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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韓·日 기록적 폭우, 유럽 최악 가뭄…"기후재난 뒤 인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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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북반구엔 폭염·폭우 남반구엔 폭설,

지구촌 곳곳 이상기후 현상 속출…

전문가들 '온난화→극단 기후'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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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산불 현장(왼쪽)과 지난달 30일 홍수 피해를 입은 켄터키주의 모습/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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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 '물 폭탄'이 떨어졌다. 중부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반면 남부지방은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는 건 한국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기후 변화 영향으로 추정되는 재난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은 극심한 폭염과 가뭄으로 초비상이 걸렸다. 미국 서부가 가뭄과 산불로 신음하는 사이 사막 지역에는 기습 폭우가 쏟아졌다. 펄펄 끓는 북반구와 달리 남반구에는 때아닌 폭설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현상 배경으로는 지구 온난화가 지목된다.


극단으로 치닫는 날씨, 몸살 앓는 지구

유럽은 초여름인 6월부터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펄펄 끓는 더위에 강수량까지 줄어들면서 사상 최악의 가뭄 위기가 찾아오자, 프랑스·영국·이탈리아 등 유럽 일부 지역은 수돗물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EU 영토의 약 58%가 가뭄을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땅이 메마르면서 산불에 취약한 환경이 만들어져 관련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유럽산불정보시스템(EFFIS)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올해 유럽에서 51만7000㏊ 면적이 화재 피해를 입었다고 집계했다. 약 7개월 만에 지난 한 해 동안 잃은 면적 규모를 뛰어넘은 것이다. 2006년 이후 평균 기록과 비교하면 4배나 크다.

숨 막히는 더위로 인한 인명 피해도 상당하다. 로이터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에서만 지난달 셋째 주 1700명의 폭염 관련 사망자가 나왔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도 각각 7월 11일~24일 1682명, 7월7일~18일 1000명의 사망자가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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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프랑스의 한 연못/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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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북서부 지역은 평년보다 섭씨 10도가량 높은 고온이 지속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국립공원 인근 지역에 이어 서부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주민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건조한 사막 기후인 미국 데스밸리 국립공원에는 하루 만에 370㎜가 넘는 폭우가 내려 1000여명이 고립됐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은 미 CBS방송에 "우리 기관의 많은 자산과 인근 마을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과 가까운 일본도 '한 나라 두 날씨'다. 일본 동북부에 정체하는 전선의 영향으로 해당 지역에 계속해서 비구름이 머물고 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12시간 누적 강수량은 아오모리현의 후카우라마치에서 182㎜, 히로사키시 산간에서 170㎜다. NHK는 "(이 지역에서) 관측 사상 가장 많은 양으로 불과 반나절 만에 평년 8월 한 달간의 강우량에 필적하는 폭우가 쏟아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서일본과 동일본은 고기압에 덮여 37도 안팎의 고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파키스탄에선 이례적으로 긴 우기가 이어지면서 홍수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최대 도시인 카라치가 물에 잠겼고, 발루치스탄주에서는 700㎞ 이상의 도로가 유실되면서 일부 지역에 고립됐다. 홍수로 인해 한 달 동안 사망한 이들만 500명이 넘는다.

북반구와 계절이 반대인 남반구에선 '눈 폭탄'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말 아르헨티나 서부 네우켄주 인근 안데스 산맥 일대에는 최소 22㎝에서 최대 1m 가량의 기록적 폭설이 쏟아졌다. 이 폭설로 칠레 동쪽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해당 지역 고속도로를 통과하는 트럭 수백 대가 고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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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경기북부 등 수도권에 폭우가 내린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대 도로가 침수돼 차량이 잠겨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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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가 초래한 재난…"미래의 지구가 보낸 경고"

세계 각지에서 목격되는 폭염과 폭우, 가뭄의 배후로는 기후 변화가 지목된다. AFP통신에 따르면 지구의 평균 온도는 19세기 산업화 이전보다 1.2도가량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이상 기후가 인간이 초래한 지구 온도 상승 패턴의 일부로 보고 있다. 몇몇 기후 분석들에 따르면 온난화 현상이 강수량의 변동성을 키우는데, 탄소 배출량 증가로 올라간 기온이 가문 지역의 수분을 더 증발시켜 더 가물게 하고 비로 내릴 때는 이전보다 더 많은 물을 뿌리며 극단적 기후를 만든다는 것이다. 캐나다의 기후학자 데이비드 필립스는 "폭염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지금은 인간과 관련된 요인이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지적한 바 있다.

클래어 눌리스 제네바 세계기상기구(WMO) 대변인은 "기후 변화의 결과로 폭염이 더 일찍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를 연구하는 다국적 단체인 WWA(World Weather Attribution)의 프리데리케 오토 박사는 "탄소배출로 인해 유럽에서만 폭염 빈도가 100배 이상 높아졌다"며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폭염은 기후 변화로 인해 더 뜨거워지고 더 자주 발생한 것"이라고 경고했다.

돌발적 폭우와 홍수 발생 가능성도 커진다. 뉴욕타임스(NYT)는 "연구자들은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홍수의 간격이 짧아지고 그 강도는 강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은 올해 지구의 모습이 미래의 지구가 인류에게 보내는 경고라고 말한다. 안토니우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인류의 절반이 홍수와 가뭄, 극심한 폭풍 및 산불 위험 지대에 있다"며 "집단 행동을 할 것인지 다 함께 죽을 것인지는 우리 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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