(박 장관과 왕 부장)은 중한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가속화해 최대한 조기에 합의를 끌어내기로 했다"며 "양측은 산업·공급망의 안정 유지에 관한 업무에 대한 대화를 전개해 산업·공급망의 완전성·안전성·원활성·개방성·포용성 확보에 주력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중국 외교부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와 관련한 별도의 자료에서 왕 부장이 중국의 안보 우려를 중시하고 문제를 적절히 처리해야 한다고 요구한 사실을 공개했다.
중국 외교부는 양국 외교장관이 사드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교환을 하고, 각자의 입장을 밝혔다"며 "(양측은) 서로 안보 우려를 중시하고 적절히 처리하도록 노력해 양국 관계에 영향을 주는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인식을 했다"고 전했다.
자료상으로는 '안보 우려 중시', '적절한 처리' 등의 주어가 양국 외교장관으로 돼 있지만 사실상 왕 부장이 박 장관에게 전한 언급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전날 회담 결과를 소개하면서 "기본적으로 양국 외교장관 모두 깊이 있게 각자의 사드 관련 입장을 명확하게 개진했다"며 "동시에 중국 측이나 한국 측 모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향후 한중 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는 점에 명확하게 공감했다. 이것이 핵심"이라고 전했다.
중국 측 발표에 나온 '안보 우려 중시', '적절한 처리'는 언급되지 않았다.
중국 입장에서 '안보 우려 중시'는 주한미군이 운용하는 사드의 레이더가 중국의 전략적 동향을 탐지할 수 있다는 중국의 문제 제기를 존중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적절한 처리'는 이른바 사드의 '3불(사드 추가 않고, 미국 미사일방어·한미일 군사동맹 불참)-1한(限·배치된 사드의 운용 제한)'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10일 전문가들의 견해라며 "사드 문제가 양국 관계의 최대 난제로 남아 있다"고 썼다.
신문은 이어 "중국인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양국 관계를 수십 년 만에 최저로 몰아넣었던 만큼 윤석열 정부는 사드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해야 한다"며 "사드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는 윤 대통령의 정치적 지혜에 큰 도전이 되고 있다"고 썼다.
한중 외교장관회담 |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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