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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물 퍼내도 집이 진흙탕”… 서울 이재민 84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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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 폭우에 4년만에 대피소 등장

기록적인 비가 쏟아진 다음 날인 9일 오후 2시쯤 서울 동작구 사당동 사당종합체육관에서는 물난리를 피해 온 이재민 10여 명이 김밥과 김치, 컵라면 등이 담긴 점심 꾸러미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이날 사당종합체육관에는 축대가 무너져 대피한 극동아파트 주민들을 비롯해 근처 이재민들을 위해 임시 대피소가 마련됐다. 체육관에는 생수를 비롯해 손소독제와 물티슈, 마스크 등이 비치돼 있었고, 바닥에는 이재민들이 깔아둔 매트가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체육관 측에 따르면 총 88명의 이재민이 이곳에 머물렀다. 인근에 사는 언니 집으로 몸을 피했다가 체육관으로 옮겼다는 김모(60)씨는 “어제 오후 10시쯤부터 화장실과 부엌 싱크대에서 갑자기 흙탕물이 콸콸 쏟아져, 신발도 못 신고 나왔다”며 “집 안 살림이 전부 물에 젖어 못 쓰게 될까 걱정이 크다”고 했다.

조선일보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구룡중학교 체육관에 폭우 피해 이재민을 위한 노란색 임시 텐트 40여 개가 설치돼 있다. 8일부터 이어진 집중호우로 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구룡마을에서 100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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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자 구청들은 주민센터나 체육관, 학교 등을 ‘이재민 임시 대피소’로 마련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동작구에서 290명, 관악구에서 191명, 그리고 강남구에서 106명 등 서울 7개구에서 총 84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구청마다 자체적으로 임시 대피소를 만들었다. 폭우로 인해 이재민 임시 대피소가 설치된 것은 지난 2018년 이후 4년 만이다. 당시 서울에서 70가구 94명의 이재민이 발생해 도봉구·강서구·은평구·노원구 등 4구에 대피소가 만들어졌다.

가장 많은 이재민이 발생한 동작구는 8일 오후 11시쯤 동별 주민센터와 사당종합체육관, 문창초등학교 등 21곳에 대피소를 마련했다. 동작구민체육센터로 대피한 김영기(50)씨는 “오후 6시쯤 퇴근하고 저녁 식사를 하려는데, 8시쯤부터 엉덩이가 젖는 느낌이 들더니 불과 40분 만에 발목 위까지 물이 찼다”며 “바닥이 전부 젖어 악취가 심해, 일주일 정도는 집에 못 들어갈 것 같다”고 했다. 오전 10시 30분쯤 동작구민체육센터를 찾은 중국인 조계화(54)씨 부부도 “오후 10시쯤 일하던 식당에서 퇴근하고 집에 오니 이미 물바다였다”며 “물이 금세 갈비뼈 높이까지 불어나, 새벽을 꼬박 새워서 물을 다 퍼냈다”고 했다. 신대방동 반지하집에 거주하는 중국인 서림해(54)씨 부부도 동작구민체육센터로 대피했다. 서씨는 “자다가 날벼락처럼 물이 들어차기 시작해서 전원 차단기를 다 내려놓고 새벽 3시쯤 센터로 왔다”고 “비가 오더라도 집 앞을 막아 놓으면 (빗물이) 옆으로 흘러가는데, 어제는 비가 너무 많이 쏟아지면서 역류하는 바람에 그대로 집 안으로 쏟아졌다”고 했다.

강남 구룡마을에서도 100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들의 임시 대피소로 지정된 구룡중학교 체육관 안에는 노란색 이재민용 임시 텐트 40개가 설치됐다. 텐트 안에는 얇은 매트리스가 깔려 있었고, 이재민들은 텐트 안에 눕거나 앉아서 숨을 돌리고 있었다. 텐트들은 이미 이재민들로 가득 차, 늦게 도착한 일부 주민은 체육관 의자나 바닥에 매트를 깔고 대기하고 있었다. 한쪽에는 환자들을 위한 임시 의료소가 마련돼 무릎이 아프다는 한 주민이 치료를 받았다. 대피소로 온 구룡마을 주민 정규환(80)씨는 “서울에서 61년째인데 이런 물난리는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심해진다”며 “아침부터 물을 다 퍼냈지만, 집기들을 다 못 쓰게 됐다”고 했다.

각 구청은 비가 잦아들 때까지 임시 대피소를 유지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재민의 사적 공간을 확보하고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실내 구호용 텐트 800여 동을 지원한다”고 했다.

[강우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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