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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꼭 한두개 걸리더라"...尹·文 낙마 14명중 10명 교수출신,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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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퇴를 발표한 뒤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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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교수 출신….”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사퇴한 지난 8일,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숨을 쉬며 “벌써 몇 번째냐”고 탄식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뒤 낙마한 장관급 이상 인사는 5명. 그중 4명이 교수 출신이다. 박 전 부총리를 비롯해 김인철 사회부총리 후보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송옥렬 공정위원장 후보자가 그들이다.

그간 학계는 정계, 관계와 함께 내각의 주요 인재 공급처였다. 정치인에게 부족한 전문성, 공무원에게 부족한 개혁성이 교수 출신 인사들에게 기대되는 장점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교수가 고위 공직자로 지명되면 정치권에선 “불안하다”는 말부터 나온다. ‘교수 낙마 트라우마’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낙마(임명 직후 사퇴 포함)한 장관급 이상 인사 9명 중 6명이 교수 출신이다.

왜 교수 출신 인사의 낙마가 잦을까.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인사추천위원이기도 했던 유인태 전 수석은 9일 “탐욕스러운 시대 아닌가. 교수라고 뭐 다르겠나. 직업 관료나 국회의원은 늘 감시받으니 몸조심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교수들은 관료나 정치인과 달리 평소에 검증받을 일이 없다 보니 자기 관리가 안 돼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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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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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부에서 인사 검증 과정을 지켜봤다는 한 인사도 “교수는 추천은 많이 들어오는데 검증해보면 인사청문회 통과할 사람이 드물다. 논문 표절이나, 제자 ‘갑질’이나 뭐든지 하나는 걸려 있다. 세평 좋은 교수 찾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교수 사회에서는 쉬쉬하거나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박 전 부총리의 음주운전도 그런 사례다.

그렇다고 ‘교수 사회의 윤리 수준이 낮다’고 단정할 순 없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사립대 정치학과 교수는 “교수들이 외부 활동을 많이 하고, 정치권에 줄을 대고, 캠프에도 참여하면 당연히 연구는 소홀해진다. 그러면 보여주기식 연구가 많아지고, 표절도 나오고, 학생들에게 일을 떠맡기다 보면 ‘갑질’도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연구와 강의를 열심히 하는 교수도 많다. 이런 교수와 정치권에 나가려고 하는 교수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회에서 불거지는 교수들의 도덕성 문제는 ‘폴리페서’(정치 참여 교수)들에게 두드러진다는 주장이다. 유인태 전 수석도 “선비 같은 학자들이 왜 고위 공직을 탐하겠나. 탐욕적인 사람이 고위 공직을 탐하다가, 그 탐욕이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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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비리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수수 등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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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이 이론으로는 무장돼 있지만, 현실적인 실무 감각은 떨어져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좋은 평가를 못 받는다는 시각도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인사검증을 했던 조대환 전 민정수석은 “학문은 자유로운 사상을 바탕으로 이상적이고 파격적인 것을 추구하는데, 현실의 행정과 정치엔 안 맞는 경우가 많다. 학자들은 직접 행정을 하기보다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식으로 옆에서 조언하는 역할이 더 맞다”고 했다.

미국에선 대선 캠프에 참여한 교수가 장관급으로 직행하는 경우가 드물다. 주로 교수 출신 인사들은 국장(director)이나 차관보(assistant secretary)로 기용돼 장·차관에게 조언하는 역할을 맡는다.

다만, 교수 출신 인사들의 낙마를 일종의 ‘희생양’으로 보는 시각도 분명 존재한다. 정치인과 달리 권력 중심과 거리가 먼 교수는 흠결이 상대적으로 적어도 먼저 ‘꼬리 잘리기’를 당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정치인 출신인 유은혜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위장 전입과 사무실 월세 대납 의혹 등으로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는데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당시 정치권에선 “교수와 늘공(관료 출신)만 자진사퇴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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