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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해외 칼럼]중국, ‘대만’ 자충수 빠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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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호스트

10년간 공격적 노선 고집해온 習

덩샤오핑의 일국양제 모조리 역행

대만 독립 지지여론 두 배로 커져

군사·경제적 압박 수위 높일수록

中으로부터 더 멀리 떨어져나갈 것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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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두 나라가 어쩌다 무력 충돌로 번질 가능성이 있는 아슬아슬한 위기 상황에 빠져들었을까.

대만은 미국과 중국 모두에 가장 민감한 이슈였고 지난 50년간 대단히 조심스럽게 다뤄졌다. 현재의 충돌을 초래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도 예고 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게 아니다. 펠로시 의장 본인이 이미 몇 달 전에 대만 방문 의사를 공개적으로 시사한 바 있다.

물론 위험천만한 현 사태를 초래한 데는 미국 측의 잘못도 있다. 이는 거의 국내 정치 상황이 빚어낸 전술적 오류다.

집권 초반 조 바이든 행정부는 공공연히 적대적이고도 비판적인 대(對)중국 정책을 채택했다. 2021년 3월 양국 고위 관리들의 첫 대면에서 앤서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공격적인 수사를 구사했고 왕이 외교부장도 거칠게 응수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아시아 담당 수석보좌관을 지낸 제프리 베이더는 바이든 외교팀을 이렇게 평했다. “막상 미국이 직면한 최대 외교 과제, 즉 중국의 부상을 어떻게 다룰 것이냐는 문제가 나올 때마다 도널드 트럼프의 파괴적 접근법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습니다.”

베이더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직 관리들이 “우리의 혁신적 정책을 상상력이 빈곤한 바이든 행정부가 충실히 실행한다”며 조소를 날린다고 덧붙였다. 오바마의 중국통 보좌관이었던 라이언 해스도 “긴장을 다스릴 양국 간 소통 채널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바이든 행정부의 접근법이 전술적인 하자에도 불구하고 조정이 가능한 데 비해 베이징의 실수는 훨씬 더 심각하고도 전략적인 성격을 띤다. 10여 년간 이어진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에서 중국은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대만 정책을 수정했다.

이에 앞서 중국인민공화국의 최고지도자였던 덩샤오핑은 1979년 ‘일국양제’로 알려진 대만 해법을 제시했다. “대만은 결국 중국의 일부로 공식 편입되겠지만 자체적인 정치제도와 행정법, 심지어는 군대도 유지할 수 있다”는 제안이다.

대만은 그의 제의를 거부했으나 덩은 중국의 전략적 인내를 촉구했다. 1997년 영국이 홍콩을 베이징에 반환하자 그는 자신이 제안한 대만 해법을 홍콩에 적용해 일국양제 정책의 생명력을 과시했다. 덩은 영국과의 합의문과 사실상의 홍콩 헌법인 기본법에도 일국양제 보장을 명문화했다.

수년간 베이징은 일국양제를 준수했고 대만에도 같은 정책을 적용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 기간에 중국과 대만 사이의 교역과 관광은 극적으로 증가했다. 2015년 시 주석은 당시 대만 대통령인 마잉주와 만나 관계 발전을 논의했다.

덩의 대만 기본 전략은 베이징이 개방적이고 역동적이며 포용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한 시간은 중국 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시 주석의 정책은 중국을 이전보다 폐쇄적이고 역동성과 포용력이 떨어진 나라로 만들었다. 홍콩이 좋은 본보기다. 베이징은 도시국가인 홍콩의 자유와 자치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모조리 파기했다.

그 결과는 대만에서 명백하게 드러났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대만의 독립을 옹호하는 대만인은 거의 없었다. 중국과의 재통합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대세였다. 최근 국립정치대 선거연구센터에 따르면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는 여론이 홍콩의 중국 반환 연도인 1997년에 비해 거의 두 배로 늘어났다.

중국인과 구별되는 대만인으로서의 정체성도 이전보다 강해졌다. 대만인이 느끼는 정체성은 민주국가라는 의식과 맞닿아 있다. 시 주석이 대만을 경제적·군사적으로 괴롭힐수록 이 같은 추세는 대만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확산될 것이다.

중국은 대만과의 평화로운 통일이 목표라고 주장한다. 만약 그것이 진심이라면 베이징은 현재의 코스를 변경하고 덩의 일국양제 정책으로 선회해야 한다. 먼저 홍콩에 보장했던 모든 자유를 다시 허용하고 대만에도 같은 약속을 해야 한다. 대만에 대한 경제 제재를 풀고 위험한 무력시위의 중단을 선언해야 한다. 궁극적인 통일은커녕 중국과의 협력조차 거부하도록 대만인들을 몰아가는 최대 요인은 다름 아닌 시 주석의 정책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을 것이고 중국은 핵심적 딜레마에 빠질 것이다. 베이징은 이제 시간이 자신의 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만은 중국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갈 것이고 베이징은 전략적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도전은 세계를 재앙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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